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으로 나온 이모지…디지털 시대 교감법

강종훈 기자 기자 페이지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2015년 옥스퍼드 사전은 그해의 단어로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얼굴 모양 이모지(emoji)를 선정했다. 처음으로 알파벳이 아닌 그림 문자를 선택한 파격이었다.

그만큼 메신저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이모지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미묘한 감정까지 손쉽게 전달하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헝가리 디자이너이자 비주얼 아티스트인 키스미클로스(39)는 현대인의 디지털 대화에 빠지지 않는 이모지를 현실로 끌고 나왔다.

그는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 철자를 조합해 노란색 둥근 원에 그려 넣은 시리즈를 만들고, 이를 이모티콘과 픽토그램(pictogram)의 합성어인 '이모그램'(emogram)이라고 불렀다.

알파벳을 구성요소로 사용한 이모지다. 단어 'COOL'을 예로 들면 옆으로 눕힌 C가 입 모양이 되고, O 두 개가 눈, L이 눈썹이 되는 식이다.

글자 모양과 배치를 디자인하는 타이포그래피에 관심이 있던 작가가 디지털 시대 인간의 교감과 상호작용에 대한 고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결과다.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은 개점 1주년을 기념해 키스미클로스의 한국 첫 개인전 '이모그램 위드 러브'를 다음 달 23일까지 개최한다.

작가의 13개 이모그램 가운데 'NICE', 'COOL', 'LOVED', 'CUTE', 'BOLD', 'LUCKY' 7개 긍정적인 의미 단어만 활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모그램이 인쇄된 1천개 노란 공으로 가득 찬 '볼 룸'(Ball Room)이 대표작이다. 관객들이 방 안에 들어가 이모지 공을 가지고 놀며 실제 감정을 표출하고 나누는 듯한 경험을 하도록 꾸민 관객참여형 작품이다.

이밖에 2ｍ 크기 대형 풍선, 배지와 조각 등 이모그램을 활용한 여러 작품을 본다.

노란 이모그램 작품들은 1963년 '스마일리' 캐릭터를 처음 만든 미국 광고디자이너 하비 볼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키스미클로스는 "온라인에 있는 이모지, 이모티콘을 실제 세상으로 꺼내야겠다고 생각해 이모그램을 입체적으로 만들었다"라며 "관객들이 작품에 친숙하게 다가가고 감정을 나눴으면 했다"고 말했다.

키스미클로스는 그래픽디자인, 웹디자인, 패키지디자인, 실내건축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 디자인 작업을 해왔으며 순수 예술 분야도 넘나든다. 이모그램 시리즈는 지난해 광주비엔날레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doubl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0/01/22 07: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