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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사람' 중국 전역서 쫓겨난다…인접국도 관광객 거부 잇따라(종합)

송고시간2020-01-27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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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는 '강제격리' 조치…필리핀·말레이·대만 등 中 관광객 'NO'

중국 내부선 우한인 마을 진입 막고, 강제 추방하기도

"전염병보다 인간 본성이 더 무섭다…동포애 발휘해야" 비판도

중국의 한 마을에서 총기 모양의 물건을 들고 후베이인의 진입을 막는 모습
중국의 한 마을에서 총기 모양의 물건을 들고 후베이인의 진입을 막는 모습

빈과일보 캡처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武漢) 폐렴'이 중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발병 근원지인 우한시와 후베이(湖北)성 사람들이 중국 전역과 인접국에서 쫓겨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3일 '우한 봉쇄령'을 내렸지만,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기간 우한을 떠난 사람은 500만명에 달한 것으로 전해져 중국 안팎에서 우한 폐렴의 급속한 확산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LO1jrE0T4kw

27일 외신과 홍콩 명보,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중국의 특별행정구역인 마카오 정부는 우한시는 물론 우한시가 있는 후베이(湖北)성에서 온 중국 본토인 모두에게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마카오를 떠날 것을 명령했다.

이는 우한 폐렴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도 해당하며, 마카오를 떠나지 않는 후베이성 사람들은 정부가 지정한 격리 시설에 머물러야 한다.

현재 마카오에 머무르는 우한 출신은 1천390명,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 출신은 2천132명이다.

마카오 정부는 격리 시설 수용을 거부하는 후베이인은 강제로 수용시킬 예정이다.

격리 시설은 경찰이 지키면서 출입을 통제하고, 수용된 사람 중 우한 폐렴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 시설로 이송할 방침이다.

후베이성에서 오거나 최근 14일 이내 후베이성을 방문한 적이 있는 중국 본토인은 마카오 입경 때 우한 폐렴에 걸리지 않았다는 진단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진단서가 없으면 입경이 거부된다.

현재 마카오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모두 5명이다.

우한에서 온 한 58세 여성의 경우 지난 23일 마카오 도착 때 어지러움 등을 호소해 검사를 받았으나 음성 판정을 받았다가, 전날 검사 때에야 비로소 우한 폐렴 양성 판정을 받아 마카오인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마카오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특별행정구역인 홍콩 정부도 이날부터 후베이성 거주자나 최근 14일간 후베이에 머물렀던 적이 있는 사람들의 입경을 원칙적으로 불허하기로 했다.

마카오와 홍콩에서는 이날까지 각각 6명과 8명의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후베이성 접경 마을에서 흙으로 후베이성으로 통하는 터널을 막는 모습
후베이성 접경 마을에서 흙으로 후베이성으로 통하는 터널을 막는 모습

빈과일보 캡처

후베이인에 대한 거부는 마카오는 물론 중국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 유포되는 동영상을 보면 산시(陝西)성의 한 호텔에서는 직원이 후베이인의 투숙을 거부하자 이 후베이인이 거칠게 항의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후베이인은 "중국 인민의 안전을 위해 우리 후베이성이 폐쇄됐는데, 어떻게 나를 내쫓을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에서는 '악(鄂·후베이성의 별칭)' 자가 있는 번호판을 단 차량의 통행이 거부되는 모습이 찍혔다.

이 운전자가 내려서 온갖 사정을 하지만, 이 후베이성 출신 운전자는 끝내 통행이 거부된다.

후베이성과 인접한 한 마을에서는 중장비를 동원해 흙으로 후베이성과 통하는 터널을 아예 막아버리는 모습이 목격됐다.

일부 마을에서는 마을 입구에 검문소를 설치, 소총 모양의 물건을 든 마을 사람들이 검문검색을 통해 후베이인의 마을 진입을 막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베이징에서 일하는 한 우한 출신은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갔지만, 우한 사람은 우한에 돌아가서 치료를 받으라는 말만 듣고 진료를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후베이성과 접한 안후이(安徽)성에서는 한 후베이인이 강제로 차에 태워져 후베이성으로 돌려보내지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 후베이인은 "나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고 소리치지만, 경찰 등은 강제로 이 사람을 차에 태우고야 만다.

산둥(山東)성에서는 친구 집을 방문한 한 후베이인이 현지 경찰과 방역 요원에 의해 억지로 끌려 나오는 모습도 연출됐다.

이러한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중국 누리꾼은 "역병이 창궐하니 중국인의 무정한 면이 드러나는구나"라고 한탄했고, 다른 누리꾼은 "전염병이 무섭지만, 인간의 본성은 더 무섭다"고 일갈했다.

한 혁명 원로의 딸은 "후베이인들이 상갓집의 개(喪家之犬)처럼 쫓겨나고 있으니 동포애는 과연 어디로 갔는가"라고 한탄했다.

우한과 후베이성에서 온 관광객을 거부하거나 송환하는 일은 중국과 인접한 국가나 지역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필리핀 당국은 우한이 봉쇄되기 전 직항 노선으로 필리핀 중부 칼리보 공항을 통해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 634명을 오는 27일까지 돌려보내기로 했다.

주로 유명 관광지인 보라카이 섬에 머문 중국인 관광객들의 패키지 여행 일정이 끝나면 다른 지역 방문이나 일정 연장을 허가하지 않고 곧바로 본국으로 돌아가도록 한 것이다.

카르멜루 아르실라 필리핀 민간항공위원회 위원장은 "중국인 관광객들은 강제로 송환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에 따라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정부는 현재 대만에 머무르고 있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6천여 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28일까지 이들을 모두 내보내기로 했다.

대만은 추가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입경도 차단 중이어서 28일 이후에는 대만에 중국 본토 출신 관광객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우한시가 있는 후베이성에서 오는 중국인의 입국을 일시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현재까지 중국인 4명이 우한 폐렴 확진을 받았다.

북한은 지난 22일부터 중국 여행객의 입국을 막았고, 북한 고려항공은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과 자국민의 베이징발 평양행 탑승을 금지했다.

베이징과 평양을 오가던 '에어차이나'는 당분간 운항이 취소됐고, 북한 내 외국인의 중국 여행도 잠정 금지됐다.

몽골도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우려로 중국과 접경지대를 폐쇄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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