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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 사태 속 선장 잃은 이탈리아 집권당…연정 불확실성 증폭(종합)

송고시간2020-01-23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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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마이오 외무장관 "오성운동 대표 사임…새 시대 준비할 시점"

연정 앞길 영향 불가피…에밀리아-로마냐 지방선거 판세도 주목

22일(현지시간) 오성운동 당 대표 사임을 발표하며 작별 인사하는 루이지 디 마이오 외무장관. [AP=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오성운동 당 대표 사임을 발표하며 작별 인사하는 루이지 디 마이오 외무장관. [AP=연합뉴스]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연립정부를 떠받치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이 갈림길에 섰다.

2년여간 당을 이끌어온 루이지 디 마이오 외무장관이 자신의 리더십을 둘러싼 내분 속에 소속 의원들의 '탈당 도미노'가 현실화하자 결국 당권을 내려놓는 길을 택했다.

디 마이오 장관(34)은 22일(현지시간) 당원 연설에서 오성운동 대표직에서 사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1시간가량 진행한 연설에서 "한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며 "후임자가 오성운동을 재창당해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디 마이오 장관은 애초 내각 직책은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최근 측근에게 "한발 물러설 때다. 지쳤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져 장관직까지 던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성운동은 비토 크리미 상원의원을 임시 당 대표로 추대하고 오는 3월 전당대회에서 정식 당 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당 운영을 맡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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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운동 당 대표에서 물러나는 루이지 디 마이오 외무장관(왼쪽)과 비토 크리미 임시 당 대표. [AFP=연합뉴스]

2017년 9월 당권을 잡은 디 마이오 장관은 이듬해 3월 총선에서 33%의 득표율로 오성운동을 창당 9년 만에 이탈리아 집권당으로 등극시키며 파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하지만 이후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며 반 토막 난 당 지지율에 주요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하며 리더십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최근 한 달 새 10명 안팎의 상·하원 의원들이 당 운영 방식과 당의 미래에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치며 잇따라 탈당하면서 퇴로를 찾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렸다.

애초 3월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되는 당 대표에게 당권을 물려주고 자연스럽게 2선으로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이러한 '탈당 도미노'가 사퇴 결심을 앞당겼다는 분석이다.

2013년 총선을 통해 불과 26세의 나이에 하원에 입성해 역대 최연소 하원 부의장 및 외무장관 등 입지전적인 정치 이력을 세웠지만, 당내 조직적인 반란을 진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작년 9월 중도좌파 성향인 민주당과의 새 연정을 성사시키는데 산파 구실을 하고 이후에도 연정 유지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온 디 마이오 장관의 사퇴로 연정의 불확실성도 한층 커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세페 콘테 총리와 니콜라 진가레티 민주당 대표 등 연정 핵심 인사들은 "디 마이오 장관의 당 대표직 사임이 연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방어막을 치고 있으나 오성운동 리더십 교체가 연정에 불러올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지 정가에서는 아울러 민주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에밀리아-로마냐주(州) 지방선거(26일)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오성운동의 내분 사태가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에밀리아-로마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줄곧 좌파가 우위를 보여온 '좌파의 성지'로 불리지만 최근 동맹을 중심으로 한 우파연합이 급속히 지지세를 불리며 판세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 10월 움브리아주 지방선거에서 실험적 시도로 단일 후보를 내세웠다가 우파연합에 참패한 오성운동과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선 독자 후보를 내면서 분열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게 된 것도 변수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연정이 지속 가능할지, 아니면 붕괴 수순을 밟을지가 판가름 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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