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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 칼럼, 선거법 위반?

송고시간2020-02-1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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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리 교수 칼럼 논란…"표현자유 침해"vs"공직선거법 위반"

낙선운동 해당된다면 사전선거운동…단, 선거에 영향줄 '의도' 있어야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21대 총선을 두 달 남짓 앞둔 가운데 현직 교수가 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이번 일은 선거 국면에서 언론에 허용되는 '표현의 자유' 수위, 더 나아가 헌법에 명시된 언론·출판의 자유와 선거법의 관계 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는 지난달 28일 경향신문에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으로 게재한 칼럼에서 "촛불 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고 있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주장했다가 민주당으로부터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고발당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여론에 더불어민주당이 고발을 취하했지만,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언론 활동을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보호해야 하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우리가 완벽한 민주주의를 완성시켰기 때문에 더 이상의 표현의 자유는 필요 없다'는 오만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라거나 "공적인 영역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순간 자유민주주의는 붕괴된다"며 민주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선거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신문에 그런 글을 쓴 것을 잘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라거나 "신문사에 정식칼럼으로 선거행위를 방해할 목적의 글을 쓴 것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 임 교수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민주당이 고발을 취하했지만 임 교수에 대한 수사는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공직선거법 위반죄는 피해자가 고소·고발할 경우에만 성립하는 '친고죄'가 아니어서 고발 취하와 상관없이 수사가 이어질 수밖에 없고, 민주당과 별도로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이 임 교수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대로 수사가 계속된다면 임 교수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처벌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우선 임 교수의 칼럼처럼 '선거에서 특정 정당 후보자에게 투표하지 말자'고 언론 기고문을 통해 주장하는 것이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를 따져야 한다.

공직선거법 59조는 '선거운동은 후보자 등록이 끝난 때부터 선거일 전일까지에 한해 할 수 있다'며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 때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민주당은 임교수와 경향신문을 고발했다.

따라서 임 교수의 칼럼을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면 민주당은 애초 범죄가 성립할 수 없는 행위를 수사기관에 고발한 셈이 된다.

선거운동으로 간주되기 위해서는 공직선거법 58조가 규정한 '(선거에)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여야 한다. 또는 같은 법 58조의2에 따라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한 투표참여 권유행위'도 선거운동으로 간주된다

임 교수의 칼럼이 이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법원의 구체적인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는 구체적 표현이 있기는 하지만, 칼럼의 본래 취지가 정부·여당의 정책 실패를 지적하거나 새로운 정책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선거에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의 선거운동이라고 단정키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반면 임 교수의 칼럼이 '특정 후보자를 선거에서 떨어뜨리자'는 식의 낙선운동으로 평가된다면 선거운동으로 볼 여지가 커진다. 대법원은 2014년 판결에서 "선거운동은 특정후보자의 당선 내지 득표나 낙선을 위해 필요하고도 유리한 모든 행위"라며 특정 후보자에게 투표하지 말자는 낙선운동도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선거법 전문가는 '의도'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선거재판을 진행한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1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실질적으로 유권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미있는 행동으로 평가되면 낙선운동, 즉 선거운동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며 "반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없었다면 선거운동이라고 평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영상 기사 언론중재위 "임미리 교수 칼럼, 공정보도의무 위반"
언론중재위 "임미리 교수 칼럼, 공정보도의무 위반"

만약 임 교수 칼럼이 '선거운동'으로 간주된다면 그것은 제3자에 의한 '사전 선거운동'이 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 헌재는 2001년 "제 3자 낙선운동이 실제로 선택하는 운동의 방법이나 형식은 후보자 낙선운동의 방법, 형식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며 "제 3자 낙선운동은 후보자 측이 자기 당선을 위해 경쟁 후보자에 대해 벌이는 낙선운동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만약 임 교수의 칼럼이 선거운동기간 중 신문에 게재됐다면 어땠을까?

가정이긴 하지만 그랬다면 언론에 선거와 관련한 공정보도 의무를 부여한 공직선거법 여러 규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선거운동 기간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공직선거법상 원칙이다. 다만 공직선거법은 '언론기관의 공정보도 의무'를 규정해 선거 관련 보도는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아야 한다고 선언한다.

공직선거법 8조는 '방송·신문·통신·잡지 기타 간행물을 경영·관리하거나 편집·취재·집필·보도하는 자 등이 정당의 정강ㆍ정책이나 후보자의 정견 기타사항에 관해 보도·논평을 하는 경우와 정당의 대표자나 후보자 등이 참여해 대담을 하거나 토론을 행하고 이를 방송·보도하는 경우에는 공정하게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언론중재위원회가 지난 12일 임 교수의 칼럼에 대해 "선거법상 공정보도 의무 위반"이라고 결정한 뒤 이를 경향신문에 통보한 것도 이 규정에 따른 조치다.

다만 이 규정이 선거운동 기간 중 언론은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최대한 공정한 보도를 하라는 권고적 의미 정도로 해석된다.

헌재는 2016년 "언론기관의 발행·경영자나 그 종사자 등 언론인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지 않고 특정 계층이나 집단과 결합해 그 의사를 대변한다면 선거의 실질적 자유와 공정성을 확보하기는 대단히 어려워진다"며 선거 보도의 공정성을 강조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

[연합뉴스TV 제공]

오히려 주의 깊게 살펴볼 공직선거법 규정은 85조와 255조다. '누구든지 직업적인 기관ㆍ단체 등의 조직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그 구성원에 대해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얼핏 선거 보도와는 무관한 조항으로 보이지만, 헌재는 이 규정을 토대로 불공정한 선거 보도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헌재는 2016년 방송인 김어준 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당선이나 낙선을 목적으로 신문의 편집 기타 경영상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자가 그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관한 보도 및 논평 등을 게재하거나 게재하게 하는 행위가 있을 때 공직선거법 85조와 255조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다만 이 두 규정을 신문사 임직원이 아닌 '외부 기고자'인 임 교수에게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있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해당 조항은 편집권이나 경영권을 가지는 언론인이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불공정한 보도를 한 경우를 규제하는 취지"라며 "언론사가 직접 보도하거나 사설과 같은 논평을 내는 것에 적용되는 것이지 칼럼에까지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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