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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액티브] 한 번뿐인 고교 졸업식·대학 OT 줄줄이…20학번의 우환?

송고시간2020-02-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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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정윤경 인턴기자 = "고등학교 졸업식 축소에 대학교 입학식, 오리엔테이션(OT)까지 취소됐어요. 이런 세대가 또 있을까요."

최근 경기도 부천의 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예원(20)씨는 서울의 4년제 대학교 입학을 앞둔 예비 '20학번'이지만 캠퍼스를 누빌 대학 새내기로서 설렘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사태로 각종 학교 행사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12번째 신종코로나 확진 환자가 부천 시내 곳곳을 다닌 것으로 확인되며 5일로 예정된 고등학교 졸업식이 보름 뒤로 밀렸고, 운동장이 아닌 교실에서 교내 방송을 통해 진행키로 하는 등 행사가 축소됐다.

대학교 행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달 중순 열릴 예정이던 신입생 새로배움터(새터·OT) 행사가 전면 취소됐고, 입학식도 없던 일이 됐다. 개강 이후 마련된 대형 강의나 행사 마저 취소되거나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수도권 한 고교 졸업 안내(왼쪽)와 대학 입학식 관련 안내.
수도권 한 고교 졸업 안내(왼쪽)와 대학 입학식 관련 안내.

[독자 제공]

이씨는 "수험생 시절 대학교 새터 영상을 보면서 동기부여를 받은 만큼 기대도 컸다"며 "새터에서 만나는 선배, 동기들과 교류하면서 학과 생활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받으리라 생각했는데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많은 대학이 신종코로나 확산 우려로 신입생 관련 행사를 잇달아 취소하자 새내기들이 아쉬움을 내비치고 있다.

각종 신입생 관련 행사가 취소되면서 대학 생활에 순탄하게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비 대학생이라고 밝힌 트위터 이용자 'seo******'은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조류독감으로 수학여행이 취소되더니 이번에는 신종코로나로 새터가 취소됐다"고 아쉬워했다.

서울대 입학을 앞둔 조상훈(20)씨는 "위험성을 생각하면 행사를 취소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당장 보름 뒤에 수강 신청을 해야 하는데 아무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시간표를 짜는 게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입생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한다.

이씨는 "학교에서 주최하는 단체 행사 취소가 이어지다 보니 캠퍼스 생활에 대한 정보를 알 길이 없어졌다"며 "조금이라도 학교생활을 한 경험이 있는 반수생 등이 수강 신청이나 학교생활 '꿀팁'을 알려주겠다고 해서 모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의 4년제 대학교에 입학할 딸을 둔 정모(51)씨는 "새터 취소는 적절한 조치라고 본다"면서도 "아이도 그렇고 부모들 역시 (입학과 관련해) 아는 내용이 없어서 막연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같이 입학하는 학생의 부모를 수소문해서 관련 정보를 공유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졸업식, 입학식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자영업자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서울시 노원구에서 15년째 꽃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이달(2월)이 1년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이렇게 한가하고 손님이 적은 경우는 처음"이라며 "5만원짜리 꽃다발의 예약 건수가 30건이 넘었는데 모두 취소한다고 해 전부 재고로 남게 생겼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30년째 펜션을 운영하는 이현우(57)씨는 "교회 수련회나 워크숍, 신입생 환영회 등이 모인 지금이 대목"이라며 "올해는 객실이 텅텅 비었다. 2∼3월에 본 손해만 3천만원에 달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부산의 한 대학교에서 열린 새내기 소원 풍선 날리기
지난해 부산의 한 대학교에서 열린 새내기 소원 풍선 날리기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학교 측도 이런 여론을 알고는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의 한 여대 홍보팀 관계자는 "입학식 등 신입생 관련 행사가 이렇게 전면 취소된 적은 개교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 우리도 당혹스럽다"며 "보완책 마련에 고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취소된 졸업식은 올해 8월에 열릴 여름학기 졸업식 행사와 함께 진행할 예정이지만 입학식이나 새터 등은 날짜를 미뤄서 진행하는 게 의미가 없지 않느냐. 학생들의 심정은 알지만 이해를 바란다"고 라고 전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09년 신종플루나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대규모 모임 행사가 취소되곤 했는데, 이번에는 전염 속도가 그보다 빠른 편이다"라며 "국가적 전염병 비상사태인 만큼 정부가 (단체 모임 등의 안전성 여부에 대해)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잡아 놓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라고 해석했다.

shlamazel@yna.co.kr

yunkyeong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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