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사도세자와 혜경궁홍씨가 말하는 '뒤주 속 8일'

송고시간2020-01-14 07:11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조성기, '사도의 8일'로 16년 만에 장편 복귀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흔들지 마라. 어지럽다." 장조(莊祖), 즉 사도세자가 남긴 마지막 말이다. 그는 조선왕조에서 가장 비극적 생애를 산 왕족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영조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일찌감치 왕세자로 책봉됐으나 아버지로부터 미움과 질책, 압박을 받으며 불안 속에 살아야 했고, 심각한 정신질환까지 앓다가 결국 뒤주에 갇히는 끔찍한 형벌을 받아 세상을 떠난다.

아버지를 두려워하면서도 인정받고 싶어했으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갈림길에 선 인물로 묘사된다. 아버지와 관계뿐 아니라 당쟁과 권력 투쟁 속에서 평생 편안히 설 곳을 찾지 못했던 사도세자의 '마지막 8일'을 조성기가 장편 역사소설로 형상화했다.

한길사에서 펴낸 '사도의 8일'이다. 사도세자가 뒤주에서 보낸 8일을 본인과 아내 혜경궁 홍씨(헌경왕후)의 시점에서 상상력을 가미해 서술한다.

사도세자와 혜경궁홍씨가 말하는 '뒤주 속 8일' - 1

총명했던 사도는 글보다 무예에 재능을 보이면서 아버지 영조로부터 미움과 질책을 받기 시작한다. 오랜 정신적 압박은 기행을 불렀고 내면의 잔인함을 끄집어냈다. 의대증(衣帶症·옷을 입는 행동을 어려워하는 강박증)에 걸려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주변 사람들의 목을 베기도 한다.

소설은 사도가 내관들을 칼로 죽이거나 내인들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때리고 강제로 범하는 모습을 아내 홍씨의 입을 통해 묘사한다.

하지만 작가는 사도를 미치광이로만 몰아가지 않는다. 사도가 병을 핑계로 궁을 떠나 온양온천으로 거동하던 길에 백성들을 돌보고 판결을 주재하는 등의 모습을 통해 성군의 자질도 분명히 존재했음을 강조한다.

혜경궁 홍씨가 쓴 회고록 '한중록'은 이 소설을 창작하는 데 주요한 바탕이 됐다고 한다. 작가는 남편이 뒤주형을 받자 자결하려고 했으나 결국 마음을 추스르고 세손인 아들 이산을 보존하려고 했던 혜경궁의 복잡한 심경과 모성의 위대함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산은 알다시피 조선 부흥을 이끈 정조가 된다.

사도세자 부부의 불행한 생애는 우리가 익히 아는 역사이지만 작가는 이들의 인간적 고뇌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간다. 조성기가 2004년 '잃어버린 공간을 찾아서'를 발표한 이후 16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이다.

조성기는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해 1985년 '라하트 하헤렙'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1991년 '우리 시대의 소설가'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장편 '야훼의 밤', '욕망의 오감도', '우리 시대의 사랑', 소설집 '왕과 개', '잃어버린 공간을 찾아서' 등을 펴냈다.

소설가 조성기
소설가 조성기

[저작권자 ⓒ 2003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leslie@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