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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뒷맛] 딸기는 언제부터 한겨울 과일이 됐을까

송고시간2020-02-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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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나이가 지긋한 이들은 딸기를 따뜻한 봄에 밭에서 수확하던 과일로 기억한다.

1980년대 이전에 딸기는 봄철(3∼5월) 과일에 가까웠는데 어느샌가 1∼2월에 더 친숙하고 맛있는 제철 과일이 됐다.

노지 재배하던 딸기를 하우스에서 키우는 농업 기술이 발달하면서 점차 겨울 과일에 가까워진 것이다.

특히 엄동설한에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된 데는 국산 딸기의 제왕 '설향'의 공이 지대했다.

2005년 충남농업기술원 논산 딸기시험장에서 설향이라는 품종을 개발하기 전까지 우리나라 딸기 생산은 일본 품종에 기대는 바가 컸다. 2005년에만 해도 육보(레드펄)와 장희(아키히메)라는 일본 품종 딸기가 국내 생산량의 85.7%를 차지했고 국내 육성 품종의 비율은 9.2%에 그쳤다.

국내 유통 딸기의 종류. 왼쪽부터 국산 품종인 설향, 매향과 일본 품종 육보, 장희.
국내 유통 딸기의 종류. 왼쪽부터 국산 품종인 설향, 매향과 일본 품종 육보, 장희.

[농촌진흥청 제공]

그러다 설향 개발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2005년 설향 출시 이후 국산 품종의 점유율이 치솟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토종 딸기는 전체 생산량의 95.5%에 육박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품종은 4.5%에 그쳤다.

역전극의 주인공인 설향은 국내 딸기 생산량의 87.6%를 점유했다.

설향이 대표적 '겨울 딸기'인 것이다. 2000년대 초까지 우리 딸기 시장을 장악하던 육보(출하 시기 2월), 장희(출하시기 12월이나 저장성이 약함)의 자리를 한겨울에도 싱싱하고 맛있게 출하되는 설향이 대신하면서 딸기가 겨울에 익숙한 과일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대 초반 6천억원대이던 국내 딸기 시장의 규모가 최근 2배를 웃도는 1조3천억원으로 성장한 주역으로도 설향이 꼽힌다.

설향의 '대박' 요인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함께 만족시킨 데 있다.

재배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데다 생산량이 많은 점이 다수의 딸기 농가가 설향이라는 품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설향은 매력 있다. 저온이 유지되는 겨울철 딸기다 보니 성숙 기간이 봄철에 비해 길어 당 축적율이 높다. 봄 딸기의 당도가 보통 10브릭스 정도라면 겨울딸기인 설향은 12브릭스 정도가 나온다고 알려져 있다.

단맛과 함께 신맛도 적절히 조화되며 과즙도 풍부하다. 식감과 저장성에 영향을 미치는 과육의 단단함도 적절히 갖춘 편으로 평가받고 있다.

단, 한 가지 품종이 국내 딸기 생산량의 90% 가까이 '단독질주'를 한다는 점에서 다양성 부재에서 오는 부작용이 우려되기도 한다.

농촌진흥청 채소과 김대영 연구관은 2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설향이 좋은 품종이기는 하나 봄철에는 당도가 떨어지고 저장성이 약해지는 특징이 있다"며 "한가지 품종이 주를 이루다 보면 병해충에 대한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품종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관은 "다른 품종이 설향보다 품질은 우수하지만 생산성이나 재배 안정성에서 약간 못 미쳐 농가 보급이 설향에만 쏠리는 면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 딸기 '킹스베리'
대형 딸기 '킹스베리'

계란보다 크고 당도가 높은 딸기 '킹스베리' 모습. 이 딸기는 일반 딸기보다 두 배, 일반 계란보다 큰 것이 특징이다. 평균당도가 높고, 은은한 복숭아향이 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설향의 독주에 비하면 생산 비율이 미미하나 죽향(점유율 2.7%), 주로 수출용으로 재배되는 매향(2.6%), 당도가 뛰어나고 복숭아향이 나는 금실(1.2%), 봉화 산타 마을에서 생산하는 싼타(0.6%) 등이 각각 특색을 갖춘 국산 품종이다.

최근에는 계란보다 커서 '대왕 딸기'로 불리는 킹스베리나 아리향 같은 거대 품종, 딸기는 빨갛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옅은 분홍색을 띠는 만년설 등이 특이한 딸기로 사랑받고 있다. 또 대관령, 태백 등 강원도 고랭지를 중심으로 여름 딸기의 재배 면적도 늘어나고 있다.

딸기철이 겨울로 앞당겨지면서 딸기를 이용한 다양한 디저트를 선보이는 호텔 '딸기 뷔페' 행사는 봄이 아닌 12∼1월이면 벌써 성황을 이룬다.

설향의 고향이기도 한 논산에서 매년 3월 말에 열리던 딸기 축제도 올해는 한 달 앞당겨 이달 19∼23일 개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행사는 취소됐다.

논산시청 관계자는 "논산 딸기가 제일 맛있는 때가 1∼2월이어서 올해부터 축제 일정을 앞당기기로 했었다"고 설명했다.

2019년 논산 딸기 축제
2019년 논산 딸기 축제

2019년 3월 20일부터 5일간 '상큼한 딸기향에 실려 오는 달콤한 만남'을 주제로 열린 충남 논산 딸기 축제 [연합뉴스 자료사진]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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