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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여기는 아니길"…중국인 확진자 4박5일 머문 제주 '긴장'

송고시간2020-02-03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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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후 확진 판정 중국인 동선 따라가보니…호텔·약국 임시 휴업

확진자 체류한 제주시 누웨마루 거리 상인들 불안, 공항 방역 '강화'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백나용 기자 = "여기가 맞지? 불안해 죽겠어"

한산한 모습의 제주 누웨마루 거리
한산한 모습의 제주 누웨마루 거리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3일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 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제주도는 지난달 21일 제주공항으로 입국해 25일까지 체류한 뒤 중국으로 돌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인 A씨가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 거리 인근에서 숙박과 쇼핑 등을 했다고 3일 밝혔다. jihopark@yna.co.kr

3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누웨마루' 거리. 누웨마루 거리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아 '제주 속 작은 중국'이라고 일컬어지는 곳이다.

하지만 제주 여행 후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인 A(52·여)씨가 딸과 함께 4박 5일간 주로 생활한 곳으로 알려지면서 거리는 적막했다.

특히 제주 체류 중 해열진통제를 구입, A씨가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제주에서부터 발열 등 신종 코로나 감염 증상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긴장감이 흘렀다.

한때 제주 시내 면세점과 인접해 쇼핑을 끝낸 중국인들이 물건이 꽉 찬 무거운 여행용 가방을 끌고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이날 누웨마루 거리에는 주민으로 보이는 몇 명만이 마스크를 낀 채 오갔다.

A씨가 여행 내내 머물렀던 누웨마루 거리 내 한 호텔을 방문하자 마스크를 낀 중국인 직원 한명 만이 안내데스크를 지키고 있었다. 안내데스크에는 손 세정제와 신종 코로나 주의를 당부하는 중국어 안내판이 놓여 있었다.

확진자 머물렀던 제주시의 한 호텔
확진자 머물렀던 제주시의 한 호텔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지난달 21일 제주공항으로 입국해 25일까지 체류한 뒤 중국으로 돌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인 A씨가 머물렀던 제주시 연동의 한 호텔 입구의 3일 오전 모습. jihopark@yna.co.kr

1층 로비를 오가는 손님은 한 명도 없었고, 안내데스크 너머로 보이는 모니터를 보니 3분의 2가량은 빈방으로 보였다.

방역을 한 때문인지 로비에 소독약 냄새가 가득했다.

해당 호텔은 임시 휴업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호텔 지배인은 "제주도로부터 어제(2일)야 중국인 확진자가 우리 호텔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들었다"며 "제주도가 앞으로 어찌해야 한다는 아무런 말이 없어 우왕좌왕하다 고객의 안전을 위해 현재 퇴실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면세점처럼 당장 문을 닫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기존 숙박 고객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해 현재 다른 숙소로 이동시키고 있다"며 "오늘 고객 이동을 마무리하면 바로 임시휴업에 돌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호텔에서 걸어서 2분 남짓, A씨가 해열진통제를 구매한 약국을 찾았다. 약국은 문이 닫힌 채였다.

영업시간은 평소 오후부터였다. 임시 휴업한다는 표시가 없어 일반 손님은 약을 사러 왔다 문이 닫힌 약국에 어리둥절하기가 십상이었다.

바로 옆 건물에서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던 근로자들은 부근 약국에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확진자 다녀간 약국 임시 휴업
확진자 다녀간 약국 임시 휴업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3일 오전 제주시 연동 한 약국의 문이 닫혀 있다.
제주도는 지난달 21일 제주공항으로 입국해 25일까지 체류한 뒤 중국으로 돌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인 A씨가 이곳 약국에서 해열제 등을 구입한 것으로 이날 확인했다. jihopark@yna.co.kr

누웨마루 거리 내 식당과 편의점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A씨가 머문 호텔 인근에서 영업 중이던 한 식당 주인은 "중국인 확진자가 해열진통제를 산 지난달 24일 호텔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던데 혹시나 우리 식당에 들른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며 "임시휴업도 문제지만, 소문이라도 잘못 나면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밥줄 끊기게 생겼다"고 탄식했다.

A씨가 여행 중 신라면세점 제주점 인근 치킨집에서 식사한 것도 확인되면서 주변 치킨집들도 비상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들도 A씨가 누웨마루 거리를 누볐다는 소식에 울상을 짓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별일 있겠냐 싶다가도, 혹시 나와 접촉한 중국인 중 한 명일까 불안한 게 사실"이라며 마스크를 고쳐 착용했다.

A씨가 방문했던 신라면세점 제주점과 롯데면세점 제주점은 전날부터 임시휴업에 돌입했다.

확진자 다녀간 면세점 임시 휴업
확진자 다녀간 면세점 임시 휴업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3일 오전 제주시 연동 롯데면세점 입구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걸려 있다.
제주도는 지난달 21일 제주공항으로 입국해 25일까지 체류한 뒤 중국으로 돌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인 A씨가 이곳 면세점 등을 다녀간 것으로 2일 확인했다. jihopark@yna.co.kr

A씨가 중국 입출국 시 오갔던 제주국제공항도 중국발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는 통로라는 불안감에 긴장감이 흘렀다.

관광객과 제주도민, 공항·항공사 직원 등 모두가 너나 할 것 없이 마스크를 쓴 채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특히 국내선과 국제선 도착장의 모습이 확연히 달랐다.

신종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자 제주 관광을 포기하는 내국인이 많아지면서 국내선 도착장은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반면 무사증(무비자) 입국제도 시행이 중단되기 하루 전인 이날 국제선 도착장에는 중국 푸동발 여객기가 도착해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제주를 찾았다.

2층 출발 대합실에서는 제주를 떠나는 한 내국인 관광객은 "많은 중국인이 제주를 찾아서 그런지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걱정이 된다"며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인이 제주 관광지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는 소식에 마음 편히 관광을 즐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제주공항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이 더욱 강화됐다.

텅 빈 제주공항 국내선 도착장
텅 빈 제주공항 국내선 도착장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가 이어지는 3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도착장이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bjc@yna.co.kr

정기 방역을 월 1회에서 주 2회로 대폭 늘렸고, 에스컬레이터·엘리베이터 손잡이와 버튼·안내데스크·카트 손잡이·화장실 기저귀갈이대 등은 매일 수시로 하고 있다.

사람들과 접촉이 잦은 신분검색대 직원 등에 대해서는 근무 시작 전 체온을 측정해 이상이 없을 경우에만 투입하고 있었다.

제주도에 따르면 A씨는 중국 우한 출신으로 지난달 21일 중국 춘추항공 항공편으로 중국 양저우에서 제주공항으로 입국해 25일까지 4박 5일간 제주를 여행했다.

A씨는 딸과 함께 무사증(무비자)으로 관광차 제주를 방문했으며, 제주 체류 기간 신종 코로나 감염 증세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양저우로 귀국한 직후인 26일 발열 증세를 보였으며 30일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의 딸은 감염 증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는 A씨가 4박 5일간 체류한 호텔 내 접촉자 5명을 확인하고 자가 격리 조치했다.

도는 또 버스 운전기사 1명, 옷가게 점원 1명, 편의점 종사자 2명 등 4명을 추가로 자가 격리조치했다.

도는 옷가게와 편의점 점주, 버스기사를 능동 감시 대상자로 분류하고 관할 보건소를 통해 1대1 관리도 하고 있다.

도는 A씨의 제주여행 일정을 고려할 때 오는 4일부터 단계적으로 잠복기가 종료되기 때문에 시급한 곳을 우선적으로 방역조치하기로 했다.

무사증 입국 중단 D-1 제주 찾은 중국인
무사증 입국 중단 D-1 제주 찾은 중국인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무사증(무비자) 입국제도 시행이 중단되기 하루 전인 3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도착장에서 중국인 여행객들이 들어오고 있다. bjc@yna.co.kr

dragon.me@yna.co.kr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ZSzwHqHmPG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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