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선 승선자 필요 물품 2차 전달…"56개국 중 한국이 유일"

박세진 기자 기자 페이지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다른 나라요. 들은 바가 없습니다. 우리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네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데 따른 일본 당국의 장기 검역 조치로 요코하마(橫浜) 앞바다에 정박한 크루즈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선상 격리생활을 이어가는 한국인 승선자 14명에게 15일 한국 정부와 재일동포들이 마련한 생필품이 건네졌다.

정부 차원에서 준비한 물품이 한국인 승선자들에게 제공된 것은 지난 3일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가 요코하마항에 들어와 검역을 받기 시작한 이후로 2번째이고, 여기에 재일동포가 함께한 것은 처음이다.

윤희찬 요코하마 주재 한국 총영사는 이날 이순재 민단 가나가와현 지방본부 단장과 함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가 임시 정박한 요코하마 다이코쿠(大黑) 부두를 찾아 선사 측 관계자들에게 "잘 부탁한다"는 당부의 말을 하면서 물품을 넘겼다.

윤 총영사는 "요청도 받고 해서 17개 품목 270점을 준비했다"며 오는 19일로 예정된 격리 해제 기간까지 상황에 따라 추가 제공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마련한 상자에는 김치, 컵라면 등 식품류 외에 비누, 샴푸 같은 개인 위생용품이 담겼다.

요코하마가 속한 가나가와현에 사는 동포들이 정성스레 준비한 14개의 다른 쇼핑백에는 깻잎 통조림, 김, 쌈장 등 한국 전통 식품류와 과자류가 들어갔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는 현재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돼 의료기관으로 이송된 승선자 200여명을 제외하고 56개 나라 국적자 3천500명가량이 사실상의 감금생활을 하고 있다.

선사 측은 일본 정부의 통제를 받으면서 가족 등이 승선자들에게 개별적으로 보내는 물품을 받아 전달해 주고 있다.

하지만 승선자들이 개인적으로 필요로 하는 물품을 정부 차원에서 제공한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영사는 승선자들에게 국가 차원에서 필요 물품을 전달한 국가가 있는지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 우리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며 추가 요청이 들어오면 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총영사는 "하루 2차례씩 확인하고 있는데, 우리 국민 중에는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받거나 건강에 이상이 있는 분은 없다"고 말했다.

일본 당국은 승선자 중에서 감염자와 접촉했거나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나면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그 대상자 중에 한국인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격리생활이 길어지면서) 불안해 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국 승객들은 베란다와 창문을 갖춘 비교적 양호한 환경의 선실에 머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매일 2차례 발열 체크를 해온 선사 측이 어제부터는 승객 전원에게 전용 아이폰을 나눠주고 비대면으로 발열 등 건강상태를 관리하기 시작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윤 총영사는 미국, 이스라엘 등이 일본 당국의 검역 조치로 선상에 격리된 자국민을 데려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선 "한국인 승객 9명 중 8명이 일본 거주자"라면서 격리 해제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방침이 결정되면 당사자 의사를 존중해 대응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parksj@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0/02/15 17:0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