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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법무장관 공소장 비공개 논란…관행과 규정은?

송고시간2020-02-0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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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소법은 재판 전 공소장 비공개 원칙…국회법은 제출의무 부여

'모순된 법조항 정비하고 공개결정 주체 명확히할 필요' 지적도

법무부 '靑 선거개입' 13인 공소장 비공개 논란 (CG)
법무부 '靑 선거개입' 13인 공소장 비공개 논란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법무부가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사건의 공소장을 기존 관행과 달리 공개하지 않기로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검찰이 주장하는 피고인의 범죄사실이 담긴 공소장은 그동안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 증언·감정법)에 따라 국회가 법무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절차를 거쳐 공개돼 왔다.

하지만 법무부가 종전의 관행과 달리 '형사소송법'과 법무부 내규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등을 근거로 공개하지 않기로 하면서 정치권 등에서는 4·15 총선을 약 두 달 앞둔 상황에서 여권에 악영향을 줄 것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일제히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중대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으로 국민적 관심이 크다"며 공익적 차원에서라도 공소장을 공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도 "법무부가 청와대를 비호해 공소장 비공개를 지시한다면 상상만 해도 화가 난다. 역지사지 해야 한다"라거나 "법무부 장관이 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에 잘 보이려 한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추미애 법무장관은 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 증언감정법에 따르면 (국회의 요구에 대해) 자료 제출 의무가 있는데 어디까지라는 기준이 없다"며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에 귀속돼 상위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고민을 했다"고 설명했다.

공소장 비공개 논란이 확산된 것은 관련 내용이 규정된 형사소송법과 국회 증언·감정법조문의 상호 충돌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47조는 '소송에 관한 서류는 공판의 개정 전에는 공익상 필요 기타 상당한 이유가 없으면 공개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원칙적으로 피고인에 대한 형사재판이 시작되기 전에는 재판의 형평성을 위해 공소장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형사소송법 규정에 비춰볼때 그동안 법무부가 자체 결정으로 공소장을 공개했던 것은 법 위반 논란의 소지가 있다. '공익상 필요 기타 상당한 이유'라는 예외적 사유가 법에 명시돼 있지만 그 판단을 법원에 구하는 절차 없이 법무부가 자의적으로 대 국회 공소장 제출을 해왔다는 점에서다.

반면 국회 증언·감정법 4조는 '국가기관이 국회로부터 서류 제출을 요구받은 경우 서류의 내용이 직무상 비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형사소송법 규정과 상관없이 국회가 요구하면 소송서류라도 반드시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해당 조항에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서류인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제출의무가 없다'고 규정돼 있지만 이번 사안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법무부는 국회 증언·감정법 4조 규정을 근거로 국회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작성자인 검찰을 통해 공소장을 확보해 제출했다. 형사소송법 위반 논란의 소지가 있었지만 그동안 법원도 이견을 내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회가 법무부에 공소장 제출을 요구하면 법무부가 대검에 다시 요청하는 식으로 공소장이 국회에 제출됐다"면서 "법무부가 공소장 작성 주체는 아니지만 검찰 상급기관이라는 이유로 관행으로 인정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상 권리인 '사생활보호'를 추구하기 위해 마련된 형사소송법 조문과, 또 다른 헌법상 권리인 '알 권리'를 구체화한 국회 증언·감정법 조문이 각각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보니 이런 '충돌 소지'가 잠복해 있었고, 결국 이번 일을 계기로 수면위로 올라왔다는 견해도 있다.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모순된 두 법 조항 중 어떤 것이 더 우위에 있다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 우리 법체계상 모든 법률은 동등한 효력을 갖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공소장 등 소송서류 공개 여부 및 범위에 대한 결정 주체를 명확히 하고, 법률간 충돌 소지도 없애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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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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