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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중국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책임감 갖고 공식통계 신뢰높여야

송고시간2020-02-1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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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가 하루 만에 무려 10배 가까이 늘어나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중국 정부는 13일 신규 확진자가 1만5천76명, 사망자는 250명이라고 발표했다. 전날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1천명대, 100명 이하로 떨어지면서 코로나 19의 확산세가 정점을 지났을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이런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는 통계가 나온 것이다.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는 후베이(湖北)성, 그것도 진원지인 우한(武漢)에 집중됐다. 후베이성 보건 당국은 새 확진 기준을 적용하면서 발생한 통계상의 변화일 뿐 실제로 환자가 늘어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지금까지는 병원균 검출을 통해 감염 여부를 판단했으나 전날부터 발열, 기침 등의 증상이 있는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폐렴 증상까지 확인될 경우 의사가 확진자로 판정할 수 있는 새로운 '임상진단병례'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당국은 "의심 환자가 확진자처럼 조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중국 언론도 이번 기준 변경으로 감염이 90% 이상 확실한 임상 진단을 받은 1만3천332명이 확진 범위에 새로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런 설명대로라면 전날 실제로 추가 확진 받은 환자는 1천700여명인 셈이다.

중국 당국의 조치는 환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점에서 이해할만한 구석이 있다. 감염이 확실해 보이는데도 진단키트 부족 등으로 확진 판정을 받지 못하고, 결국 치료 사각지대에 놓였던 환자들이 혜택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수만 명의 환자가 발생한 우한 현지의 열악한 상황과 방역 관계자들의 고충 또한 공감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런데도 이번 일로 인해 중국의 공식 통계에 의구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의심 환자를 진단할 수 있는 의료 인프라의 부족을 핑계로 그동안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를 의도적으로 축소했다는 의심을 받을 만한 상황이다. 후베이성과 우한의 당서기가 확진자 발표 직후 별다른 배경 설명 없이 동시에 경질된 것도 이번 일이 정상적이지 않음을 짐작케 한다. 그러잖아도 중국은 코로나 19 발생 초기 진상 은폐와 늑장 대응으로 화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았다. 뒤늦게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까지 나서 총력전을 벌이고 있으나 의사 결정의 비민주성과 정책의 불투명성 때문에 효율적인 대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중국 내 코로나 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공식 통계보다 몇 배나 많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수면 하에 있던 환자와 사망자를 공식 통계에 대거 포함함으로써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국면을 '승리' 쪽으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 포석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어떤 경우든 중국 당국의 통계에 대한 불신은 앞으로도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

중국의 코로나 19는 단순한 공중보건의 위기라기보다는 체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시험대라는 측면이 강하다. 전염병 확산을 경고했던 의사 리원량(李文亮)의 죽음이 톈안먼(天安門) 시위의 도화선이 됐던 후야오방(胡耀邦) 전 공산당 총서기의 사망에 비견되기도 하고, 톈안먼 사태보다 더 심각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권위주의적 정치 시스템을 통해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일군 중국 지도부로서는 예기치 못한 시기에, 예기치 못한 곳에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한 것이다. 중국의 장래를 결정하는 것은 중국 국민의 몫이지만 투명성, 수평적 소통, 언론의 자유 등이 지금보다 더 커진다면 중국이 코로나 19와 같은 사태에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중국 당국이 관련 정보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또 정직하게 공개함으로써 국내외의 신뢰를 회복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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