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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한국 독립영화와 주류산업간 좋은 충돌 일어날 것"

송고시간2020-02-1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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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감독들이 모험적 시도 어려운 여건"

턱 괸 봉준호
턱 괸 봉준호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오른쪽)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 질문을 듣고 있다. 2020.2.19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기생충' 봉준호 감독이 한국 영화의 미래에 대해 "독립영화와 주류 산업 간의 좋은 충돌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희망적인 전망을 했다.

'기생충'으로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에 오르며 새 역사를 쓴 봉 감독은 19일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귀국 보고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영화가 지난 20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했지만 동시에 젊은 감독들이 모험적인 시도를 하기에는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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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1eycwbetDSY

그는 "2000년대 초반 '플란다스의 개'와 '살인의 추억'이 나왔을 때는 독립영화와 주류 산업 간의 좋은 의미에서의 상호 충돌이 있었던 것 같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재능있는 젊은 감독들이 주류 산업으로 흡수되기보다는 독립영화와 주류 산업이 평행선을 이루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다시 활력을 되찾으려면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말고 더 도전적인 영화들을 산업이 수용해야 한다"며 "최근 독립영화를 짚어보면 워낙 많은 재능이 이곳저곳에서 꽃피고 있어서 산업과의 좋은 충돌이 일어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너무 세게 끌어 안아 봉준호 갈비뼈에 금이...'
'너무 세게 끌어 안아 봉준호 갈비뼈에 금이...'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영화 기생충에 출연한 배우 송강호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 지난해 시상식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전하고 있다. 2020.2.19 scape@yna.co.kr

다음은 봉 감독과의 일문일답.

-- 오스카 캠페인이 '기생충'으로 주목받은 것 같다.

▲ 북미배급사 네온도 중소 배급사고 생긴 지 얼마 안 됐다. 거대 스튜디오나 넷플릭스에 훨씬 못 미치는 예산으로 열정으로 뛰었다. 저와 송강호 선배가 코피 흘릴 일이 많았고 실제로 코피를 흘린 적도 있다. CJ, 바른손E&A, 배우들이 똘똘 뭉쳐서 팀워크로 물량의 열세를 커버했다.

-- 한 외신 인터뷰에서 "아카데미는 지역(로컬) 시상식"이라고 말한 것이 화제가 됐는데. 이는 도발이었나.

▲ 처음 캠페인 하는데 무슨 도발씩이나 하겠나. 국제영화제와 아카데미를 비교하다가 한 이야기인데 미국의 젊은 분들이 SNS에 많이 올린 것 같다.

--전작들인 '괴물'이나 '설국열차'도 블랙코미디인데 '기생충'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지

▲ '괴물'과 '설국열차'는 SF 요소가 많은데 '기생충'은 동시대, 이웃에서 볼 법한 이야기다. 뛰어난 앙상블의 배우들이 실감 나게 표현한 현실에 기반하고 있는 분위기의 영화이기 때문에 더 폭발력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 짐작한다.

--차기작 두 편은

▲ 몇 년 전부터 준비하던 것이고 기생충과는 관련 없다. '기생충'도 저나 배우들이나 제작사나 평소 우리 해왔던 대로 평상심 유지하면서 찍은 건데 예기치 못한 결과가 온 것이다. 차기작에서도 그 기조가 유지될 것 같다.

-- 스코세이지 감독을 언급한 수상 소감이 화제가 됐다.

▲ 오늘 아침에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보낸 편지를 받았다. 개인적으로 보내신 편지니까 내용을 말씀드리면 실례지만, 마지막 문장에 '그동안 고생했지만 쉬어라. 조금만 쉬고 일해라. 나도 그렇고 다들 차기작 기다린다'고 쓰여 있었다. 감사하고 기뻤다.

-- 앞으로 적지 않은 부담에 직면할 것 같다.

▲ 2017년 '옥자'가 끝났을 때 이미 번아웃 증후군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기생충'이 너무 찍고 싶어서 기세를 영혼까지 긁어모아서 작품 찍었다. 처음 '기생충' 얘기했던 게 2015년인데 행복한 마무리가 되는 것 같아 기쁘다. 사실 일을 많이 했다. 쉬어볼까 하는 생각도 있지만 스콜세이지 감독님이 쉬지 말라고 하셨다. (웃음)

-- '기생충' 흑백판이 곧 개봉하는데 어떤 점을 유의해서 보면 좋을까

▲ 거창한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고전 영화나 클래식 영화에 대한 동경이 있어서 만들었다.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흑백 버전을 본 관객이 '화면에서 더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했다. 흑백으로 보면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 연기의 디테일과 뉘앙스를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 귀국하는 비행기에 오를 때 어떤 생각 했나

▲ 육체적 정신적으로 완전히 방전돼서 간신히 기내식을 먹은 후 계속 잤다. 착륙을 알리는 기내방송에 일어났다. 뭔가 생각을 정리하면서 시적인 문구도 남겨보려고 했지만 그럴 여력이 없었다.
. -- HBO에서 '기생충'을 드라마로 만드는데 생각하는 방향이 있는지

▲ 저는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빅쇼트'와 '바이스'를 만든 애덤 매케이가 작가로 함께 참여한다. 연출자는 차차 찾게 될 것이다. '기생충'이 애초에 가진 주제 의식을 블랙코미디와 범죄 드라마의 형식으로 더 깊게 파고들어 갈 것 같다. 5~6개 에피소드의 완성도 높은 시리즈를 만들고자 한다. 틸다 스윈턴이나 마크 러팔로가 출연한다는 기사도 나왔는데, 공식적인 것은 전혀 아니다. 지금은 이야기의 방향과 구조를 논의하고 있는 단계다. '설국열차' 드라마가 5월부터 방송되는데 그것도 2014~2015년부터 준비했던 것을 생각하면 '기생충' 드라마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활짝 웃는 봉준호 감독
활짝 웃는 봉준호 감독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 활짝 웃고 있다. 2020.2.19 scape@yna.co.kr

-- 한국 관객들이 한국 사회 불균형에 대한 어두운 묘사를 한 '기생충'에 열렬한 지지를 보낸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

▲ 항상 도발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만들고자 하는 스토리를 본질을 외면하는 것은 싫었다. '기생충'에는 우스꽝스럽고 코미디 적인 면도 있지만, 빈부격차의 현대사회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쓰라린 면도 있다. 처음부터 엔딩에 이르기까지 그 부분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만든 영화고, 이 부분을 관객들이 불편해할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영화에 당의정(糖衣錠)을 입히고 싶진 않았다. 한국에서도 1천만 이상의 관객이 호응해줬고 북미와 다른 나라에서도 기록을 썼고 기뻤다. 동시대 전 세계의 많은 관객이 호응해줬다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 왜 호응을 보냈는지는 시간을 두고 분석해야 하지만, 그것이 내 업무는 아닌 것 같다. 나는 다음 작품을 준비해야 하고 뚜벅뚜벅 그 길을 걸어 나갈 것이다.

-- 일부에서 봉준호 박물관이나 생가를 만든다는 움직임이 있는데

▲ (웃음) 그런 이야기는 제가 죽은 후에 해주셨으면 좋겠다. 딱히 할 말이 없다.

-- '1인치의 장벽'인 자막 작업은 어떻게 했는지

▲ 평소 하던 대로 했다. 달시 파켓과는 '플란다스의 개' 할 때부터 함께 작업해서 일하는 패턴이 있다. 저는 매 장면과 대사의 맥락을 즉각적으로 알아챌 수 있게 해보자고 했다. 짜파구리는 없지만 비슷하게 만들어달라고 했다. 이미 달시 파켓은 '살인의 추억'에서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인류 최고의 난제를 해결한 적이 있다.

-- 미국 현지에서 화제가 됐던 배우는

▲ 이정은 씨는 '오리지널 하우스 키퍼'라고 하면서 화제였다. 그녀가 늦은 밤 벨을 누르는 순간 영화의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라고들 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길을 걷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만났는데 '그저께 기생충을 봤다'고 하시며 조여정 배우와 그가 연기한 연교 캐릭터에 대해 10분 동안 얘기했다. 연기와 캐릭터가 너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SAG 앙상블상으로 입증됐듯 아카데미 작품상의 일등 공신은 앙상블을 보여준 배우들이다.

-- 앞으로의 바람

▲ 칸에서 오스카에 이르기까지 경사다 보니까 영화사적 사건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지만 사실은 영화 자체가 기억됐으면 좋겠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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