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에 수감될뻔한 신격호…고령·치매로 병원 등지서 말년
송고시간2020-01-19 18:45
횡령·배임으로 징역 3년 확정됐으나 검찰서 형집행정지
재판 과정서도 의사소통 불가능…벌금 30억원은 완납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99세를 일기로 19일 세상을 떠난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은 최근 수년간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심각한 건강 문제를 고스란히 노출한 바 있다.
그는 작년 징역 3년의 실형을 확정받았지만, 검찰이 건강 문제 등을 사유로 형집행정지를 결정함에 따라 병원과 롯데호텔 등지에서 말년을 보내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은 경영 비리 의혹으로 아들인 신동빈 회장 등 경영진과 함께 2016년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가족과 친인척에게 임대하는 방식을 통해 770억 원대 상당의 손해를 회사에 끼친 혐의였다.
신 명예회장은 석 달 전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됨에 따라 90대에 수감되는 첫 재벌 경영인이 될지 이목을 끌었으나 재판 과정에서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복역을 면했다.
신 명예회장은 재판을 받을 당시 지팡이를 들고 휠체어를 탄 채 법정에 출석하기도 했지만, 변호인을 통하지 않고서는 재판부와 의사소통을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 재판 도중 "여기가 어디냐"고 묻는 등 정신이 흐릿한 모습도 보였다.
1심은 신 명예회장의 배임과 횡령 혐의 중 일부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법정 구속하진 않았다.
2심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형량만을 다소 감경해 징역 3년과 벌금 30억원을 선고했고, 이 같은 형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형을 집행할 계획이었으나 변호인 측이 "고령이고, 중증 치매인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달라"며 형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형사소송법은 수감자가 형 집행으로 건강을 해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는 염려가 있을 때 등 사유에 한해 형집행정지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 명예회장은 그간 유동식 섭취와 영양 수액으로 최소한의 영양분을 공급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형 생활 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영양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게 변호인 측 입장이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의료계, 법조계 등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한 심의위원회를 열었고, 심의위는 "형 집행 시 급격한 질병 악화 및 사망 위험까지 있다"며 형집행정지를 허가했다.
다만 당시 검찰은 신 명예회장의 거처인 롯데호텔과 병원으로 거주지를 제한하는 조건을 달았다. 신 명예회장은 작년 6월부터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현 이그제큐티브타워) 34층에서 거주해왔다.
형집행정지 가능 최장기간이 6개월로 정해져 있어 6개월마다 검찰의 연장 심사를 받기로 했지만, 신 명예회장은 첫 번째 연장심사가 열리기 전 눈을 감았다.
한편, 신 명예회장 측은 징역 3년과 함께 확정된 벌금 30억원은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당시 완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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