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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바다세상Ⅱ](2) 상상초월, 현재까지 공식 관측된 최고 높이 파도는?

송고시간2020-02-2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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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조사선 2000년 스코틀랜드서 관측 '무려 29.1m, 아파트 10층 높이'

파도에 대한 다양한 연구 시도…인공파도 장치 조파기 다양한 분야 활용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앞 태풍 파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앞 태풍 파도

[촬영 조정호·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파도는 주로 바람이 만든다. 한자로는 풍파(風波)라고 쓴다.

파도 생성 원리는 물이 담긴 그릇 위를 입으로 불면 잔물결이 생기는 것과 같다.

바다에 바람이 불면 공기의 흐름이 바닷물을 밀어내며 잔물결이 생긴다.

바람이 계속 불면 잔물결이 점점 커져서 파도가 만들어진다.

태풍이 불 때 바다가 거친 이유는 바다에 매우 강한 바람이 며칠씩 지속하기 때문이다.

파도를 그림으로 그리면 위로 볼록한 반원과 아래로 볼록한 반원이 계속 연결된 형태가 된다.

반원의 가장 높은 지점이 '마루', 가장 낮은 지점은 '골'이다.

마루와 골 사이 수직선 길이를 파도의 높이 '파고'(波高)라고 한다.

연달아 치는 파도에서 앞 파도의 마루와 뒤 파도의 마루 사이 수평거리, 또는 그 골과 골 사이 수평거리를 '파장'(波長)이라고 부른다.

이 파장을 재면 밀려오는 파도가 얼마의 깊이마다 반복되는지 알 수 있다.

국제기구 로고 세계기상기구 WMO
국제기구 로고 세계기상기구 WMO

편집 김민준

세계기상기구(WMO) 기록을 보면 바다에서 관측된 최대 파고는 29.1m다.

이는 아파트 10층 높이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파도는 영국 해양조사선 RRS 디스커버리호가 2000년 2월 8일 오후 10시 스코틀랜드 서쪽 해안에서 250㎞ 떨어진 해상을 지나다가 기록한 것이다. 현장에는 초속 21m 강풍이 불었다.

당시 북대서양에는 유난히 발달한 폭풍 때문에 서풍이 이틀 넘게 불고 있었다.

큰 파도가 발생하기 좋은 조건이 형성된 셈인데 일종의 공명(resonance) 현상이 일어나 강풍이 전달하는 에너지가 파도를 급속하게 발달시켰다.

놀이터에서 그네를 밀 때 그네가 앞뒤로 흔들리는 주기에 맞춰 밀면 그네가 점점 더 높이 올라가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독도 해상에 설치된 실시간 해양관측부이
독도 해상에 설치된 실시간 해양관측부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독도전문연구센터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해양조사선이 아니라도 파고계를 이용하면 파고를 잴 수 있다.

파고계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수심이 깊은 먼바다를 측정할 때는 '부이'(buoy)라는 부유식 파고계를 쓴다.

부이는 바다 표면에 떠서 파도 움직임에 따라 움직인다.

부이에는 가속도계와 압력계 등 센서가 부착돼 있다.

WMO 공식 인정은 못 받았으나 30m가 넘는 파도가 관측된 사례도 있다.

미 해군 전함 라마포는 1933년 2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출항해 태평양을 가로질러 미 서부 해안 샌디에이고로 항해하다 34m에 달하는 거대한 파도를 만나기도 했다.

영화 '퍼펙트 스톰'의 소재가 된 파도도 유명하다.

이는 1991년 10월 미국과 캐나다 동부 해안을 강타한 폭풍 때 발생한 것으로 당시 캐나다 노바스코샤 앞바다에 설치된 부이에 기록된 파고는 30.7m였다.

2016년 부산 영도 해안에 좌초된 화물선
2016년 부산 영도 해안에 좌초된 화물선

[촬영 조정호·재판매 및 DB 금지]

파도에 관한 기본 지식은 배를 만들어 바다를 항해한 뱃사람의 관찰과 경험이 고대시대부터 축적된 결과다.

이에 더해 수많은 과학자가 파도 발생, 전파, 소멸 등 과정을 자세히 관찰하고 실험하고 연구하면서 학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식으로 발전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특별한 목적을 갖고 만든 파도 발생 장치인 조파기(造波機, wave maker)다.

이 조파기를 이용해 파도를 만들 수 있는 시설을 조파수조라고 한다.

조파수조는 파도를 만드는 기계가 들어있는 목욕탕 같은 통이다.

조파기를 정밀하게 작동하면 조파수조 내 파고나 파장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수리실험동 내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수리실험동 내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홈페이지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조파수조는 방파제를 비롯한 항만구조물 설계에 유용한 장비다.

방파제는 워낙 거대한 구조물이기 때문에 사전에 시험 삼아 만들어 볼 수가 없다.

조파수조가 있으면 방파제 축소 모형을 만들어 파도에 방파제가 잘 견디는지를 미리 실험할 수가 있다.

항만에서 크레인이 물건을 옮기는 장소인 안벽 설계와 개발은 물론 선박 개발과 건조에도 조파수조가 쓰인다.

전남 여수 해양경찰교육원 훈련장
전남 여수 해양경찰교육원 훈련장

[촬영 형민우·재판매 및 DB 금지]

파도를 만드는 장치는 연구 외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전남 여수 해양경찰교육원 해상구조훈련장에는 파도 발생장치를 갖춘 수영장이 있다.

여기서는 해상에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훈련이 실시된다.

특수 잠수기술을 이용한 침몰 선박 내 생존자 구조, 헬리콥터를 이용한 항공 구조 등 다양한 훈련 시 인공 파도를 만들어 거친 파도가 치는 악조건 속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훈련이 이어지고 있다.

해상 재난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 파도뿐만 아니라 비와 바람을 발생시키는 장치를 함께 가동하는 경우도 있다.

구조 인력 훈련 외에 구명조끼 등 각종 구조 용품이나 장비 성능 실험이 진행되기도 한다.

경남 김해 롯데워터파크
경남 김해 롯데워터파크

[촬영 김동민·재판매 및 DB 금지]

구조가 복잡하고 가격이 비싼 조파기를 쓰지 않고 펌프를 이용해 파도를 만들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놀이기구로 유명한 워터파크 파도풀장이다.

연구 목적으로 만들어진 파도 발생 장치가 이제 날씨와 상관없이 사계절 내내 파도를 즐길 수 있는 시설로 거듭나고 있다.

[참고문헌]

1. 오상호, 지성사, '파도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미래를 꿈꾸는 해양문고 30), 2018.

pitbul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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