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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제보] "결혼식 눈앞인데"…예식장은 공사 중

송고시간2020-02-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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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사는 최모(35)씨가 보내주신 제보를 토대로 연합뉴스가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강다현 인턴기자 = "결혼식이 두 달 남았는데 갑자기 예식장 공사를 한다니요."

오는 4월 말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최모(35)씨는 지난 6일 서울 강남의 한 예식업체로부터 이런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예식장이 입주한 오피스빌딩 외관이 노후화돼서 6월 말까지 리모델링을 진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9월 예비 신부와 함께 결혼식장을 계약할 때만 해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최씨는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안전 문제"라며 "수백명의 하객이 몰리는 예식장인데 건물 외벽 대부분을 바꾸는 대규모 공사를 진행한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라고 털어놨다.

예식장이 입주한 오피스빌딩 모습
예식장이 입주한 오피스빌딩 모습

[촬영 강다현]

11일 오후 3시께 찾아간 예식장 건물은 사방이 약 5m 높이의 대형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었다. 예식장 입구는 출입을 통제한다는 팻말을 설치해 접근을 제한했다. 공사장 인부들이 공사 자재를 들고 오가는 모습도 보였다. 예식업체 설명과 달리 큰 공사가 진행 중인 것처럼 보였다.

이 건물에 입주한 다른 업체 직원은 "출근 시 건물 주변에 세워둔 크레인과 적재된 목재 등이 많아 위험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오는 6월 말까지 예정된 예식장 리모델링 공사 기간에 이미 결혼식을 했거나 식을 치르기로 한 신혼부부는 60쌍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오전 이곳에서 결혼식을 앞둔 석모(37)씨는 "지난주에 확인차 들린 예식장이 공사가 한창인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며 "당시 예식을 치른 신부의 하객들이 '여기 결혼식장이 맞느냐'고 물어볼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오는 5월 이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A씨도 "예식장 측에 항의했으나 '공사가 아니라 외벽 청소 정도'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예식업체 측은 공사 세부 일정을 협의하는 시간이 필요해 미리 공지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리모델링 공사가 1년 전에 계획된 것으로 밝혀져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강남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1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난해 4월 해당 예식업체가 입주한 건물주 측에서 대수선(리모델링) 공사 허가 신고를 냈고, 착공 신고 처리는 같은 해 9월 27일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대형 울타리로 둘러싸인 오피스빌딩 모습
대형 울타리로 둘러싸인 오피스빌딩 모습

[촬영 강다현]

이 예식장과 계약한 예비 신혼부부들이 계약을 취소하기도 쉽지 않다.

결혼식을 몇 달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예약할 수 있는 다른 예식장도 없거니와 대안을 찾더라도 취소에 따른 위약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최근 한국소비자원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예식업체 관계자는 "지금 공사 울타리만 세워뒀고 공사는 본격적으로 진행하지는 않은 상태"라며 "(고객 항의가 잇따르는 만큼) 공사 철수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만간 이와 관련한 입장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고객들에게도 알려드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보수 공사 주체인 오피스빌딩 관계자는 "예식업체와 공사 취소 여부를 논의 중"이라며 "건물이 세워진 지 20년이 넘어서 리모델링 공사가 필요하긴 했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예식장과 관련한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매년 150건 이상 발생했다. 피해 유형별로 보면 과도한 위약금 청구나 환급 거부 등 계약 해제와 관련한 것이 70%가 넘었다. 사업자의 과실로 인해 계약이 해제됐으나 배상금 지급을 거절한 경우도 6%를 차지했다.

박민경 소비자원 시장조사국 부장은 "계약서에 예식 시간과 지불 금액 등 주요 계약 내용을 명시하고 구두로 설명한 내용 중 중요한 사항은 자필로 기재해 놓아야 분쟁 발생시 대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shlamazel@yna.co.kr

rkdekgus1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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