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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경찰의 새 전략 "폭력 발생하자마자 해산시켜라"

송고시간2020-01-20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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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파 크리스 탕 취임 후 공격적 전략 전환…대언론 공세도

야당·인권단체는 "강경 대응은 더 큰 분노 불러" 반발

시위대 향해 최루탄 쏘는 홍콩 경찰
시위대 향해 최루탄 쏘는 홍콩 경찰

(홍콩 AFP=연합뉴스) 홍콩 경찰이 19일 시내 차터가든 광장에 모인 민주화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하고 있다. jsmoon@yna.co.kr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지난해 말 신임 경찰 총수가 취임한 후 홍콩 경찰의 시위 진압 전략도 새로운 공격적, 선제적 전략으로 전환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9일 강경파인 크리스 탕이 홍콩 경찰 총수인 경무처장에 임명된 후 홍콩 경찰은 폭력이 발생하자마자 시위 진압에 나서는 강경하고 적극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100만 명이 넘는 홍콩 시민이 모여 벌인 도심 시위였다.

빅토리아 공원의 집회 후 도심인 센트럴까지 행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가 HSBC은행 완차이 지점을 공격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유리벽 등을 부수고, 센트럴 지점에는 불을 질렀다.

이에 경찰은 집회 시작 후 3시간가량 지난 오후 5시 30분 행진 중단을 명령하고, 이에 불응하는 시민 400여 명을 무더기로 체포했다.

이는 평화 행진이 다 끝난 후 화염병, 돌 등을 던지는 시위대의 과격 행위가 도심 곳곳으로 확산하고 나서야 본격적인 진압에 나섰던 지금까지의 방어적인 시위 진압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전략이었다.

지난 5일 성수이 지역에서 중국 본토에서 오는 보따리상 단속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을 때도 경찰은 집회가 끝나자마자 시위대 해산에 나섰고, 이에 반발하는 시민 100여 명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전날 센트럴에서 시민 15만 명이 벌인 완전 직선제 요구 시위에서도 경찰은 일부 시위대의 과격 행위가 벌어지자 집회 시작 2시간 만에 집회 해산을 명령하고, 이에 불응하는 시민들은 모조리 검거했다.

이러한 작전은 집회가 다 끝나기도 전에 시위대 해산에 나선다는 의미에서 '허리 끊기(腰斬)' 작전으로 불린다.

홍콩 경찰은 HSBC은행, 베스트마트360 등 친중 기업으로 비판받아 시위대의 공격 대상이 되는 기업 점포 근처에서 사복 차림으로 잠복하고 있다가 시위대의 공격이 발생하자마자 이를 진압하는 작전도 펼치고 있다.

크리스 탕 경무처장은 언론에 대해서도 공세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초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발생한 후 11월까지 홍콩 경찰이 언론사에 항의 서한을 보낸 것은 6번에 불과했다.

하지만 크리스 탕 경무처장 취임 후 지금껏 경찰이 언론사에 항의 서한을 보낸 것은 무려 32차례에 달한다. 특히 시위대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빈과일보에는 항의 서한을 28번이나 보냈다.

일부에서는 홍콩 경찰의 이러한 공세적, 선제적 전략에 힘입어 새해 들어 폭력 시위가 크게 줄어들고, 시위 진압을 위한 경찰의 최루탄, 고무탄 사용도 대폭 감소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 야당과 인권단체는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권단체 홍콩인권감찰의 로육카이 간사는 "크리스 탕 경무처장은 양의 탈을 쓴 늑대와 같다"며 "그의 취임 후 홍콩 경찰은 모든 규정을 무시한 채 자의적으로 무차별 검거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야당인 민주당의 테드 후이 의원은 "사회는 화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전략은 옳지 않다"며 "경찰이 강경한 작전을 펼치면 사회는 더욱 분열하고,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도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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