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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불법이지만 양성화해달라"…동해 무허가 숙박업소 단속 첫날

송고시간2020-01-2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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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고 숙박업소 등 46곳 단속 시작…"영업장 폐쇄·고발 조치할 것"

(동해=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불법인 줄 알지만 양성화해달라."

미등록 펜션업체 단속 나선 동해시 공무원. [촬영 이해용]

미등록 펜션업체 단속 나선 동해시 공무원. [촬영 이해용]

설날 일가족 6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원 동해시 토바펜션 폭발 사고와 관련 동해시가 미신고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단속에 나선 29일 불법으로 수년째 펜션 영업을 해온 업소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이날 오후 단속반이 묵호동 바닷가의 한 펜션으로 들어서자 업주 A씨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단속 공무원이 주거지역에서 펜션 영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영업장 폐쇄 조치 등을 하겠다고 하자 A씨는 양성화(합법화)를 요구했다.

3년가량 펜션 영업을 해온 A씨는 "상업지역이 아닌 주거지역에서 펜션 영업을 한 게 잘못된 것이라는 걸 알지만 주변에 이런 집이 한두 집이 아니니 용도를 변경해 살게 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읍소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가스 폭발사고가 난 토바펜션이 잘못한 바람에 여러 사람이 피해를 보게 됐다. 저 사람이 잘못해 덤으로 넘어가게 됐다"고 남 탓을 했다.

이어 "일주일에 세 팀 정도 받는 데 기름값도 나오지 않고 있다"며 "서로 공생하면 좋지 않겠나. 양성화해 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단속 공무원은 "소중한 인명 피해가 발생해 더 방치하기 어렵다"며 단속 의지를 밝히고 발걸음을 옮겼다.

미등록 숙박업체 점검하는 동해시 공무원. [촬영 이해용]
미등록 숙박업체 점검하는 동해시 공무원. [촬영 이해용]

다가구주택으로 신고해 8년째 펜션 영업을 하는 B씨도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양성화를 운운했다.

B씨는 "주거지역이어서 숙박 허가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아 다가구 주택으로 신고했다"며 "월 매출이 100여만원인데 관리비 등으로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함께 "세상이 다 법대로 하느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휴게 음식점 영업신고증으로 무허가 펜션 영업하는 업소. [촬영 이해용]
휴게 음식점 영업신고증으로 무허가 펜션 영업하는 업소. [촬영 이해용]

이곳과 계곡을 사이로 마주하고 있는 다른 펜션 업주 C씨는 합법적으로 영업하고 있다며 영업신고증을 가져오겠다고 잠시 자리를 떴다.

하지만 그가 정작 내놓은 것은 1층 휴게음식점 영업신고증에 불과했고 숙박업 영업신고증은 없었다.

개인 주택으로 신고하고 펜션 영업을 하는 것은 엄연히 건축법위반에 해당한다.

8년째 펜션 영업을 해온 C씨는 "초창기에는 월 700만원가량 벌었는데 요즘은 300여만원에 불과하다"며 "음식점 영업신고증으로 숙박까지 할 수 있는 줄 알았다"고 둘러댔다.

이날 4개조로 나눠 동시 단속이 이뤄진 현장에서는 미등록 숙박업체들이 단속에 대비해 매트리스 등을 옥상으로 부랴부랴 치우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해당 업소는 이번 단속 과정에서 가장 극렬하게 저항을 할 것으로 공무원들이 예상하는 곳이다.

매트리스 옥상으로 옮기는 미등록 숙박업체. [촬영 이해용]

매트리스 옥상으로 옮기는 미등록 숙박업체. [촬영 이해용]

지용만 식품안전팀장은 "숙박업소가 펜션, 민박업, 공유 민박 등으로 난립해 일원화하는 제도적인 개선책이 시급하다"면서 "무등록 숙박업소는 영업장을 폐쇄하거나 고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동해시가 단속에 나선 무허가 숙박업소는 한결같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있었다.

한 공무원은 "경치가 좋은 곳은 다 적법하지 않아 안타깝다"고 한마디를 했다.

동해시는 이날부터 10일 동안 미신고 숙박업소로 의심이 가는 46곳을 집중적으로 단속한다.

또 최근 각종 온라인 중개플랫폼을 통한 숙박 예약이 빠르게 확산하는 것과 관련 숙박 예약 사이트, SNS 등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현지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이와 함께 현행 농어촌정비법에는 민박과 펜션 등 미신고 숙박업소에 대한 벌칙과 행정처분 조항이 없어 단속의 한계가 있다고 보고 법령 개정 등을 당국에 요청할 계획이다

dm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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