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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n스토리] 홀몸 노인들과 30년간 돼지갈비 나눈 홍순일씨

송고시간2020-01-2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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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손 아동들에게도 기부…"이웃 위해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 돼"

(군포=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기부는 대단한 게 아니에요. 이웃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면 됩니다."

30년간 소외계층에게 돼지갈비 기부하는 홍순일씨
30년간 소외계층에게 돼지갈비 기부하는 홍순일씨

[류수현 기자 촬영]

약 30년째 홀몸노인과 결손 가정 아동 등 소외된 계층에게 돼지갈비를 기부하고 있는 홍순일(58)씨는 기부에 대한 소신을 이렇게 말했다.

1997년부터 경기 군포시에서 90여석 규모의 숯불 돼지갈빗집을 운영하는 홍씨는 매달 둘째 주 화요일만 되면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가게 문을 활짝 열어놓는다.

'공짜' 숯불 돼지갈비 소식을 알리는 별다른 홍보 문구가 없이도, 워낙 오랜 시간 나눔을 실천해온 터라 이날은 더욱 홍씨 가게는 어르신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양껏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적적한 일상에서 벗어나 친구나 지인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어 어르신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이다.

간혹 서울과 다른 지방에서도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례도 있는데, 홍씨는 가게를 찾는 모든 어르신을 웃는 얼굴로 대접한다.

홍씨는 지역아동센터에도 60인분가량의 양념갈비를 보내는 등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도 신경 쓰고 있다.

그가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하리라'고 마음먹은 계기는 10대 시절인 4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원 삼척시 한 산골 마을에서 태어난 홍씨는 가난한 가정형편으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상경했다.

홍순일씨 음식점을 찾은 어르신들
홍순일씨 음식점을 찾은 어르신들

[홍순일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신문 배달과 구두닦이 일을 하는 고된 생활 속에서도 야간학교에 다니며 공부를 놓지 않았다.

그때 한 선생님이 수업 중 "내가 사회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도움을 사회에 돌려주는 삶을 살라"고 했고, 이 말은 홍씨의 가슴 한편에 새겨졌다.

군대 졸업 후 식당 주방에서 일하며 생활전선에 뛰어든 홍씨는 30살이 됐을 무렵 야학에서 만난 선생님의 가르침을 떠올렸다.

그는 곧바로 월급의 10%를 떼서 돼지갈비를 사 직접 양념에 재운 뒤 어르신들과 어린이들에게 보내기 시작했다.

당시 쉽게 먹을 수 없는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과 자신 있게 해줄 수 있는 음식을 떠올렸을 때 생각난 메뉴였다.

홍씨는 24일 "가정형편이 어려웠고 부모님도 일찍 돌아가셨다"며 "어르신들을 보면 제 부모 같고 아이들을 보면 힘들게 살았던 제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아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돼지갈비 나눔 소식을 듣고 사진을 찍는 분들이 찾아와 어르신들의 영정 사진을 촬영해 주기도 했고, 봉사단체에서 음식 서빙을 해주는 등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며 "이 일을 꾸준히 오래 할 수 있도록 아프지 않는 것이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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