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 같은 강물 속에서 매 순간 사투… "우리 역할 사라져야"
송고시간2020-02-17 15:50
인명 구조·시신 수습 한강경찰대, 탁한 급류에 자주 사고 위험 노출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한강이 겉보기에는 평화롭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칠흑처럼 어둡습니다. 무거운 장비를 메고 그 안에서 투신자를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지요."
서울지방경찰청 한강경찰대 하동진 대장(경정)은 17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부하 직원을 떠나보낸 데 따른 비통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한강경찰대 소속 유재국(39) 경위는 이틀 전 한강에서 투신자를 수색하던 중 교각의 돌 틈에 몸이 끼어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다 구조됐으나 결국 숨졌다.
하 대장은 "일 처리가 꼼꼼하고 대인 관계도 원만했던 친구"라면서 "이번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한강경찰대는 항상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총 30명으로 이뤄진 한강경찰대는 익사 방지, 인명 구조, 변사체 인양, 범죄 예방·단속 등의 업무를 맡는다. 망원, 이촌, 뚝섬, 광나루에 각각 한강경찰대 센터가 있다.
행주대교에서 강동대교까지 약 41㎞가 한강경찰대의 감시 구역이다. 지난해 인명 구조 등의 활동 건수는 207건에 달한다.
한강경찰대는 유 경위의 장례가 치러지던 16일 오후 9시께도 '딸이 양화대교로 자살하러 갔다'는 신고를 받았다.
긴급 출동한 대원들은 의식을 잃은 채 한강에 떠 있는 20대 초반 여성을 구조해 응급조치로 의식을 회복시킨 뒤 병원으로 이송했다.
한 대장은 "죽겠다면서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분이 여전히 많다"며 "투신 직후 구조하는 경우도 있지만, 투신 한참 이후까지 실종자를 수색할 때도 많다"고 전했다.
한참 늦게 발견돼 부패한 시신을 수습해야 할 때도 있다. 모습이 처참한 데다 악취가 진동하지만 고인에 대한 예우를 갖추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전문성을 요구하는 업무이다 보니 대원 중에는 특전사, 해병대, 해난구조대, 수중폭파대 등 특수부대 출신이 많다.
하지만 한강 물이 탁해 물속에서는 30㎝ 앞도 잘 안 보이는 데다 물살이 셀 때가 많아 언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하 대장은 "사실 한강에서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면 한강경찰대의 존재 이유가 없다"며 "우리 역할이 사라질 수 있도록 한강에서 투신하는 일이 아예 없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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