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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중국학생 공항서 픽업, 바로 학교로…대학가 바이러스 차단 사투

송고시간2020-02-1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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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200명 재학 부경대 찾아보니…유학생 관리 마치 첩보 작전 연상케 해

대학 대책반 PC 위챗 채팅장 북새통…격리시설 기숙사 철통 방어

학교 밖 학생은 오전·오후·야간 전담 감시반 불시 점검

대학 측 "학생들 심각성 잘 알아 자가격리 비교적 잘 지켜져"

유학생 자가 격리 부경대 기숙사 방비
유학생 자가 격리 부경대 기숙사 방비

[차근호 기자]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중국인 유학생 1천200명이 있는 국립 부경대학교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비상대책총괄반 컴퓨터에 설치된 '위챗' 채팅창에는 18일 문의가 쉴 틈 없이 쏟아졌다.

위챗은 한국의 카카오톡처럼 중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비상대책반은 이를 통해 중국 현지 학생들 상태를 묻고 휴학 여부나 입국 날짜를 일일이 체크하고 있었다.

신현일 총괄 반장은 "현재 기숙사에서 14일 능동감시 중인 유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달라'는 등 생필품에 대한 요청도 모두 위챗을 통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챗 채팅창에 글을 올리며 쉴 새 없이 자판을 두드리는 통역사들 틈에 최근 14일 동안 능동 감시를 끝낸 곽승걸 중국인 유학생 회장도 손을 보태고 있었다.

곽씨는 "학생과 직원들이 얼마나 힘들지 알기에 힘을 보탰다"면서 "자가 격리 중에 교직원들이 유학생들 고생한다고 십시일반 돈을 보태 피자, 치킨 등 특별 간식을 세 번이나 줬는데 힘이 되고 고마웠다"고 전했다.

기숙사 1층서 열재고 문진
기숙사 1층서 열재고 문진

[차근호 기자]

부경대는 휴학생과 석박사 수료생을 제외하면 900∼950명 정도가 이번 학기 수업을 들을 것으로 본다.

이 가운데 최근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거나, 일찍 입국해 자가 격리를 끝낸 300여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600여명이 이달 안에 밀려들 것으로 본다.

유학생 관리는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하는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학교 측이 김해공항과 부산역에서 픽업팀을 운영하며 대기하다가 학생들을 태워 기숙사 1층으로 바로 실어 날랐다.

기숙사인 '세종 1관' 주변은 일대에 출입금지 통제선이 설치돼 있었고, 하얀 방호복을 머리끝까지 빈틈없이 착용한 간호사와 방역원 6∼7명이 대기하고 있다가 픽업팀이 데려온 학생들의 열을 측정하고 능동 감시 서약서를 받고 있었다.

기숙사 1층 CCTV로 자가 격리 유학생 외출 확인
기숙사 1층 CCTV로 자가 격리 유학생 외출 확인

[차근호 기자]

신 총괄 반장은 "연합기숙사를 포함해 1인실로 쓸 수 있는 기숙사(세종1관) 방이 1천550개 실이 있어 자가 격리 공간이 부족할 우려는 없다"면서 "능동감시가 끝난 공간도 재사용하지 않고 소독을 마치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국내 학생들에게 배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어 "내달 16일에 개학하는데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입국할 거면 이달 26일 이전에 입국해 14일간 격리를 빨리 끝내라고 조언하고 있다"면서 "개학 후 캠퍼스나 수업에 나타나는 유학생들은 학교가 자가 격리를 끝냈으니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학생들에게 주고 싶다"고 말했다.

기숙사는 관리가 삼엄하게 이뤄졌다.

학생들 이동을 제한하기 위해 기숙사 엘리베이터는 식사 시간 도시락을 가지러 1층으로 나와 열을 잴 때를 제외하고는 운행이 중단됐다.

1층에서는 폐쇄회로(CC)TV로 경비원이 학생들의 외출 여부를 체크하고 있었고, 학교 측이 최근 외부 경비 업체 직원도 고용해 순찰을 돌렸다.

학교 측 한 관계자는 "학생들이 요청한 물건은 식사 시간 가져갈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학생들 입맛에 맞는 중국식 도시락이 배달되도록 최근 영양사도 고용해 식단에도 대폭 바꿨다"고 말했다.

현재 기숙사에는 44명이 자가 격리 중이다. 조만간 입국자가 늘어남에 따라 격리자 수도 많이 증가할 방침이다.

기숙사 엘리베이터도 수시 방역
기숙사 엘리베이터도 수시 방역

[차근호 기자]

기숙사 외 원룸 등 외부에서도 능동감시를 하는 학생이 45명이나 됐다.

애완동물은 있어 기숙사 입장이 어렵거나 가족이 있는 학생들이다.

이들은 간호사와 부경대 직원, 운전기사로 구성된 전담감시반이 오전, 오후, 야간에 매일 능동감시 상태를 점검했다.

기자도 이날 오후 시간 점검이 끝나갈 무렵 합류해 점검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이현제 팀장은 "오전에 무작위로 5∼6명의 집을 방문했는데 울산이나 금정구, 남구 용당동 등에 거주하는 학생도 있어 몇 명 점검하지 않아도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면서 "며칠 전부터는 감시 강화를 위해 야간에도 방문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감시반은 불시 점검이 이뤄지도록 원룸 입구에 도착해서 학생들에게 전화를 걸고 문을 열도록 했다. 간호사가 열을 재고 문진을 하는 사이, 직원은 같이 거주하는 사람은 없었는지 격리 지침은 어기지 않았는지를 확인했다.

원룸 방문해 자가 격리 중 유학생 열재는 부경대 간호사
원룸 방문해 자가 격리 중 유학생 열재는 부경대 간호사

[차근호 기자]

불시 방문이다 보니 학생이 샤워하느라 전화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지자 위반 상황을 걱정하며 비상이 걸리기도 했고, 해당 학생이 실수로 전화를 받지 못했다는 걸 끝까지 확인할 때까지 감시반이 남아있다 보니 불과 3명을 점검하는데도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부경대는 "중국인 스스로 심각성을 잘 알다 보니 자가 격리가 이제까지는 비교적 잘 지켜졌다"면서 "그동안 위반자가 1명 있었는데 바로 해당 학생을 불러 기숙사에 수용하고 사전에 협의한 대로 기숙사에 들어간 시점부터 다시 14일 자가 격리를 하도록 페널티를 줘 학생들 스스로 조심하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밖 유학생 불시 점검
학교 밖 유학생 불시 점검

[차근호 기자]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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