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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일촉즉발'…국제사회는 '긴장완화' 숨가쁜 외교전

송고시간2020-01-0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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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獨·英·中·러·중동 주요국, 중동 긴장완화 방안 협의

美는 '공습 정당' 여론전…유럽보다 '강경' 이스라엘과 호흡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미국이 이란의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공습해 제거한 이후 양측의 전면전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긴장 완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외교전도 숨 가쁘게 펼쳐지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영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과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에 든 중동 국가들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사망 하루 만인 4일(현지시간) 요동치고 있는 중동 정세를 논의하고, 긴장 완화 방안을 협의하는 등 분주한 외교활동을 전개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우)과 살리 이라크 대통령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우)과 살리 이라크 대통령

작년 2월 프랑스에서 회동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바르함 살리 이라크 대통령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바르함 살리 이라크 대통령과 통화를 해 중동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데 뜻을 함께 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전날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미군의 표적 공습으로 목숨을 잃었고, 이란이 보복을 예고하면서 중동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군의 공습에 폭사한 이란 솔레이마니 장군
미군의 공습에 폭사한 이란 솔레이마니 장군

지난 3일 미국의 공습으로 숨진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이 지난해 10월 테헤란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엘리제궁은 마크롱 대통령과 살리 대통령의 통화가 끝난 뒤 "양국 정상이 추가적인 긴장 고조를 피하고, 이라크와 주변 지역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긴밀히 접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UAE의 실권자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와도 통화를 해 중동 사태를 논의했다.

두 지도자는 통화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 격퇴전과 리비아의 정치적 위기에 대처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엘리제궁은 전했다.

이에 앞서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도 이날 독일의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 통화를 하고, 중동에서 긴장이 더 이상 고조돼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모았다.

3개국 외무장관은 중동의 안정과 이라크의 주권을 보호하는 것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는 한편 이란에는 핵합의 준수를 거듭 촉구했다.

이란의 핵 동결과 제재 완화를 핵심으로 한 2015년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는 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미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에 더해 독일이 참여했으나, 미국이 2018년 합의에서 전격 탈퇴하면서 이란도 핵 동결을 파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스 독일 외무장관
마스 독일 외무장관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또 이날 일간 빌트 일요판과 인터뷰에서 중동 지역의 긴장 완화를 위해 이란과 직접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마스 장관은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며칠 안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유엔과 유럽연합(EU)에서 하려 한다"며 "이란을 비롯한 중동 지역의 우리 파트너들과도 대화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IS와의 싸움은 독일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중동에서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으나, 미국의 지휘 아래 이라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약 120명의 독일군 배치는 계속 이어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후계자로 꼽히는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국방장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역내 긴장 완화를 위해서는 이란의 자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동에서의 긴장을 더 끌어올리지 않는 것은 이란의 지도자들에게 달려 있다"며 "미국이 독단적으로 행동하긴 했으나, 솔레이마니도 테러와 폭력을 저질러 많은 사람의 죽음을 초래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사망 직후 중단된 미국과 우방 주도의 이라크군 훈련을 재개하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 우방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영국 역시 중동 지역에서의 긴장 완화를 위해 모든 당사국들이 자제력을 발휘할 것을 주문했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과 통화를 해 중동 상황을 논의했다며 "모든 당사국이 긴장 완화에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국제법상 미국은 자국민에 대해 임박한 위협을 가하는 세력에 대항해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면서 미국을 옹호했다.

도미니크 랍 영국외교장관은 이번주 초반 프랑스와 독일 외무장관들과 회동한 뒤 목요일인 9일 워싱턴으로 날아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중동정세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아직 입장 표명을 안하고 있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메르켈 독일 총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논의할 것이라고 총리실 대변인이 밝혔다.

미국의 이번 작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이날 통화에서 중동 지역 긴장 고조를 둘러싸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양국 간 협조할 사안을 논의했다.

왕이 부장은 국제관계에서 무력 남용을 반대하고, 군사 모험주의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해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현 중동사태와 관련해 안보리에서 양국 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러시아도 중국과 같은 입장이라면서 미국의 행동은 불법이고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사우디 실권자 빈 살만 왕세자
사우디 실권자 빈 살만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AFP=연합뉴스]

중동 패권을 두고 이란과 다투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도 이날 압델 압둘 마흐디 이라크 총리와 통화를 해 중동이 직면한 정세 불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라크 총리실은 양국 지도자의 통화 후 "양국 지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파장을 완화해 전면적인 긴장 고조를 방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중동의 긴장 완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솔레이마니 폭격에 대한 국내외의 비판을 의식한 듯 이번 군사작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상당수의 나라들은 미군이 이라크 정부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이라크 땅에서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겨냥한 일방적 작전을 수행한 것은 이라크의 주권을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미 국내적으로도 야당인 민주당을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결정으로 인해 미국은 물론 중동, 전 세계의 안보가 더욱 위험한 지경에 빠졌다는 강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마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AP=연합뉴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국무부가 배포한 '이란 인터내셔널'과 인터뷰 자료에서 작년부터 이어진 유조선 피습, 미 무인정찰기 피격, 미국 민간인의 포격 사망 등에대한 이란의 책임을 거론한 뒤 "긴장고조가 있었고 이를 멈출 필요가 있었다"며 이번 포격이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작전을 둘러싸고 유럽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는 점을 의식한 듯 "는 "솔직히 유럽 국가들은 그들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만큼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미국이 유럽인들의 생명까지 구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도 항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이날 중동에서 미국의 강력한 우방이자 이란의 주적인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도 통화를 해 현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위터에 "중동에 대한 이란의 해로운 영향력과 위협에 대항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네타냐후와 이야기를 나눴다. 테러 격퇴에 있어 이스라엘의 꾸준한 지원에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과학자 암살, 이란 대리세력에 대한 공습 등 이란과 '그림자 전쟁'을 수행해왔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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