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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평균나이 74세' 어르신 인형극단…13년째 공연 봉사

송고시간2020-02-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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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북구노인복지관서 운영…소외계층 대상 인형극 봉사활동

"준비 과정 힘들지만 관객 호응하는 순간순간 뿌듯함 느껴"

공연하는 어르신 인형극단 '누림' [울산북구노인복지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연하는 어르신 인형극단 '누림' [울산북구노인복지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기다란 테이블 위에서 사람 상체 크기의 손 인형들이 생동감 있게 움직인다.

토끼와 자라, 문어, 가재, 용왕 등의 인형을 손에 낀 검은 옷의 연기자들은 대사에 맞게 능숙하게 인형을 다룬다.

관객들의 눈은 인형의 움직임을 놓칠세라 연기자들의 손짓 하나하나를 열심히 쫓는다.

지난해 11월 부산 해운대 아마추어 인형극 축제에서 선보인 '토끼와 자라' 공연 모습이다.

'별주부전'을 손 인형극으로 재탄생시킨 공연이다.

인형극을 선보인 주인공들은 울산북구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어르신 인형극단 '누림' 단원들이다.

이 극단은 평균 나이 70대의 어르신들로 구성돼 있다.

연령대는 다소 높지만, 이 축제에서 대상을 탈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증명했다.

인형극 경연대회에도 참가하고 있지만, 사실 이들의 주요 활동은 따로 있다.

바로 지역 소외계층을 위한 공연 봉사활동이다.

울산북구노인복지관은 공연 문화를 접하기 어려운 소외계층의 문화 복지 향상을 위해 2007년 10월 누림을 창단했다.

누림은 현재까지 13년간 이동의 제한으로 공연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없는 복지시설의 장애인들과 요양원의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공연 봉사를 펼치고 있다.

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 원생들을 대상으로도 공연한다.

누림은 2013년 8월에 창단한 복지관의 두 번째 어르신 인형극단인 '어울림'과 함께 지금까지 총 218회의 공연을 펼쳤다.

공연을 통해 주민 약 1만5천300여명이 문화 혜택을 받은 것으로 복지관은 보고 있다.

공연하는 '누림' 단원들 [울산북구노인복지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연하는 '누림' 단원들 [울산북구노인복지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에도 총 22회의 공연 봉사를 하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한 달에 두 번씩 복지관에서 정기 공연을 하고, 요청이 있을 때는 복지관이나 요양원, 요양병원 등을 찾아가 방문 공연도 한다.

누림과 어울림 단원 9명의 평균 나이는 74세다.

하지만 열정만큼은 젊은 사람들에게 절대 뒤지지 않는다.

2007년부터 올해까지 누림과 어울림이 제작한 작품은 모두 9편인데, 탈 인형극, 막대 인형극, 손 인형극 등 종류도 다양하다.

공연은 주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막대 인형극 '반쪽이', 왕따 문제 해결을 위한 탈 인형극 '미운아기 오리', 생태 환경을 다룬 손 인형극 '안녕 고래야' 등을 선보여 아이들에게는 교훈을 주고, 주민들에게는 관심과 예방을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17년에는 울산시 노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노인 복지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받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공연 준비하는 '누림' 단원들 [울산북구노인복지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연 준비하는 '누림' 단원들 [울산북구노인복지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기자기해 보이는 인형극이지만 그 준비 과정은 절대 만만치 않다.

극에 등장하는 인형과 무대 배경, 소품 등을 모두 단원들이 직접 제작해야 한다.

이러한 준비 과정에만 1개 작품당 1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극단에 참가하려고 왔다가 힘든 준비 과정 때문에 포기하고 돌아가는 어르신들도 있다.

이런 힘든 과정에서도 단원들은 극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매주 만나 연습을 하는 등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특히 공연을 보고 기뻐하는 관람객들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고 단원들은 말한다.

누림 단원인 최복동(76)씨는 2008년 지인의 권유로 극단에 참가하게 됐다가 인형극의 재미에 푹 빠져 12년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씨는 "관객들, 특히 아이들이 인형극을 보면서 손뼉을 치고 호응을 해 주는 순간순간이 너무 기분이 좋다"며 "장애인들이나 치매 환자분들이 인형을 보고 즐거워하고, 공연 음악에 흥겨워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힘이 닿는 데까지는 계속 인형극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씨를 포함한 단원들은 극단뿐만 아니라 동화 구연, 마술 공연, 실버 강사 활동 등 다양한 봉사도 병행하며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이들과 기념 촬영하는 '누림' 단원들 [울산북구노인복지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이들과 기념 촬영하는 '누림' 단원들 [울산북구노인복지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극단 중 누림의 경우엔 창단한 지 13년째가 되다 보니 예전부터 활동을 해오던 어르신들 몇몇은 건강 문제 등으로 어쩔 수 없이 극단을 그만두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작년까지만 해도 7명이었던 누림의 단원 수는 올해 4명으로 부쩍 줄었다.

복지관은 올해엔 누림과 상대적으로 구성원 연령대가 낮은 어울림을 통합해 새로운 인형극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밖에 극단 운영에 다소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복지관의 고민거리다.

작품을 만들기 위한 전문가 초빙 인건비와 인형 제작비, 교통비, 홍보비 등 때문에 복지관 내 다른 단체보다 인형극단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있다.

복지관의 인형극단 담당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정기탁금으로 한해 500만원씩 지원받는 것이 도움이 되고, 지역사회에서 후원을 해주기도 했다"며 "더 많은 후원처를 개발해 극단이 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꾸준한 공연 봉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yong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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