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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년 "부적응 아닌 '비적응'에 많은 것 함축됐죠"

송고시간2020-02-2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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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4개월만의 EP '비적응' 발매…확장된 주제의식 눈길

EP '비적응'을 발매한 밴드 새소년
EP '비적응'을 발매한 밴드 새소년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3인조 밴드 '새소년'은 현재 인디음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 결성돼 2017년 EP '여름깃'을 내놓은 이들은 빈티지하면서도 어느 한 장르에 가둘 수 없는 감각적이고 '젊은' 사운드로 대중과 평단을 모두 매혹했다. 지난 2018년 제15회 한국대중음악상 측은 이들을 '올해의 신인'으로 선정하며 "거의 맡겨 놓은 상을 찾아간다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라고 적기도 했다.

이들이 2년4개월 만의 새 앨범 '비적응'(Nonadaptation)을 지난 18일 내놨다.

최근 마포구 서교동에서 만난 새소년 황소윤(보컬·기타)은 이번 앨범에 대해 "음악적으로 여전히 새소년다운 다채로움을 담는 동시에, 이전 앨범보다 훨씬 더 성숙하고 밀도 있는 작업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이번 앨범은 황소윤을 제외하고 두 멤버가 바뀌는 등 밴드 재정비 이후 낸 앨범이라 의미가 더하다.

원년멤버 두 명이 입대로 밴드를 떠난 뒤 베이시스트 박현진과 드러머 유수가 지난해 새로 합류했다. SNS에서 두 사람의 연주 영상을 본 황소윤은 "이 사람들을 만나보면 좋을 거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고 한다.

세 멤버는 지난해 아시아 투어와 단독공연 등을 함께하며 밴드로서 '합'을 찾아갔다. 황소윤은 "이렇게 세 명이 만나 열심히 구르고 앨범까지 나오게 돼 앨범에 유독 애정이 많이 간다"며 "이제 같은 출발선에 선 것 같다"고 했다.

새소년 '비적응' 앨범 커버
새소년 '비적응' 앨범 커버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제공]

EP '비적응'엔 지난해 10월 선보인 싱글 '집에'를 포함해 7곡이 담겼다. 황소윤이 쓴 선율과 가사를 유수, 박현진을 포함한 세 멤버가 함께 다듬었다.

제목을 들으면 '부적응'이 아니라 '비(非)적응'이라는 단어를 쓴 뜻을 곱씹게 된다.

"많은 것이 함축돼 있어요. ('비적응'에서) 적응하지 않는 건 본인의 선택이잖아요. 좀 더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뭔가를 선택할 수 있는 거죠. 그에 비해 '부적응'은 주어진 상황에 힘을 쓸 수 없다는 뉘앙스가 있죠."(황소윤)

새소년은 앨범 소개 글에서 "사회로부터 주어진 가치에 무비판적으로 적응하지 않고", "스스로의 기준을 갖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새 앨범의 이런 주제의식엔 전작 '여름깃' 이후 새소년이 사람들과 관계에서 느끼고 경험한 것들이 반영됐다. 풋풋하고 개인적인 정서가 많은 전작 '여름깃'보다 시야가 확장됐다고 할 수 있다.

첫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심야행'에도 오늘을 통과하는 청춘의 먹먹한 정서가 드리웠다. '어디쯤 왔을까 우리의 밤은 / 여길까 / 난 가끔 가끔 / 정말 모든 게 무서워 / 눈을 꼭 감아버려…'('심야행' 중)

후반부 긴 연주 파트가 이어지며 실제 야간기차를 타고 아득하게 달려가는 듯한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유수는 이 곡에 대해 "록 밴드가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리프나 리듬에서 다분히 보여주지 않았나 한다"고 자평했다.

이외에 꼭 추천하고 싶거나 특별히 애착이 가는 트랙을 묻자 박현진은 "가장 밴드다운 느낌이 많이 나는 곡"이라며 '이'를 꼽았고, 유수는 점진적으로 차오르는 사운드의 '이방인'을 골랐다. 황소윤은 "'비적응'의 쓸쓸한 정서를 가장 반영하면서도 '팝'스러운 곡"이라며 '눈'을 꼽았다.

EP '비적응'을 발매한 밴드 새소년
EP '비적응'을 발매한 밴드 새소년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제공]

블루스와 사이키델릭, 모던 록 등이 복합적으로 공존하는 이들의 음악은 황소윤의 허스키한 음색과 어우러져 바로 들으면 '새소년 음악'이라고 알 수 있을 정도로 독창적 색깔을 낸다.

하지만 '새소년스러운 색깔'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들은 "사실 저희도 모른다", "어떤 색깔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는다"며 '틀'을 깨는 느낌의 대답을 내놨다.

"특정한 뭔가로 규정하거나 장르화해서 얘기를 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새소년 음악은) 사실 어떤 '정서'나 '결'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건 눈에 보이거나 문자로 나타나는 게 아니잖아요. 그 결을 함께 맞춰 나가고, 정서를 함께 찾아 나가는 과정이 새소년스럽지 않을까 생각해요."(황소윤)

밴드 음악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현실에서 이들의 성장은 눈여겨볼 만하다.

국내에서는 빠르게 팬층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말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연 단독 콘서트는 단숨에 매진됐는데, 황소윤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주목받는다. 3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음악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 처음으로 참여하고, 이후 캐나다에서도 공연한다. 최근에는 세계적 기타 브랜드 펜더(Fender)의 아티스트 개발 프로그램인 '펜더 넥스트 2020' 아티스트 25팀 가운데 국내 뮤지션으론 유일하게 선정됐다.

유수는 "걱정하지 않는 것은 (기회가) 국내 한정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며 "외국도 물론 침체기이지만 여전히 풀은 넓다"고 강조했다.

황소윤은 "점점 벽이 허물어지는 시대"라며 "뭔가 좀 더 넓은 땅에서 재밌게 놀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SNS에 적힌 '세계적인 밴드 새소년'이라는 자기소개 문구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그 타이틀을 되게 잘 정한 것 같아요. (웃음) 꿈은 크게 가지는 게 좋으니까요."(황소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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