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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로 눈 돌리는 한국 영화…"할리우드 기술력 못지않다"

송고시간2020-01-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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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지 않아' '미스터 주' 동물 등장 영화 잇단 개봉

영화 '닥터 두리틀'
영화 '닥터 두리틀'

[유니버설픽쳐스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이도연 기자 = 영화 '닥터 두리틀'에선 다양한 동물들이 괴짜의사 두리틀과 함께 그들만의 왕국에서 모여 산다. 고릴라, 개, 여우, 앵무새, 북극곰, 호랑이, 오리, 타조, 기린, 다람쥐 등이 한 공간에서 어울리며 들락날락하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수준 높은 시각 특수효과(VFX) 기술로 동물 특성을 하나하나 살려 사실적으로 구현한 덕분이다.

'닥터 두리틀'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에선 동물들이 주·조연급으로 자주 캐스팅된다. '덤보' '정글북' '라이온 킹'과 같은 디즈니 실사 영화에선 단골 주연이다.

'미스터 고'
'미스터 고'

[덱스터 스튜디오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동물들에 눈 돌리는 한국 영화

한국 영화에선 김용화 감독이 2013년 선보인 '미스터 고'가 대표적인 동물 주연 영화다. 순제작비 225억원 중 120억원을 투입해 80만개 이상 털을 지닌 고릴라 링링을 디지털로 만들어냈다. 가상의 디지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도, 처음부터 끝까지 3D로 촬영한 입체 영화도 당시 아시아에선 처음이었다. 특히 순수 국내 VFX 기술로 고릴라 얼굴의 생생한 움직임과 털 한올 한올까지 살려내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영화 '백두산' 제작자이기도 한 김용화 감독은 최근 사석에서 "'백두산' 컴퓨터그래픽(CG) 작업보다 고릴라를 만드는 게 더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영화 '대호'
영화 '대호'

[뉴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박훈정 감독이 2015년 선보인 '대호'에선 백두산 호랑이가 비중 있게 등장한다. 제작진은 부산의 한 동물원에 있는 시베리안 호랑이를 모델로 '대호'를 100% CG로 구현했다. 당시 박 감독은 대호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대한민국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이 2017년에 선보인 넷플릭스 영화 '옥자'에는 슈퍼돼지가 나오지만, 국내가 아닌 할리우드 기술로 구현했다.

동물 비중이 큰 영화들은 그 뒤로 뜸하다가 공교롭게 올해 잇따라 나온다. 한국 영화 '해치지 않아' (15일 개봉), '미스터 주: 사라진 VIP'(22일)가 할리우드 영화 '닥터 두리틀'을 잡기 위해 한주 단위로 출격한다.

'해치지않아'는 망해가는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물원 직원들 이야기이며, '미스터 주'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동물 말을 알아듣게 된 국가정보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해치지않아'에선 주인공들이 대부분 동물 탈을 쓰고 연기하지만, 우리에 갇힌 북극곰은 디지털 캐릭터다. '미스터 주'에선 고릴라, 호랑이, 염소, 햄스터까지 다양한 동물이 등장한다.

'미스터 주:사라진 VIP'
'미스터 주:사라진 VIP'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제공]

◇ "한국 CG 기술력이 할리우드 못지않다"

이제는 한국도 창작자의 상상력을 구현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달한 덕분이다. '미스터 주' 김태윤 감독은 "한국 CG 기술력이 할리우드보다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양이 두 마리를 직접 키우는 그는 9년전 동물과 소통하는 시나리오를 직접 썼다.

동물 CG는 건물이 붕괴하거나 우주를 구현하는 것보다 난도가 높다는 게 업계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덱스터 스튜디오의 제갈승 슈퍼바이저는 "동물은 움직이는 생명체인 만큼, 털이나 피부, 근육의 움직임 등 세세한 부분까지 매우 많은 공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사실성이다. 익숙한 동물들에서 조금이라도 어색함이 느껴지면 관객들은 가짜라고 생각하고, 감정 이입을 할 수 없게 된다.

'미스터 주'의 CG를 담당한 '디지털아이디어'의 박성진 대표는 "동물들이 말을 하고 감정을 표현해야 해서 기존 동물 CG 작업보다 어려웠다"면서 "셰퍼드, 판다, 물고기, 모기, 염소, 호랑이 등 지금껏 보지 못한 표정을 만들기 위해 많은 상상을 했다"고 말했다.

'미스터 주:사라진 VIP'
'미스터 주:사라진 VIP'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그는 "40여종 동물을 모델링하고, 동물털을 개발하는 한편, 배우들 표정을 캡처한 뒤 동물 캐릭터에 접목하는 '페이셜 작업' 기술 등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면서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던 장르를 한국 VFX 기술로 만들어 감회가 더욱더 새롭다"고 했다.

극 중 등장하는 고릴라와 호랑이는 국내 동물 연기의 일인자 김흥래 모션 디렉터가 직접 블루 슈트를 입고 촬영했다. 디지털아이디어는 드라마 '호텔 델루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도깨비', 영화 '부산행' '엑시트' 등의 CG를 담당한 곳이다.

앞으로 동물들은 한국 영화에서 더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인구가 1천만 시대인 만큼, 동물들과 소통하는 이야기에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덱스터스튜디오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동물('미스터 고')로 출발한 만큼 동물 표현에서는 노하우가 많이 쌓였고, 자신감도 있다"면서 "동물을 소재로 한 영화를 현재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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