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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우한 교민 품은 아산·진천 `대승적 용단'에 경의 표한다

송고시간2020-01-3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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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과 인근 지역에 체류하던 우리 교민과 유학생 등 368명이 정부 전세기를 통해 31일 오전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1차 전세기에 탑승하지 못하고 우한 현지에 남아 있는 교민도 350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중국 당국의 봉쇄 조치로 유령도시로 변한 우한에 고립돼 공포에 떨어야 했던 교민 가운데 절반가량이 어렵사리 우리 땅을 밟을 수 있었다. 그러나 따뜻해야 할 고국의 품속에서도 일부 국민의 냉대와 배타가 이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더욱더 힘들게 한다.

정부 전세기를 통해 입국했거나 입국할 우한 교민 720여명은 충남 아산의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나뉘어 격리 수용됐거나, 수용될 예정이다. 우한 교민은 이곳에서도 2주간 고립된 생활을 해야 한다. 외출은 물론 면회도 금지되고 식사는 배달된 도시락으로 방안에서 해야 한다. 방역 원칙에 따라 12세 이상은 1인 1실을 사용하게 되며, 보호자의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이만 가족과 함께 방을 쓴다. 방 밖으로 나오려면 미리 허가를 받은 뒤 마스크를 쓰고 이동해야 하며 교민 간의 만남도 제한된다. 사실상 창살없는 감옥이나 다름없는 감금 생활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이들을 고달프게 하는 것은 수용시설이 위치한 지역의 민심이다. 우한 교민 수용장소로 아산과 진천이 확정된 29일부터 이 지역 주민들이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일부 주민은 트랙터와 지게차, 경운기 등을 동원해 수용시설 진입로를 막고 시위를 벌였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양승조 충남지사는 거친 욕설과 고성을 들어야 했다. 계란 세례도 받았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머리채를 잡히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우한 교민들이 뜻하게 않게 불청객 신세가 된 것은 정부 책임이 크다. 정부가 격리시설 선정 초기부터 지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다. 주민들의 이해가 얽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주민의 동의를 먼저 얻는 것이 옳다. 순서를 뒤바꿔 장소부터 지정해놓고 동의를 구하려다 보니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격리시설 후보지로 천안을 선정했다가 아산·진천으로 변경하는 미숙한 대응은 주민들을 더욱 화나게 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산·진천 대다수 주민이 31일 긴 회의 끝에 교민 수용을 반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시위와 농성을 위해 게재했던 현수막과 천막도 모두 철거하기로 했다. 재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정부의 결정을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인 것이다. 이들 지역 주민의 용단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전문가들의 말처럼 격리수용은 감염병의 역내 전파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조치다. '배제와 혐오'는 감염자와 접촉자들을 숨게 해 병원체를 확산시킬 뿐이다. 응원을 보내야 할 곳은 또 있다. 교민을 따뜻하게 포용하자는 'We are Asan(우리가 아산이다)'이란 슬로건을 내건 우한 교민 환영 캠페인이다. 한 시민은 "고통과 절망 속에서 많이 힘드셨죠? " "아산에서 편안히 쉬었다 가십시오"라고 적은 손팻말을 촬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너와 나를 구분하지 않고 지혜를 모아 함께 역경을 이겨내는 이런 '동포애 바이러스'가 더 번져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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