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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n스토리] "약자 존중받도록 역할" 김정희 신임 민변 광주전남지부장

송고시간2020-02-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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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 지원…"개인 기본권·소수자 생존권 관심"

김정희 신임 민변 광주전남지부장
김정희 신임 민변 광주전남지부장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제11대 지부장에 김정희 변호사(45·연수원 38기)가 취임했다. 2020.2.3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강도살인을 저지른 피고인을 변론하며 가장 큰 고민을 했어요. 일고의 가치도 없는데, 정말 나쁜 일을 하는 것이 변호사라는 생각도 했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제11대 지부장을 맡은 김정희 변호사(45·연수원 38기)는 3일 "기본권을 가지지 못한 소수자들이 존중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민변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그는 "누구라도 약간의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다면 그 일을 하는 것이 변호사"라며 "하물며 살인자도 기본권이 있는데 민주화와 평등의 낙숫물이 미치지 못하는 이들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호사가 되자마자 당시 회원이 10여명이던 민변 광주지부에 2009년 가입했다.

시국 사건 외에 노동자와 영세상인 등으로 민변의 활동 범위가 확대되던 시점이었다.

김 변호사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 관련 소송, 일명 '도가니' 사건으로 불리는 광주 인화학교 청각장애 학생 성폭력 소송 등에 참여했다.

법리적으로 불리하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재판은 사회가 밀어주는 과정에서 법 기술자의 예견과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미쓰비시 사죄하고 배상하라"
"미쓰비시 사죄하고 배상하라"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제 강점기 취직과 공부를 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동원된 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 소송도 승산보다는 같이 자리를 지킨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다.

양금덕 할머니 외 원고 7명이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일본에서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하고 2009년부터 광주에서 1인 시위를 할 때 민변 회원들도 돌아가며 시위에 동참했다.

당시 민변 지부장이었던 이상갑 변호사와 김 변호사는 할머니들을 대변해 1년 반 동안 미쓰비시와 협상을 진행했으며 더는 협상으로는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소송을 기획했다.

민변은 3차에 걸쳐 원고를 나눠 소송을 진행했고 양금덕 할머니 등 1차 소송 원고 5명은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2차(4명)·3차(2명) 소송 원고들도 항소심까지 승소한 상태다.

근로정신대 문제는 그가 살아왔던 것처럼 느리지만 바른길을 걸어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대하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배상 명령을 이행하지 않자 김 변호사는 법원에 미쓰비시의 국내 자산 압류·매각 명령을 신청했다.

이후 국제 송달로 소송 서류를 보냈으나 일본 외무성이 반송해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지연되는 사이 소송을 더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으며 소송 이외의 해결 방법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잘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 삼류국가로 전락할 텐데 장기적으로 일본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선배 변호사들이 민변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조직화를 이뤄냈다면 앞으로의 민변은 초심을 잊지 않고 낮은 곳을 향하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정치적 민주주의 추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인의 기본권을 지키는 것"이라며 "회원 의견을 수렴해 농업 노동자, 이주 노동자, 성 소수자 생존권에 관심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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