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본색' 왕용범 연출 "라스베이거스 상설공연이 목표"
송고시간2020-01-20 17:47
유준상 "어떻게 더 절실하게 만들어갈까 아직 고민중"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10년 전 '영웅본색'과 '천녀유혼'을 뮤지컬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젊을 때 꿈을 이뤄가는 것 같아요. 창작 뮤지컬이 어떻게 보면 불가능한 시도인데 '프랑켄슈타인', '벤허'를 성공시켰죠. '영웅본색'을 본 관객이 즐거워하시고 신선해하는 걸 보니까 이번에도 불가능한 것을 해냈다는 자부심이 듭니다."
창작 뮤지컬 '영웅본색' 왕용범 연출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명륜동 한 카페에서 배우 유준상과 함께한 라운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왕 연출은 그동안 '삼총사', '잭 더 리퍼',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 창작 뮤지컬을 무대에 올려 성공시켰다. 대극장 공연 작품 중 처음으로 '프랑켄슈타인'을 해외에 수출했고, '벤허'도 일본 진출을 앞두고 있다.
왕 연출은 "목표와 도전이 없으면 작품이 진부하고, 관객이 지갑을 여는 데 수월한 것만 하게 된다. 김연아 선수, BTS, 봉준호 감독에 이어 이제 뮤지컬이 한류를 새롭게 시도하고 있다"며 "'영웅본색'을 보는 것은 우리나라 뮤지컬이 전 세계로 나가는 모습을 목격하는 것"이라고 했다.
유준상은 이에 대해 "브로드웨이에 가서 공연해도 절대 밀리지 않는 작품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뮤지컬의) 위상이 높아졌다. 관객이 알아봐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영웅본색'은 발광다이오드(LED) 패널 1천여장을 이용한 입체 무대를 통해 홍콩의 다양한 풍경을 생생하게 보여줘 '영화 같은 뮤지컬'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왕 연출은 LED 패널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 "빛의 도시 홍콩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장면 전환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결국은 배우들의 연기를 빛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워낙 전설적인 배우들이 연기한 작품이어서 캐스팅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절대 뒤지지 않는 배우들이 절절하게 연기한다"며 "내 것을 희생하고 약속을 지켜가는 모습을 젊은 세대와 공유하고 싶었고, 배우들이 설득력이 있어 연출로서 만족한다"고 했다.
왕 연출과 유준상은 뮤지컬 콤비로 통한다. '삼총사'를 시작으로 '잭 더 리퍼', '프랑켄슈타인', '벤허'를 함께했다.
그 이유에 대해 왕 연출은 "유준상 배우는 무대를 소중히 하는 마음, 관객을 존중하는 태도를 지켜가는 데 큰 기둥이 되고, 배우들의 마음도 채워준다. 같이 하면 두려울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팔순 때 예술의전당을 물로 채워놓고 배를 띄워 '노인과 바다'를 (유준상 배우) 1인극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유준상은 작품에서 홍콩 암흑가를 떠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는 '송자호'를 연기한다. 그는 연기할 때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누아르는 대사나 노래가 많지 않아 어떻게 하면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들어오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어떻게 더 절실하게 장면을 만들어갈까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할 때 매일 일지를 쓴다는 그는 "무대는 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스태프, 관객이 함께하기 때문에 무대 정신을 지키려 노력한다"며 "이렇게 힘들고, 처절한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지를 쓴다"고 밝혔다.
왕 연출은 단테의 '신곡'을 오래전부터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기술이 뒷받침하지 못해 실현하지 못하지만 머지않아 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왕 연출은 "홍콩 공연에 이어 중국을 찍고 라스베이거스 상설공연까지 전 세계에서 공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해외 시장을 함께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영웅본색'은 3월 22일까지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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