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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의 '식스센스' 지구자기장 감각, 후대에 유전된다

송고시간2020-01-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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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채권석 교수팀 밝혀…각인 시기는 생후 6∼9시간 알일 때

대구 팔공산 기슭 지구자기장 세기를 빨간색 점으로 나타낸 그림
대구 팔공산 기슭 지구자기장 세기를 빨간색 점으로 나타낸 그림

색이 진할수록 자기장의 세기가 센 지역 [한국연구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초파리는 알 시기에 지구자기장을 각인하며, 이 같은 감각은 후대에 유전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연구재단은 경북대 생물교육과 채권석 교수 연구팀이 초파리 실험 모델을 통해 동물이 지구자기장을 각인하는 시기와 그 감각이 유전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동물은 오감 외에 지구자기장을 감지하는 '제6의 감각'(sixth sense)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새, 연어, 바다거북은 출생지의 지구자기장을 기억해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성장 단계 중 어느 시기에 지구 자기장을 각인하는지, 이 같은 형질이 자손에게 유전되는지 혹은 후천적으로 학습한 것인지 등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

연구팀은 지구자기장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는 초파리를 이용, 2012년부터 7년간 실험한 끝에 산란한 지 6∼9시간이 지난 알 시기에 지구자기장을 각인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각인은 동물이 출생 초기 시각과 후각 등 자극을 기억해 성체가 된 이후에도 동일한 자극에 반응하는 현상을 말한다.

연구팀이 알, 애벌레, 번데기 등 초파리의 성장 단계별로 일정 기간 대구지역 표준 자기장, 즉 대구자기장을 노출한 뒤 일반 사육실로 옮겨 관찰한 결과 낳은 지 6∼9시간 된 알에서 각인 현상이 나타났다.

이 알에서 나와 성체가 된 초파리를 30시간 동안 금식시킨 뒤 시험관에 넣고 각각 대구자기장과 국외 다른 지역 자기장을 양쪽에 걸어준 결과 대구자기장 방향으로 초파리가 이동하는 것이 관찰됐다.

대구자기장 방향에 따라 이동하는 초파리
대구자기장 방향에 따라 이동하는 초파리

자연 상태에서 위로 올라가는 경향성을 보이는 초파리(왼쪽), 하단에 대구자기장을 걸어주자 아래로 이동하는 초파리(가운데), 상단에 대구자기장을 걸어주자 위로 올라가는 경향성이 강해지는 초파리(오른쪽) [한국연구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반면 갓 산란한 알이나 애벌레, 번데기 단계 때 대구자기장에 노출됐던 성체는 이동에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았다.

동물의 감각이 가장 예민해져 있는 때가 굶은 상태이기 때문에 단식 상태에서 연구를 진행했다고 채 교수는 설명했다.

또 산란 6∼9시간 후 알 시기 때 대구자기장에 노출돼 자란 초파리 성체를 교미해 얻은 후손 1세대 알에는 자기장을 발생시키지 않았음에도 대구자기장을 각인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채권석 교수는 "초파리 실험을 통해 자기 감각 연구의 난제 중 하나였던 지구자기장 각인과 유전의 실험적 증거를 찾아냈다"며 "고등 동물에서의 자기 감각 연구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립과학원 회보'(PNAS) 지난해 12월 30일 자에 실렸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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