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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쌍코피 흘리고 유랑극단처럼 강행군…오스카 캠페인

송고시간2020-02-1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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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북미 배급사 네온 협업으로 시너지

왜 캠페인에 뛰어드나…결국은 영화 흥행

오스카 위크 행사 참석한 '기생충' 봉준호 감독
오스카 위크 행사 참석한 '기생충' 봉준호 감독

(베벌리힐스 AFP=연합뉴스)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부문 후보작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 새뮤얼 골드윈 극장에서 열린 오스카 위크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9일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에서 열린다. ucham1789@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미국에서 처음 개봉하는 주에는 하루에 몇군데씩, 마치 봉고차를 타고 도는 유랑극단처럼 움직였죠."(봉준호)

통상 아카데미(오스카) 레이스에 등판하는 영화 첫 무대는 8월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열리는 텔루라이드 영화제다. '기생충'도 작년 8월 오스카 출품작으로 꼽힌 뒤 제46회 텔루라이드 영화제를 찾았다. 송강호는 "당시 콜로라도주를 돌아다니는데, 난생처음으로 쌍코피가 터졌다"며 강행군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스카 캠페인은 말 그대로 아카데미 후보 지명과 수상을 위해 벌이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5개월여에 걸친 장기전이다 보니 체력이 필수다. 봉 감독은 무려 500개 이상 외신과 인터뷰했고, 관객과 대화 무대에도 100차례 이상 섰다. 각종 영화제와 시상식도 직접 찾았다. 그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와 인터뷰에서 "감독을 갈아 넣는 식으로 엄청난 양의 관객과 대화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아카데미상은 심사위원 10여명이 최고상을 선정하는 여타 영화제와 달리 약 8천400명의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들 투표로 결정된다.

CJ 이재현 회장(왼쪽)-이미경 부회장
CJ 이재현 회장(왼쪽)-이미경 부회장

[CJ그룹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CJ ENM과 북미 배급사 협업

이들의 표심을 잡으려면 예산과 인력, 글로벌 영화계 네트워크 등이 동시에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기생충'은 투자 배급을 맡은 CJ ENM과 북미 배급사 네온((NEON)이 나섰다. CJ그룹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CJ ENM이 전체 캠페인 전략을 총괄하고, 네온은 북미 프로모션을 맡았다.

이재현 회장은 평소 "좋은 콘텐츠는 세계 어디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 독보적 콘텐츠를 만드는 데 주력해 전 세계인이 일상에서 한국 문화를 즐기게 하는 것이 나의 꿈"이라고 밝히며 양질의 콘텐츠 제작을 독려해왔다. 이미경 부회장은 글로벌 인맥과 문화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생충'을 칸영화제부터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섰다.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참석한 이 부회장은 이례적으로 시상식 무대에 직접 올라 소감을 말했다. 그는 "봉 감독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 그의 머리, 그가 말하고 걷는 방식, 특히 그가 연출하는 방식과 유머 감각을 좋아한다"면서 칭찬힌 뒤 '기생충' 제작진과 동생 이재현 CJ 회장, 한국 관객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봉준호 감독과 네온 톰 퀸 대표
봉준호 감독과 네온 톰 퀸 대표

2019년 10월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기생충' 로스앤젤레스 프리미어 행사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과 북미 배급사 톰 퀸 대표 모습.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북미 배급사 네온은 2017년 창립한 신생 회사지만, 그해 '아이, 토냐'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배출했다. '제미니' '보리 vs 매켄로' '불타는 여인의 초상' 등 작품성 있는 영화들의 북미 배급도 담당했다. 캠페인 기간 공식 트위터에 방탄소년단 로고를 패러디해 봉 감독 이름을 새긴 티셔츠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제시카송'을 게재하는 등 재치 넘치는 홍보로 눈길을 끌었다.

네온 설립자이자 CEO인 톰 퀸은 과거 미국 중견 배급사인 매그놀리아에 몸담을 때부터 봉 감독과 일했고, 봉 감독 영화 7편 가운데 '설국열차'를 포함해 5편을 미국에 배급했다. 그는 국내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영화 '괴물'을 본 뒤부터 봉 감독과 일해왔다. 오랫동안 동경했던 감독과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긴 아카데미 레이스에서 승리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톰 퀸은 지난해 한국콘텐츠의 미국 시장 진출과 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제15회 다리어워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스카 탄력받는 '기생충'…북미 상영관 1천개 돌파 (CG)
오스카 탄력받는 '기생충'…북미 상영관 1천개 돌파 (CG)

[연합뉴스TV 제공]

◇ 오스카 캠페인 '돈 잔치'…흥행 수익으로 보상

오스카 캠페인은 결국 '돈 잔치'다. 미국감독조합(DGA), 전미제작자조합(PGA) 등 미국 영화계 주요 직능 단체를 대상으로 시사회를 열고 고급 호텔을 빌려 리셉션과 파티 등도 열어야 한다.

통상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오스카 캠페인에 2천만∼3천만 달러(358억원)를 쓰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아카데미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넷플릭스 '로마'도 최소 2천500만달러(298억원)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항간에는 약 1천200억원을 썼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CJ ENM 역시 함구하지만 100억원대가량 썼을 것으로 영화계는 추정한다.

그렇다면 왜 오스카 캠페인에 이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이는 걸까. 결국은 흥행이 목표다. '기생충'은 지난해 10월 11일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3개 상영관에서 개봉했으나 골든글로브 수상과 오스카상 후보 지명 이후 인지도가 급상승하며 상영관이 1천60개로 늘었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 북미 수익은 9일 기준 3천437만달러(410억원)이며, 전체 글로벌 수익은 1억6천426만달러(1천960억원)에 이른다. '기생충'은 지난 7일에는 영국 내 100개 관에서 개봉했다.

'기생충'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는 "북미에서 블록버스터가 아닌, 작품성 있는 영화들이 박스오피스를 극대화하기 위해 가장 유효하고 확실히 검증된 방법이 바로 오스카 캠페인"이라며 "오스카 후보 지명을 기점으로 북미에서 화제가 되면서 북미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기생충' 관람이 재점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캠페인 비용은 결국 흥행을 위한 홍보마케팅 비용이라는 것이다.

'기생충'은 9일(현지시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4관왕을 차지함에 따라 전 세계적인 '기생충' 붐이 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ABC 방송이 생중계하는 오스카 시상식은 미전역에서만 약 3천만명이 시청하며, 전 세계에 방영됐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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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VBLQO0U8Vl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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