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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여객기 피격 미국·캐나다보다 먼저 알고도 함구"

송고시간2020-01-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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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국방위 "이란 미사일에 격추 결론 내렸으나 전략적으로 판단"

2014년 말레이시아 여객기 추락 사건과 달리 "훨씬 짧은 시간에 진상 파악"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이란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항공 여객기를 미사일로 피격했다고 발표하기 전 이미 우크라이나 정부가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었으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 보도했다.

알렉세이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는 WP에 "미국이나 캐나다보다 앞서 이러한 결론에 도달했다"며 자국 여객기가 이란 미사일에 격추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란의 격추 사실 발표 직후 우크라이나는 미사일 파편으로 인한 손상을 유추케 하는 여객기 잔해 사진을 공개했다. 이미 하루 전 촬영된 이 사진을 확보하고 있었다는 점도 우크라이나가 이란의 피격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음을 뒷받침한다.

테헤란의 추락 우크라이나 여객기 잔해
테헤란의 추락 우크라이나 여객기 잔해

(테헤란 AP=연합뉴스) 지난 8일(현지시간) 최소 170명의 승객을 태우고 이란 수도 테헤란을 이륙한 직후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의 잔해가 테헤란 외곽에 흩어져 있는 모습. jsmoon@yna.co.kr

우크라이나 정부가 여객기 피격 사실을 알고도 함구한 것은 자국 조사팀이 현지에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려면 이란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를 위해 조심스러운 외교적 노선을 선택하고, 이란에 대한 비판을 자제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사살한 이후 양국 사이에 끼어 난처한 입장이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는 "서방 후원자와 이란의 협조를 얻어내면서도 미국과 이란 간 분쟁에 있어 그 어느 쪽에도 휘말리지 않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주어졌다.

사고 직후 미국과 캐나다, 영국은 해당 여객기가 이란 미사일에 격추됐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들 국가에 정보 공유를 요청하면서도 아무런 입장 발표를 내놓지 않았다.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외교·안보 연구소 윌슨 센터의 니나 얀코비츠 연구원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정치 초보로서 국익 보호를 위해 반대 세력에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에 대한 예민한 감각이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이러한 판단 덕에 2014년 7월 17일 일어난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 추락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은 조사가 종결될 수 있을 전망이다.

당시 네덜란드를 출발해 말레이시아로 가던 이 여객기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 지역 상공을 지나던 중 추락해 탑승객 298명 전원이 숨졌다. 국제 조사팀은 이 여객기가 반군에 제공된 러시아 미사일에 피격된 것으로 규명했으나 러시아는 여전히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전부 회피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관계자의 기소도 이뤄지지 못했다.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KO1aJVccaI8

다닐로프 서기는 "이미 5년이 지났으나 유럽은 여전히 이 재앙에 대한 조사를 종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누가 잘못이 있는지도 말하지 못한다"면서 "이번 경우에는 훨씬 짧은 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파악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란이 피격 사실을 인정한 뒤인 12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은 엄숙하면서도 의기양양했다고 WP는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는 이번 추락 사고의 정황에 대한 진실을 찾아내 결과를 도출한다는 한 가지 목표하에 과잉흥분하지 않고 체계적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여객기 이란 미사일 피격 추정 장면
우크라이나 여객기 이란 미사일 피격 추정 장면

(테헤란 AP=연합뉴스)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인근 상공에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 혁명수비대 미사일에 맞아 폭발하는 장면으로 추정되는 사진. AP통신이 입수한 비디오 영상에서 캡처한 것이다. ymarshal@yna.co.kr

이란이 피격 사실을 부인하기에는 증거가 너무 명백했다는 지적도 있다.

다닐로프 서기는 "현대 기술과 빠른 정보 교환, 오늘날 우리가 가진 정보자원과의 작업 등으로 매우 어려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란)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선택권이 이미 사라졌으며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 분석은 이미 그들이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을 가리켰다"고 말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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