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죽음 헛되지 않아" 유가족·장기이식 미국인 '특별한 만남'
송고시간2020-01-20 12:02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한국도 유가족과 이식인 간 서신 교류 허용해야"
(서울=연합뉴스) 장우리 기자 = 2016년 미국 유학 중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상태에 빠진 고(故) 김유나(사망 당시 18세) 양은 세상을 떠나기 전 장기를 기증해 미국인 6명의 생명을 살렸다.
당시 김 양에게 신장과 췌장을 이식받은 킴벌리(24)씨가 김 양의 가족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자 한국을 방문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킴벌리 씨와 김 양의 부모 김제박(53)·이선경(48)씨 간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다.
2세 때부터 소아당뇨로 투병해왔던 킴벌리 씨는 18세 무렵 당뇨 합병증으로 신장이 모두 망가져 혈액 투석기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연명해 왔다.
19세 때 김 양의 장기를 이식받아 건강을 회복했다는 킴벌리 씨는 "유나는 나에게 신장과 췌장만을 준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생을 선물해 줬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 양의 어머니 이선경 씨도 킴벌리 씨를 뜨겁게 포옹하며 화답했다. 이씨는 "편지를 통해 딸의 생명을 이어받은 이식인들이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 큰 위안이 됐다"며 "킴벌리의 건강한 모습을 보니 유나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고 누군가에게 희망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모임인 '도너패밀리'도 참석했다.
이들은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이 만나는 모습이 정말 감격스럽다"고 밝히며 국내에서도 유가족과 이식인 간 서신 교류를 허용해달라고 촉구했다.
현행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장기이식법)은 장기기증인과 이식인이 서로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전 등이 오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도너패밀리는 "사랑하는 가족의 생명을 이어받은 사람들의 소식이 궁금하다"며 "잘 지내고 있다는 안부라도 주고받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김동엽 운동본부 사무처장도 "유가족들은 장기기증 결정으로 이식인의 건강이 회복됐다는 사실에 큰 위로를 받는다"며 "법 개정을 통해 미국처럼 기관의 중재 하에 기증자 유가족과 이식인이 교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iroow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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