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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최고 여성부호는 앙골라 등골 빼먹은 '부정축재 화신'

송고시간2020-01-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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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딸…세계 400개 기업 거느리며 2조3천억원 운용

권력 업고 기간산업 이권 약탈…서방 유력 컨설팅사가 돈세탁 방조

앙골라의 억만장자이자 아프리카 최고의 여자 갑부인 이사벨 두스 산투스[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앙골라의 억만장자이자 아프리카 최고의 여자 갑부인 이사벨 두스 산투스[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아프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으로 알려진 전직 앙골라 대통령의 딸이 부정축재와 부패로 얼룩진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영국 BBC방송과 미국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유출된 문건을 검토한 결과, 이사벨 두스 산투스(46)는 자신의 아버지가 38년간 앙골라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토지, 석유, 다이아몬드, 통신사 등의 막대한 이권을 챙겼다. 아프리카 남부에 있는 앙골라는 천연자원이 풍부하다.

그와 그의 남편 신디카 도콜로(47)는 또 의문스러운 일련의 거래를 통해 국부를 사들여 해외로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사벨은 이 같은 혐의에 대해 거짓이라고 부인하면서 아버지의 뒤를 이은 앙골라 새 정부가 정치적 동기로 밀어붙이는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현재 영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런던 중심에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그녀는 이미 앙골라 당국에 의해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으며 앙골라 내 자산도 동결된 상태다.

BBC는 이사벨의 비즈니스 제국에 대한 유출 문서 70만건 이상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해당 문서는 '아프리카 내부고발자 보호 플랫폼'이 획득하고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공유했으며 영국 가디언 등 37개 미디어 조직이 조사했다.

'부패 워치'의 수장인 앤드루 파인스타인은 이들 문서와 관련, 이사벨이 평범한 앙골라 사람들의 등골을 빼먹으면서 사실상 국부를 빼돌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사벨의 자산은 20억 달러(약 2조3천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그와 그 남편이 이끄는 '비즈니스 제국'은 홍콩에서 미국까지 400개 이상의 회사와 자회사로 구성돼 있으며 전 세계에 걸친 자산에는 모나코 몬테카를로의 5천500만달러짜리 저택과 3천500만달러짜리 요트도 포함돼 있다.

앙골라는 석유와 다이아몬드가 풍부하나 부패로 얼룩져 있고 가난에 찌들고 문맹률과 영아 사망률도 높다.

이사벨은 자신의 아버지가 허가한 사업권을 통해 앙골라 국부를 가져가고 다이아몬드 수출과 지배적인 이동통신사의 지분을 획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녀의 부정축재와 해외 자산 유출은 보스턴컨설팅그룹, 매킨지, PwC 등 글로벌 컨설팅회사들이 도와줬다.

NYT는 당초 이들 서방 자문사들이 포르투갈 식민지로 수년간 내전에 시달린 앙골라에 글로벌 회계 표준을 도입하는 등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오히려 이사벨과 같은 엘리트들의 부정부패를 합리화하고 거들어준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다.

앙골라 검찰은 이사벨 부부가 다이아몬드 회사 드그리소고노와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 소난골을 중심으로 10억 달러 이상의 국부 손실을 초래한 혐의를 두고 있다.

권력형 부패 의혹을 한몸에 받고 있는 아프리카 최고의 여성부호 이사벨 두스 산투스[AP=연합뉴스 자료사진]

권력형 부패 의혹을 한몸에 받고 있는 아프리카 최고의 여성부호 이사벨 두스 산투스[AP=연합뉴스 자료사진]

현 앙골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사벨 부부는 유죄가 확정되면 수년 간 실형을 살 수도 있다.

이번 조사의 핵심은 주앙 로렌수 앙골라 새 대통령이 이사벨을 소난골 회장에서 해임한 후 몇 시간 만에 이사벨이 소난골에서 두바이에 있는 '빈 껍데기' 회사로 5천800만달러를 지불하도록 승인한 것과 관련돼 있다. 이사벨은 당초 문제의 두바이 컨설팅회사와 아무런 금전적 이해관계가 없다고 했지만 유출된 문서에서 이 회사는 자신의 매니저가 운영하고 친구가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이사벨은 자신이 해임된 후 친구 회사로 이 같은 막대한 액수를 지불한 것으로 보인다. 지불의 근거로 제시된 영수증 청구서에는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 설명이 별로 없다.

단지 관련 변호사들은 막연하게 앙골라의 석유산업을 구조조정하는 데 쓰였다고 해명했다.

이사벨의 남편도 룩셈부르크, 몰타, 네덜란드 등의 현란한 빈껍데기 회사들을 통해 다이아몬드회사 드그리소고노를 통제하고 있다. 앙골라 국영 다이아몬드 회사 소디암이 1억2천만달러를 이 보석 회사에 쏟아부었지만 이 회사는 현재 전적인 손실에 직면해 있다.

이밖에 이사벨은 2017년 9월 수도 루안다에서 해변이 보이는 알짜배기 국가 소유 부지 1㎢를 당시 대통령인 아버지가 내준 허가에 힘입어 헐값에 사들였다.

또 이사벨의 부동산 재개발 과정에서 해변에 살던 500가구 정도가 삶의 터전을 잃고 하수구가 옆에 있는 지구로 사실상 쫓겨났다고 BBC는 전했다.

이 같은 부정축재 의혹이 불거지자 PwC는 이사벨과 거래 관계를 끊었으며 "매우 심각하고 우려되는 혐의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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