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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친박연대'는 되는데 '안철수신당' 안 되는 이유는?

송고시간2020-02-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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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안철수 신당 명칭사용 '불허'…2008년 친박연대는 '허가'

"안철수신당은 성·이름 모두 사용해 불허"…사전선거운동 효과 등 감안

지난 4일 '안철수 신당' 창당추진기획단 1차회의에서 발언하는 안철수 전 의원
지난 4일 '안철수 신당' 창당추진기획단 1차회의에서 발언하는 안철수 전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안철수 전 의원이 추진하는 '안철수 신당'의 정당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고 결정하면서 과거 명칭 사용 허가를 받았던 '친박연대'와 비교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선관위는 6일 전체회의를 열고 "'안철수 신당' 명칭은 정당지배질서의 비민주성을 유발할 수 있고, 정당 명칭으로 사전 선거운동이 가능하게 되며 투표현장에서 유권자가 안 전 의원과 후보자를 혼동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명칭 사용을 불허했다.

정당 설립에 관한 내용을 규정한 정당법이 아니라 '정당의 조직과 활동은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헌법 8조와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59조 등을 근거로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고 결론 낸 것이다.

정당법 41조는 '정당 명칭은 이미 등록된 정당이 사용 중인 명칭과 뚜렷이 구별돼야 하고, 헌법재판소 결정에 의해 해산된 정당의 명칭과 같은 명칭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정당 명칭과 관련된 유일한 법 조항이다.

이에 안 전 의원 측이 "정당법은 유사 당명과 위헌 정당으로 해산된 정당의 당명 외에는 당명 사용에 관해 어떠한 제한도 두고 있지 않다"며 "선관위 결정은 헌법과 무관한 과도한 해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안 전 의원 측이 이처럼 반발하는 배경에는 십수 년 전의 '친박연대' 허용 결정과의 형평성 측면이 있어 보인다. 2008년 선관위는 친박연대에 대해 '정당법상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명칭 사용을 허용한 바 있다.

선관위는 제18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2008년 3월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한 '친 박근혜' 성향 의원들이 설립한 친박연대에 대해 "특정인을 연상시킬 수 있는 정당 명칭은 사회 통념에 비춰볼 때 바람직하지 않지만, 유사명칭 사용을 금지하는 정당법 41조 규정 외에는 당명과 관련된 명시적 제한이 없다"며 명칭 사용을 허가했다.

지난 6일 '안철수 신당' 정당 명칭사용 관련 회의를 주재하는 권순일 선관위원장
지난 6일 '안철수 신당' 정당 명칭사용 관련 회의를 주재하는 권순일 선관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렇다면 선관위가 '친박연대' 사례와 달리 정당법이 아닌 헌법과 공직선거법을 근거로 '안철수 신당'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어떤 측면을 고려한 것일까?

선관위 결정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친박연대와 안철수 신당 모두 특정인을 연상시킬 수 있는 정당 명칭인데도 불구하고 선관위가 같은 사안에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고 지적한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친박연대와 무슨 차이가 있어서 거부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친안신당'이라면 허용되는 것인가"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와 관련, 선관위는 친박연대와 안철수 신당은 서로 다른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특정인을 연상시키는 정당 명칭과 특정인의 성과 이름을 온전히 사용한 정당 명칭에 대한 판단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특정인의 성과 이름을 그대로 정당 명칭으로 사용하면 '선거의 공정성'이 침해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성만 사용한 친박연대와 달리 안 전 의원의 이름과 성을 모두 갖다 쓴 안철수 신당은 헌법이 요구하는 '정당의 민주적 조직·활동'과 공직선거법이 규정한 '사전 선거운동 금지'에 명백하게 위배된다는 것이 선관위의 판단이다.

안철수 신당을 정당 명칭으로 사용할 경우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데도 사전 선거운동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투표용지에 후보자 이름 옆에 안철수 신당 명칭이 나란히 기재될 경우 유권자들이 혼동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판단으로 전해진다.

2008년 3월의 친박연대 출범식
2008년 3월의 친박연대 출범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렇다면 선관위가 과도한 법 해석으로 불허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은 타당할까? 행정청의 처분은 구체적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일부 있긴 하지만 선관위의 권한을 넘는 법 해석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정당법보다 상위 법령인 헌법과, 선거 공정성 관련 문제라는 현실적 이유를 들어 정당 명칭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이 선관위에 있다는 것이다.

김중권 전 한국공법학회 회장(중앙대 로스쿨 교수)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당은 헌법에 의해 그 조직과 구성이 민주적이어야 하고 내부의 의사결정도 민주적 절차를 따라야 한다"며 "정당 명칭이 이 같은 헌법 이념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선관위가 명칭 사용을 불허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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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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