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에게 새 삶 선물한 10대 소녀, 동백꽃 되어 우리 곁에
송고시간2020-01-23 15:06
세상 떠나기 전 장기기증한 김유나 양 기리는 나무 심어
장기 이식받은 킴벌리 씨 참석 '눈길'…"유나는 나의 영웅"
(서귀포=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2016년 미국 유학 중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상태에 빠진 김유나 양.
세상을 떠나기 전 장기를 기증해 미국인 6명에게 새 생명을 나눠주고 하늘나라로 떠난 열여덟 소녀가 붉은 꽃이 활짝 핀 동백나무로 다시 돌아왔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23일 오전 서귀포시 '라파의 집'에서 생명을 나눈 김 양의 4주기를 맞아 식수 행사를 했다.
2016년 1월 제주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김 양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졌다.
유가족은 딸과의 마지막 아름다운 작별 인사를 나누고자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그렇게 김 양의 심장은 33세 소아청소년과 의사에게, 폐는 68세 남성에게, 오른쪽 신장은 12살 소년에게, 왼쪽 신장과 췌장은 19세 소녀에게, 간은 2세 영아에게, 각막은 77세 남성에게 이식됐다.
이날 식수 행사에는 김 양의 부모 김제박·이선경 씨가 참석했다.
또 김 양에게 신장과 췌장을 이식받은 킴벌리(24) 씨와 어머니 로레나 씨도 함께해 국내에서는 최초로 장기기증인 가족과 이식인간의 만남이 이뤄졌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장기이식법)에 따르면 장기기증인과 이식인이 서로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금전 등이 오갈 수 있는 우려 때문이다.
이번 만남은 국내가 아닌 미국에서 이뤄진 장기기증이라 성사될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유가족과 이식인 간 서신교류가 가능하고 이 과정에서 양 측이 동의하면 만남도 가능하다.
2세 때부터 소아 당뇨로 투병해왔던 킴벌리 씨는 18세 무렵 당뇨 합병증으로 신장이 모두 망가져 혈액 투석기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연명해 오다 19세 때 김 양의 장기를 이식받았다.
장기이식 후 건강을 회복한 킴벌리 씨는 지난해 11월 결혼해 가정을 꾸리기도 했다.
킴벌리 씨는 "유나는 나에게 신장과 췌장뿐 아니라 새로운 삶을 선물해 줬다"며 "유나는 항상 내 안에 살아있다"고 말했다.
김 양을 기리는 식수는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꽃말을 가진 동백나무.
김 양의 아버지 김제박 씨는 '유나야 사랑한다'는 문구를, 킴벌리 씨는 '유나는 나의 영웅이다'라는 문구를 메시지 카드에 적어 이 나무에 걸었다.
김 양의 부모는 "딸의 장기를 이식받은 킴벌리 씨가 건강하게 사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쁘다"며 "이렇게 한국까지 우리를 만나러 와줘 고맙고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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