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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과 '짜파구리' 오찬…봉준호 "말씀 듣고 충격의 도가니"(종합)

송고시간2020-02-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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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제작진·출연진 20여명 청와대 초청…아카데미 수상 축하

김정숙 여사, 이틀 전 전통시장서 구입한 대파 이용해 '대파 짜파구리' 준비

송강호 "따뜻한 음식 먹으며 대장정 마무리해 특별…뭉클한 감동"

영화 '기생충' 격려하는 문 대통령
영화 '기생충' 격려하는 문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진, 배우 초청 오찬에 앞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0.2.20 xyz@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제 아내가 여러분에게 헌정하는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 라면을 섞어서 함께 끓인 요리·영화 '기생충'에서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소재로 등장)가 맛보기로 포함돼 있습니다. 함께 유쾌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

"암기하신 것 같지는 않고 옆에서 길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서 저는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습니다." (봉준호 영화감독)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봉준호 영화감독을 비롯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의 제작진·출연진과 청와대에서 특별한 오찬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자리에서 아카데미상 수상을 축하하고 제작 과정에서의 노고를 치하했다.

오찬에는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을 비롯해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씨 등 출연진들이 참석했다.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pviK-dw_2i8

청와대의 '기생충'팀
청와대의 '기생충'팀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조여정, 이선균 등이 2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초청 오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2020.2.20 xyz@yna.co.kr

오찬에 앞서 청와대 본관에 도착한 봉 감독 등은 사전환담 장소인 충무전실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사진을 찍는 여유를 보였다.

환담에는 봉 감독의 대학 동기로 재학 중에 봉 감독에게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육성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도 동석했다.

어떤 인연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봉 감독은 웃으면서 "제가 결혼하고 충무로에서 연출부를 할 때 쌀도 한 포대 갖다주고 했다"고 말했다.

육 행정관은 "제가 결혼할 때 봉 감독이 결혼식을 찍어줬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기생충' 아역배우
문 대통령과 '기생충' 아역배우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진, 배우 초청 오찬에 앞서 봉준호 감독, 송강호, 아역배우 정현준 등과 인사하고 있다.
2020.2.20 xyz@yna.co.kr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입장하자 봉 감독은 아역배우인 정현준 군을 가장 먼저 소개했다.

자세를 낮춰 정 군과 악수한 문 대통령은 다른 배우들과도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촬영을 마치고 나서부터 대장정이었죠"라며 "꿈 같은 일"이라고 말을 건넸다.

봉 감독이 "배우, 스태프들과 같이 여기 오게 돼 기쁘다"고 말하며 "축전도 잘 받았다"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이 "아내가 특별한 팬"이라고 말하자 김 여사는 "남편과 영화를 봤다"고 거들기도 했다.

봉 감독이 즉석 퀴즈 형식으로 배우 박명훈 씨의 극중 배역을 물었을 때 김 여사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봐서 금방 알아봤다"며 "근세"라고 정답을 맞히자 분위기는 더 화기애애해졌다.

송강호 씨는 문 대통령 부부에게 봉 감독이 쓴 각본집 2권을 선물로 증정했다.

문 대통령과 '기생충' 팀, '오찬장으로'
문 대통령과 '기생충' 팀, '오찬장으로'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 등 제작진, 배우들과 오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0.2.20 xyz@yna.co.kr

모든 참석자가 오찬 테이블에 앉은 뒤 문 대통령은 "우리 영화 100년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도, 새로운 오스카 역사를 쓴 것도 아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스카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고 최고 영화제지만 봉 감독이 핵심을 찔렀다시피 로컬 영화제라는 비판이 있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봉 감독이 지난해 10월 미국 매체 '벌처'와 인터뷰에서 '지난 20년간 한국 영화가 한 번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라는 질문에 "별로 큰일은 아니다"라며 "오스카상은 그저 로컬(지역영화상)일 뿐"이라고 답한 것에 착안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기생충'이 워낙 빼어나고 봉 감독이 워낙 탁월해 비영어권 영화라는 장벽을 무너뜨리고 최고 영화, 최고의 감독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해 특별히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오찬 메뉴에 '기생충'에 등장해 화제가 된 짜파구리가 들어 있다는 말로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7분여간 막힘 없이 이어진 문 대통령의 인사말에 봉 감독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저나 송강호 씨나 모두 '한 스피치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인데 작품 축하부터 한국 대중문화, 영화산업 전반에 대한 언급을 거쳐 '짜파구리'에 이르기까지 말씀하신 게 거의 시나리오 두 페이지 분량"이라고 부연했다.

영화 '기생충' 축사하는 문 대통령
영화 '기생충' 축사하는 문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진, 배우 초청 오찬에 앞서 축사를 하고 있다.
왼쪽은 봉준호 감독. 2020.2.20 xyz@yna.co.kr

이어 "평소에 체화한 이슈에 대한 주제 의식이 있기에 풀어내신 것 같다"며 "많은 시상식을 갔지만 대사를 많이 외우는 배우들도 지금 말씀하신 것의 ¼ 정도의 짧은 스피치를 프롬프터를 보면서 한다"고 언급했다.

봉 감독은 "의식의 흐름인지 궁금하다"면서 "조리 있게 정연한 논리 흐름과 완벽한 어휘 선택으로 기승전결로 마무리하시는 것을 보니 저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 충격에 빠졌다"고도 말했다.

봉 감독은 "작년 칸 영화제부터 아카데미까지 대장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데 (제작진, 출연진)이 근래 많이 모인 적이 별로 없었다"며 "영광스럽게 청와대에서 좋은 자리에서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배우 송강호 씨는 "두 분의 멋진 말씀을 듣다 보니 저도 말씀을 잘 드려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다"고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송 씨는 "음식이 우리 민족에게는 그냥 먹거리가 아니다"라며 "따뜻한 음식을 먹으면서 대장정의 마무리를 한다는 것이 특별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송 씨는 "우리 모두 모인 게 오랜만이고 ('기생충'과 관련한) 공식행사가 오늘이 마지막"이라면서 "자연스레 뜻깊은 자리가 된 것 같아 더 뭉클한 감동이 있다"고 밝혔다.

봉준호 감독 선물 받은 문 대통령
봉준호 감독 선물 받은 문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진, 배우 초청 오찬에 앞서 봉준호 감독의 선물을 받고 있다. 봉 감독은 각본집과 스토리북을 선물했다. 2020.2.20 xyz@yna.co.kr

오찬 메뉴 중 '짜파구리'가 등장하자 김 여사는 "(오찬과 관련해) 저도 계획이 있었다"며 "어제 오후 내내 조합을 한 '짜파구리'"라고 설명했다.

김 여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지역경제가 위축돼 (엊그제) 재래시장에 가서 상인들도 위할 겸 작정을 하고 대파를 샀다"면서 "동행한 이연복 셰프에게 '짜파구리'와 대파를 어떻게 접목할지를 들었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소고기 안심을 넣으면 너무 느끼할 것 같아 돼지고기 목심을 썼다"며 "저의 계획은 대파였다. 이게 '대파짜파구리'"라고 부연했다.

봉 감독이 "'짜파구리를 한 번도 안 먹어보고 시나리오를 썼는데 맛있다"고 하자 김 여사는 "여러분 덕에 대파 소비가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박수가 나왔다.

오찬 후 문 대통령과 오찬 참석자들은 본관의 대통령 집무실과 접견실을 둘러봤다.

문 대통령의 제안에 정현준 군이 집무실 의자에 앉자 봉 감독 등은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기생충' 제작진 및 촬영진과 사진을 찍은 후 본관에서 녹지원까지 산책한 뒤 이들을 배웅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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