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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라임 사기극에 일반투자자 쪽박…언제까지 뒷북 감독 봐야하나

송고시간2020-02-1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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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에 투자한 일부 투자자들이 원금을 거의 모두 날리게 됐다. 라임자산운용은 14일 회계법인으로부터 받은 펀드 실사 내용을 바탕으로 기준가격을 평가한 결과 환매가 중단된 1조6천700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9천300여억원의 자산 손실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마저도 라임자산운용과 증권사가 일종의 대출인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펀드의 경우 증권사들이 우선 변제권을 행사하고 나면 일반 투자자들은 한 푼도 건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라도 투자금을 돌려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투자자들에게는 충격적인 결과다.

라임 펀드를 판매하거나 TRS 약정을 한 은행과 증권사 등은 이미 거액의 대출 이자와 판매 수수료를 챙겼다. 라임자산운용의 임원들은 고액 연봉 잔치를 벌였다. 작년에 이 업체는 13억5천만원의 당기손실을 냈으면서도 임원은 평균 6억원, 직원은 1인당 1억8천만원을 받았다. 결국 운용사와 판매사 이익만 극대화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정보가 부족한 일반 투자자만 쪽박을 차게 됐다. 감독 당국은 이번 사태를 일으킨 펀드 운용사와 판매사의 책임을 추궁해 엄정하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환매 연기 펀드에 투자한 개인계좌는 4천35개, 설정액은 약 1조원에 육박한다. 지금까지 투자자의 분쟁 조정 신청은 214건에 달한다. 당국은 분쟁 조정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피해자 구제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금융감독원이 이날 내놓은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중간검사 결과를 보면 펀드 운용과 판매 과정에서 위험 관리나 내부통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단기에 현금화가 어려운 장기 자산에 투자하고 환매는 수시로 가능하도록 펀드를 설계해 애초부터 미스매치(상환과 만기 불일치) 리스크를 안고 있었다. 투자한 업체의 전환사채(CB)에서 손실이 발생하자 이를 다른 펀드에 액면가로 편입하도록 해 손실을 전가했다. 라임자산운용과 TRS 약정을 맺은 신한금융투자의 부실 은폐와 사기 정황도 드러났다. 이들 업체는 약 6천억원을 투자한 미국 IIG펀드가 다단계 금융사기에 연루되면서 2018년 11월 펀드 부실과 청산 절차 개시를 연락받고도 환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펀드의 손실을 정상 운용되던 무역금융 펀드에 떠넘겼다. 라임자산운용의 일부 임직원은 전용 펀드를 만들어 큰 이익이 예상되는 CB에 투자해 수백억 원의 차익을 챙겼다. 많은 투자자는 은행과 증권사의 창구 직원들이 고위험에 대한 고지 없이 상품을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처럼 팔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서 이미 운용사와 판매사의 모럴해저드를 목도했지만 이번 사태는 급이 다른 복마전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제2의 라임 사태를 막기 위해 펀드 유동성 점검을 의무화하고, 공모 사모 구분 없이 쉽게 현금화할 수 없는 비유동성자산 투자 비중이 50%인 경우 수시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펀드로 설정하는 것을 금지했다. 모(母)-자(子)-손(孫)으로 연결된 복잡한 투자 형태를 가진 펀드의 경우 투자자에 대한 정보제공을 강화하고, 펀드 간 상호 순환 투자도 차단했다. 사후 약방문이긴 하지만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다. 외환파생상품인 키코(KIKO)와 DLF에 이어 이번 라임 펀드 사태에 대한 뒷북 대응으로 금융당국의 감독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IIG의 부실이 통보된 2018년 시점부터라도 제대로 감독이 이뤄졌다면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사모펀드 운용사가 217개인데 금감원 역량으로 는 매년 10개사 정도만 검사할 수 있다고 했다. 인력 부족에 따른 감독의 어려움은 이해할만하다. 하지만 사람만 늘린다고 감독 실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감독 시스템의 혁신과 효율적 인력 운용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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