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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는 유럽-이란…핵합의 분쟁에 사사건건 충돌

송고시간2020-01-1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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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여객기 격추 뒤 다른 사안에서 서방에 밀리지 않으려 해"

12일 테헤란 주재 영국 대사관 앞에서 항의시위하는 이란 시민들
12일 테헤란 주재 영국 대사관 앞에서 항의시위하는 이란 시민들

[AFP=연합뉴스자료사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유럽과 이란 사이에서 최근 악재가 겹치면서 관계가 멀어지는 모양새다.

붕괴 위기를 맞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존속에 협력해도 모자랄 판에 양측은 굵직한 사안부터 상대방의 언급 하나에도 즉각 반응하면서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핵합의 서명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은 14일 이란이 핵합의를 어겼다면서 분쟁조정 절차에 착수하는 공동위원회를 소집한다고 발표했다.

공동위원회는 핵합의 당사국 중 한쪽이 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을 때 이에 서명한 7개국(현재는 미국 제외 6개국)이 유럽연합(EU)의 주재로 모이는 회의다.

이 곳에서 당사국의 입장을 듣고 논의를 벌인 뒤 다수결로 위반이라고 결정되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핵합의 존속 안건을 넘기게 된다.

즉, 유럽은 핵합의 존속이 어려울 만큼 이란이 핵합의를 위반했다고 본다는 뜻으로 최악에는 이를 폐기할 수도 있다는 뜻을 공식화한 셈이다.

이란은 2018년 5월 미국의 일방적인 핵합의 파기에 대응해 1년 뒤인 지난해 5월부터 60일 간격으로 5차례에 걸쳐 핵합의 이행 범위를 줄였고, 이를 유럽이 문제삼은 것이다.

이란은 이런 이행범위 감축을 유럽 탓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이 핵합의를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자 유럽 측이 핵합의에서 한 약속을 어기고 이란산 원유 수입 등 경제 교역과 투자, 금융 거래를 사실상 중단했기 때문이다.

핵합의 존속을 위해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중재역을 자임한 프랑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안한 '새로운 핵합의'가 현재 유일한 해법이라고 선언했고, 영국 역시 보리스 존슨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호응해 이란에 등을 돌렸다.

이런 험한 분위기 속에서 이란의 여객기 격추 사건이 벌어졌고, 11일 테헤란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 집회와 반정부 시위에서 이란 주재 영국 대사가 체포돼 잠시 구금됐다.

영국 대사는 추모 집회에만 참석했다고 반론했지만, 이란 당국은 체포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반박했다.

영국 외무부는 주영 이란 대사를 소환해 항의했다. 그러자 이란 보수세력은 영국 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고 이란 사법부와 입법부는 영국 대사를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격추된 여객기 희생자 가운데는 영국인도 포함된 만큼 향후 조사와 배상 과정에서 양국의 논의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프랑스에 대해서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란 외무부는 19일 낸 성명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란 남쪽에 있는 만(灣)의 유일한 명칭은 '페르시아만'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런 실수는 프랑스가 페르시아만에 파병한 결정만큼이나 엄청난 사실 오도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아랍-페르시아만'의 해양 안전에 이바지하려고 재규어 태스크포스(레이더 부대)를 파병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란 외무부는 이 글에서 '아랍-페르시아만'을 문제 삼아 마크롱 대통령을 지적한 것이다.

이란과 아라비아반도 사이의 걸프 해역의 명칭은 국제적으로 페르시아만으로 통용되는 데 이란에 적대적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와 미국 정부는 이를 '아라비아만'으로 칭한다.

이란은 이 해역의 명칭이 자신의 역내 영향력을 방증한다고 여겨 매우 예민하다.

익명을 요구한 테헤란의 한 정치평론가는 19일 연합뉴스에 "여객기 격추로 입지가 좁아진 이란은 이 사건이 다른 사안으로 번져 서방에 밀릴 수 있다고 우려해 세밀한 사안까지 더욱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해설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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