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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피처] 세계가 모시던 유커, 신종코로나에 기피 대상으로

송고시간2020-02-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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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gSubNaL79o8

(서울=연합뉴스) '중국인 출입금지'(中國人 出入禁止).

지난달, 중국 관광객이 자주 찾는 서울 중구 한 음식점 출입문에 한때 이런 문구가 붙어 관심이 쏠렸습니다.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인 확산에 공포감이 커지자 중국인에 대한 불편한 정서가 생긴 겁니다.

실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거리나 관광지에서 음식점과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중국인 출입으로 인한 불안감을 호소합니다.

서울 종로구 한 카페 사장은 신혼이라 임신을 계획하고 있어 그런 우려가 더욱 크다고 말합니다.

"지금 제가 신혼 1년 차 조금 지났는데, 임신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런데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늘어나서 바이러스 때문에 사실 너무 무서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세계 각국이 모시던 '큰 손' 유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탓에 바이러스를 옮길지도 모른다는 기피 대상이 된 겁니다.

중국 관광객이 무사증(무비자)으로 입국하는 제주도의 음식점, 찜질방 등에서도 중국인 출입 제한을 둔 곳들이 생겨났습니다.

특히 제주에선 확진 판정을 받은 50대 중국인이 잠복기로 추정되는 기간 제주 곳곳을 누빈 것으로 확인돼 우려가 커졌습니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은 대중이 찾는 영업장이 타격을 입을까, 다른 손님에게 피해가 발생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입니다. 중국인 '차별'이란 비판이 나오지만 생계에 지장을 받지 않으려면 불가피한 안전 조치란 겁니다.

실제 확진자들이 다녀간 영화관, 면세점, 대형마트 등은 줄줄이 영업을 중단하거나 임시 휴업을 알렸습니다.

중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이화여대도 지난달 말 캠퍼스 내 외국인 관광객 출입을 금지했습니다. 이대는 이화(梨花)의 중국어 발음 '리화'가 돈이 불어난다는 뜻의 '리파'(利發)와 비슷해 근래 중국인들의 인기 관광지였습니다.

글로벌 팬들이 모이는 아이돌 가수 콘서트장에 중국 팬들 방문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불안감 확산을 반영하듯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국민청원에는 지난 5일 기준 67만 명 넘게 동의했습니다.

비단 한국뿐 아니라 지난달 일본 하코네 온천 인근 한 과자가게에서도 중국인 출입을 제한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서가 중국인 포비아, 혐오로 전락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극단적인 거부감 표출보다 바이러스에 함께 대응하자는 의미의 문구가 더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집단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는 심리"라며 "당장은 안정감을 찾을 수 있겠지만 나아가 어떤 집단이나 국민에 대한 혐오감을 키우게 돼 해당 집단에서도 반감이나 보복 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극단적으로 '차단한다', 극단적으로 '들어오지 마라' 거부하는 것보다 '몸이 안 좋거나 그러한 증상을 보일 때는 우리 식당에 들어오는 것을 조심해달라' 같은 바이러스 사태에 전반적으로 대응하는 문구를 제시해 모두가 조심하는 방향으로 바꿔보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습니다.

실제 서울 용산구 한 토스트 가게에는 이런 문구를 붙여놨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방지를 위해 당분간 중국 관광객을 받지 않을 예정이며 이용에 불편을 드리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우리 정부는 국민 여론과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지난 4일 0시부터 14일 이내에, 우한시가 속한 중국 후베이성 방문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했습니다. 제주 무사증 입국제도도 일시 중단했습니다.

그러나 정치권과 의료계 등에선 우한시 다수 주민이 이미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고, 후베이성 이외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 발생률이 높아 제한적인 입국 금지가 세계 추세에 맞지 않는 소극적 조치란 비판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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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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