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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트렌드] 무브! 무브! 무브!

송고시간2020-03-1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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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 즐기는 30가지 스포츠

(고양=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지난겨울 두 번의 새해를 맞이하고 또 보내면서 큰맘 먹고 세운 올해의 계획이 벌써 흐지부지됐다고 지레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새 학기를 시작하는 학생은 아니더라도 3월은 무엇이든 다시 시작하기 좋은 달이다. 겨우내 날씨를 핑계로 게을러진 몸부터 깨우기로 했다.

알록달록하게 장식된 벽에서 장애물을 잡고 딛고 오르는 아트 클라이밍 [사진/조보희 기자]

알록달록하게 장식된 벽에서 장애물을 잡고 딛고 오르는 아트 클라이밍 [사진/조보희 기자]

뭔가 새로운 운동에 도전해 보고 싶은데 여러 가지로 여의치가 않다. 우선 정확히 무엇이 하고 싶은지, 무엇이 나랑 잘 맞을지 모르겠다. 관심이 있더라도 적합한 장소를 찾거나 도구를 갖추는 일이 필요하다면 여기서 또 주춤하게 된다.

'일단 밖에라도 나가야지' 의지를 불태우다가도 미세먼지 알림 앱을 확인하고 나면 주저앉기 십상이다. 이런 핑계와 변명을 무색하게 만드는 곳, 실내 스포츠 융복합 테마파크 '스포츠 몬스터' 고양점을 찾았다.

◇ 땀 안 내고는 못 배긴다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 4층에 있는 스포츠 몬스터는 실내에서 30가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다. 키 120㎝ 미만 어린이는 아예 입장할 수 없다. 그래서 노는 아이를 돌보는 부모보다는 아이와 함께 즐기는 부모가 더 많았다.

초등학생 아들과 아빠, 20대 딸과 엄마가 함께 하거나, 10대 또래 친구 무리, 20대 젊은 연인이 주를 이뤘다.

스크린 속 원반을 맞히는 클레이 사격 [사진/조보희 기자]

스크린 속 원반을 맞히는 클레이 사격 [사진/조보희 기자]

평소 혼자서는 시도해 보기 쉽지 않은 종목들로 몸을 풀었다. 스크린을 향해 쏘는 클레이 사격은 첫 시도에서 몇 개를 놓치긴 했지만, 다음 도전에서 10개를 모두 맞혀 가뿐하게 성공했다.

장난감으로 생각했던 총이 생각보다 묵직해 당황했지만 '별것 아니군' 으쓱하고 공기 소총에 도전했다. 하지만 10발을 쏘는 두 번의 시도에서 모두 0점을 기록하고, 양궁에서 과녁만 피해 날아가는 화살을 보며 금세 좌절을 맛봤다.

중계로 볼 땐 드넓어 보이기만 했던 축구 골대였는데 스크린을 앞에 두고 발로 찬 축구공은 왜 화면 구석으로 날아가는지, 야구공을 화면 가운데 포수 자리에 던지기만 하면 되는데 왜 이리 마음대로 되지 않는지 모를 일이었다.

뭘 하든 평소보다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으니 어느새 땀이 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 역시 껴입었던 옷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착용했던 마스크까지 하나둘씩 벗기 시작했다.

대신 한 가지 종목을 마칠 때마다 곳곳에 비치된 손 세정제를 사용했다.

6.5m 높이에 설치된 6개 코스의 장애물을 건너는 로프 코스 [사진/조보희 기자]

6.5m 높이에 설치된 6개 코스의 장애물을 건너는 로프 코스 [사진/조보희 기자]

◇ 짧고 굵게 즐기는 스릴

마찰을 줄이는 전용 수트를 입고 85도 경사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는 파라볼릭 슬라이드는 먼저 오픈한 하남점에는 없는 고양점의 '시그니처'다.

어깨에 힘을 풀고 전동으로 움직이는 바에 매달려 천천히 올라가는 시간의 긴장과 손을 놓고 내려오는 순식간의 짜릿함은 우열을 가릴 수가 없다.

바로 옆, 알록달록하게 장식된 벽에서 장애물을 잡고 딛고 오르는 아트 클라이밍도 가장 붐비는 곳 중 하나다. 각자 실력에 맞는 코스를 선택해 정복할 수도, 짝을 이뤄 누가 먼저 꼭대기의 버튼을 누르나 경기를 할 수도 있다.

우르르 몰려온 10대 남자아이들은 날쌘 친구가 순식간에 꼭대기에 올랐다가 안전 장비에 매달려 유유히 내려오자 부러운 감탄사를 내뱉었다.

다른 친구는 첫 도전인지 시작부터 발이 갈 길을 모르고 공중에서 헤매다 떨어져 엉덩방아를 찧는 바람에 친구들에게 웃음을 줬다. 어찌 되어도 도전했고 즐거웠으니 괜찮은 일이다.

8m 높이에서 관을 타고 내려오는 몬스터 슬라이드도 짧고 굵은 스릴을 선사한다. 공중에 설치된 짚 코스터는 64m의 길지 않은 구간이지만, 코너를 돌 때마다 몸이 튕겨 나갈 듯한 짜릿함이 전해져 온다.

6.5m 높이에 설치된 6개 코스의 장애물을 건너가야 하는 로프 코스는 키가 150㎝ 이상이어야 도전할 수 있다. 서울에서 누나들과 놀러 온 한 초등학생이 키가 '진짜 아주 쪼금' 모자라 혼자만 올라갈 수 없다며 아쉬워했다.

플랭크 자세로 동굴을 날아다니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체험 기구 이카로스 [사진/조보희 기자]

플랭크 자세로 동굴을 날아다니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체험 기구 이카로스 [사진/조보희 기자]

◇ 어쩌다 시간 여행

가상현실(VR) 기구인 '이카로스'는 엎드린 자세로 기구에 올라 안경을 쓰면 판타지 영화 속 장면 같은 동굴을 날아다닐 수 있다. 초반에 잠깐 중심을 잃고 꼬꾸라질 때 진짜 추락하는 줄 알고 심장이 철렁할 정도로 꽤 실감 난다.

살짝 어지러움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내내 플랭크 자세를 유지하며 방향을 조절해야 해서 전신 운동 효과가 있다. '너무 힘들어 싫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운동량이 있는 편이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라면 코트 하나를 차지하고 농구나 배드민턴을 즐겼다. 에어매트가 있는 파워 코트에서는 점프력이 두 배가 되니 배구인지 족구인지, 정체 모를 공놀이가 두 배로 즐거워졌다.

어느 동네에서는 '방방'이라고 불렀던 트램펄린도 세 가지나 된다. 방방은 아이들에게만 허락되는 놀이기구였지만 여기서는 다 큰 어른들의 차지가 될 수도 있다.

가족이든 친구든 모여 있어도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장면이 익숙한 생활이지만, 몸을 부대끼고 뒹굴며 땀 흘리는 이곳에서는 스마트폰을 꺼내 드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에어매트 덕에 점프력이 두배가 되는 파워코트 [사진/조보희 기자]

에어매트 덕에 점프력이 두배가 되는 파워코트 [사진/조보희 기자]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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