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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의 보고 사마천의 '사기'에서 핵심만 추렸다

송고시간2020-02-2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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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 교수 신간 '사기어록'

(서울 = 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물을 막는 것보다 심각합니다. 물이 막혔다가 터지면 다치는 사람이 분명 많은 것처럼, 백성들 또한 이와 같습니다. 이 때문에 물을 다스리는 자는 물을 터서 물길을 인도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자는 그들을 이끌어 말하게 해야 합니다."

정치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할 때 인용하기 좋은 문구다. 사마천의 '사기' 가운데 '주본기'에 나오는 말이다. 소공이 포악한 군주 여왕 호의 폭정을 언급하면서 그가 입을 막는 바람에 백성들이 눈짓으로 의사를 주고받을 만큼 언론 통제가 심하여지자 참지 못해 올린 고언이다.

'사기'는 동양 역사서의 근간이요 인간학의 보고로 불린다. 김원중 단국대 한문교육과 교수가 최근 출간한 '사기어록'(민음사)은 명언의 보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기'에서 200여 편의 명구를 뽑아 그것이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과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과 지혜를 정리한 책이다.

'나'로부터 '타인'과 '세상'을 거쳐 '시대'로 이어지는 맥락을 따라 4부로 구성됐다. 책의 뼈대를 이루는 문구는 경구, 격언, 상소문, 서간문, 속담 등 다양한 형태를 지닌다. 춘추·전국시대와 초한 쟁패 과정을 주축으로 하는 격변의 상황에서 탄생한 '열전'의 어록이 가장 많지만, 제후들 이야기를 담은 '세가'와 제왕들 이야기인 '본기'에서 가져온 어록도 적지 않다.

"만일 저를 좀 더 일찍이 주머니 속에 있게 하였더라면 송곳의 자루까지 밖으로 나왔을 것입니다. 다만 그 끝만 드러나 보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라는 말은 평원군 밑에 식객으로 있던 모수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평원군을 탓하면서 호기롭게 한 말이다. 이로부터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사자성어가 나왔다.

"그 사람을 알지 못하면 그의 친구를 보라"는 말은 덕이 있고 파당도 만들지 않아 칭송받은 장석지와 풍당에 대한 사마천의 평가다. '사기'에는 "그 임금을 알지 못하면 그가 부리는 사람을 보고, 그 아들을 알지 못하면 그 아들이 사귀는 벗을 보라"라는 비슷한 취지의 문구도 나온다.

"1년을 살려거든 곡식을 심고, 10년을 살려거든 나무를 심으며, 백 년을 살려거든 덕을 베풀어라. 덕이란 인물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오늘날에는 살짝 변형된 여러 다른 버전이 통용되지만 '사기'에서는 인물 키우기를 강조하는 맥락으로 사용한다.

"집안이 가난하면 선량한 아내를 생각하고, 나라가 혼란하면 재상을 생각한다"라는 것도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말이다. 위나라 문후가 이극에게 성자와 적황 가운데 누구에게 재상 자리를 맡기면 좋을지를 물으면서 한 말이라고 한다.

책에 실린 200여편의 명구를 적절히 인용하기만 하더라도 '학식'을 과시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단편적인 인용문이 아니라 '사기' 전체의 내용과 전반적 흐름을 알고 싶다면 저자가 한국 최초, 개인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완역했다는 '사기' 전편을 읽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단, 분량이 4천페이지가 넘는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424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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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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