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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곽신애 대표 "오스카 감독상 타자 작품상 예감"

송고시간2020-02-2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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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권·비 영어 영화에 좋은 자극과 영향 주게 돼 기뻐"

오스카 역사상 최초로 작품상 받은 아시아 여성 제작자

미소 짓는 곽신애 대표
미소 짓는 곽신애 대표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영화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20.2.19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감독상이 작품상의 신호처럼 느껴졌어요."

지난 10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휩쓴 '기생충'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감독상을 받을 때 작품상 수상을 예감했다"고 떠올렸다. 20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전문적인 견해가 아니라 지난 1월 초부터 오스카 레이스를 보면서 감이 왔죠. 지난달 4일 미국 영화연구소(AFI)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받았는데, 우리 테이블이 너무 붐벼서 깜짝 놀랐어요. 많은 사람이 와서 악수와 사진을 요청하고, 경이로운 눈빛을 보내주셨어요.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테이블 표정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곽 대표는 "그 뒤 이어진 각종 시상식에서도 이곳 사람들이 정말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 등 우리 팀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기생충'은 막판까지 '1917'과 오스카상 경합을 벌여야 했다. 각종 예측 사이트와 언론들은 시상식 전날까지도 '1917'의 작품상 수상 가능성을 더 높게 점쳤다.

'기생충' 제작한 곽신애 대표
'기생충' 제작한 곽신애 대표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영화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봉준호 감독. 2020.2.19 scape@yna.co.kr

곽 대표는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으면 모든 면에서 (오스카상) 역사를 뒤집거나, 새로 만드는 것이어서 수상은 어렵겠다는 생각은 했다"며 "아카데미상은 그 영화에 화제와 힘을 몰아주는 것인데, 과연 보수적인 연령층이 비 영어 영화에 투표할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투표를 통해 작품상을 받는다면 아시아권, 비 영어 영화, 유색인, 미국이 아닌 곳에서 활동하는 많은 영화인에게 좋은 의미의 영향과 자극을 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서 "용기 있게 변화를 선택해준 미국 영화인들을 '리스펙트'(존경)한다고"고 말했다.

'기생충'이 처음부터 '원대한 목표'를 잡은 것은 아니었다. 투자배급사 CJ ENM과 미국 배급사 네온도 '외국어상 수상과 주요 부문 노미네이트'를 목표를 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가장 많은 아카데미 회원을 거느린 미국배우조합상(SAG) 앙상블상 후보에 오르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고 한다.

그는 빡빡했던 오스카 캠페인 일정을 다이어리에 손글씨로 빼곡히 적어놨다. 다이어리를 직접 펼쳐 보이며 '별 표시'를 해놓은 날이 상 받은 날이라며 웃었다.

곽 대표는 "처음에 갔을 때는 그들에게 거리감도 느껴지고, 문화적으로 주눅도 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리 영화를 좋아하는 눈빛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우정이 생겼다"면서 "영화의 가치나 존재, 힘을 믿는 사람이 많다는 면에서 동질감을 느꼈다"고 했다.

미국 내 각종 시상식 참석은 처음이라 의상 준비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몰라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잘 모르겠더라"라며 "결국 의상 감독님께 SOS를 쳤고, 주변 지인들을 동원해 옷과 드레스를 빌렸다"고 떠올렸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곽 대표는 1990년대 시네필 사이에서 필독서로 꼽히던 영화 전문잡지 '키노' 창간 멤버로 3년간 일했다. 이어 LJ필름, 신씨네 등 영화사에서 마케팅 업무와 프로듀서를 했다. 2010년 바른손 영화사업부 본부장과 바른손필름 대표이사를 거쳐 2015년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이사가 됐고, 강동원 주연하고 엄태화 감독이 연출한 '가려진 시간'(2016)과 곽경택 감독 '희생부활자'(2017·공동제작)를 제작했다.

곽신애 대표
곽신애 대표

[CJ ENM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곽 대표는 봉 감독이 2015년 4월 건넨 15페이지짜리 시놉시스를 보고 흔쾌히 제작을 수락했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복(봉준호)이 넝쿨째 들어왔다. 저는 그저 서포터였을 뿐"이라며 자신을 낮췄지만 아낌없는 지원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곽 대표는 "좋은 영화와 주류 영화 경계에 있는 감독과 작품, 자기 색깔이 선명하면서 매력이 있지만, 상업적인 흥행 면에서는 만만하지 않은 영화에 끌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지금까지 하던 대로 제작하려고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곽 대표는 영화인 집안 출신으로 유명하다. '친구'(2000) 곽경택 감독이 오빠고 '은교'(2012), '침묵'(2017), '유열의 음악앨범'(2019)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이 남편이다. 곽 대표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때와 마찬가지로, 오빠는 '이 업계에서 묵묵하게 30년을 버텨 받은 상인 만큼 실컷 기뻐하고 누려라'라고 응원해주셨다. 반면, 남편은 별일 없었던 것처럼 '허허 참, 하하' 이런 느낌으로 대한다"며 웃었다.

곽신애 바른손 이앤에이 대표
곽신애 바른손 이앤에이 대표

[CJ ENM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곽 대표는 역대 오스카 역사상 최초로 작품상을 받은 아시아 여성 제작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는 "한국에도 저보다 더 많은 필모그래피를 쌓은 여성 영화제작자가 많다"며 "(그분들이) 한 영역에서 고비를 겪으면서도 꺾이지 않고 열심히 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준 표본이라는 말씀을 저에게 해주셔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는 '기생충' 작품상을 시상한 할리우드 배우 제인 폰더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제인 폰더는 1970년~80년대를 대표하는 할리우드 원로 배우다. 곽 대표는 "상을 받으면 시상자와 포옹을 해야 하는데, 그런 문화를 잘 몰라서 그냥 두손을 뻗어서 상만 냅다 받았다"면서 "돌이켜보니 결례를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미안하다는 말과 존경한다는 말을 써서 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미경 CJ 그룹 부회장이 작품상 수상 소감을 한 것에 대해선 "작품상을 타면 제가 1순위, 봉 감독이 2순위로 수상 소감 권리가 있어 저나 감독님 모두 동의한 일"이라면서 "이 작품에 참여한 CJ 측 스태프를 대표할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한국 영화를 사랑해온 분이기에 기회를 드렸다"고 말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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