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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지역사회 감염에 슈퍼 전파까지…방역체계 전면 재편해야(종합)

송고시간2020-02-1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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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우려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이 현실화한 가운데 슈퍼 전파자까지 등장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정부는 19일 확진자 20명이 무더기로 발생해 국내 환자가 총 51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0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근 한 달 동안 평균 한 명꼴이었던 일일 확진자 숫자가 돌연 두 자릿수로 급증한 것도 충격적이지만 그 내용은 더욱 걱정스럽다. 대구ㆍ경북의 신규 확진자 18명 중 15명은 31번째 환자의 동선과 겹치고 다른 세 명도 이 환자와의 연관성이 의심되고 있다. 국내 첫 슈퍼 전파가 발생한 셈이다. 또 서울 성동구의 신규 확진자는 29ㆍ30ㆍ31번째 환자와 마찬가지로 해외 여행력이나 확진자 접촉 같은 역학적 연결고리가 없는 불특정 감염에 해당한다. 이러한 전염병 확산 양태의 극적인 변화는 우리나라가 이미 지역사회 확산의 초기 단계에 본격 진입했음을 가리키고 있다. 체제를 흔들 정도의 대혼란에 빠진 중국이나 초기 방역 실패로 쑥대밭이 된 일본 외에 최근 며칠 사이 홍콩, 마카오, 대만, 싱가포르 등 인근 국가에서도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다. 상황 급변에 따라 정부의 방역 대책에도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해졌다.

감염원과 감염경로가 드러나지 않는 확진자가 속출하는 것은 본인도, 방역 당국도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일상생활을 하는 환자가 곳곳에서 부지불식간에 바이러스를 옮기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런 현상이 지속하면 대유행은 시간문제이다. 코로나19가 전파력은 강하지만 그리 치명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된 만큼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방역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까지는 환자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는 소위 '봉쇄 전략'이 유효했고 일정한 성과도 거뒀다. 이제는 이와 함께 지역사회 감염을 최대한 늦춰 피해를 최소화하는 '지연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여기저기 새는 물을 다 틀어막을 수는 없겠으나, 뚝 전체가 와르르 무너지는 일은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신속하게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국이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에 대한 검사를 확대하고 전국 1천470여개 요양병원의 종사자와 간병인에 대해 집중 점검을 하기로 한 것은 적절한 방향이다. 진단ㆍ치료 시스템도 국공립병원과 보건소 등 공공 의료기관 위주에서 민간 병원들이 참여하는 민ㆍ관 협력 체제로 전환해 부담을 분산해야 한다. 장기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병원 내 감염의 우려가 커진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병원 내 감염은 방역 시스템 자체에 타격을 주는 것이어서 지역사회 감염 못지않게 심각한 일이다. 정부는 일선 의료기관들에 명확한 지침을 전달해 소형 병원도 새로운 상황에 차분히 대처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전염병 위기 경보 수준을 현재의 '경계' 단계에서 최고등급인 '심각' 단계로 상향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의 매뉴얼에 따르면 해외 신종감염병이 제한적으로 전파되는 경우 '경계', 광범위하게 전파되는 경우 '심각'을 발령하는데 지금은 그 중간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과 선제 조치해야 한다는 주장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상황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고, 각 시점에 무엇이 필요한지도 가장 잘 알고 있는 방역 당국의 전문가 집단에 판단을 맡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직 슈퍼 전파자로 특정하기는 이르지만 31번 확진자의 사례는 공중위생의 기본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이 환자는 지난 6일 교통사고를 당한 뒤 한 병원을 찾았다가 오한, 인후통, 폐렴 등의 증상이 차례로 발현돼 병원 측에서 코로나19 검사를 권유했으나 거부했다고 한다. 그사이 교회 예배에 두 차례 참석하고 호텔 뷔페를 이용하면서 수백명과 접촉했다. 같은 교회 신도 14명과 이 병원의 직원 한 명도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하고 있는 결정적 국면인 만큼 국민 각자가 본인은 물론 이웃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좀 더 높은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한다. 최근 외국에 다녀왔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적이 없더라도 의심스러운 증상이 있으면 방역 당국에 알리고 손 씻기, 마스크 쓰기, 기침 예절 등의 전염병 예방 수칙을 철저히 이행해주기를 당부한다. 정부의 철저한 방역 노력과 국민의 자발적인 협조가 있다면 지역사회 감염을 최소화해 이번 위기를 큰 피해 없이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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