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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모임하다 주택 2층 불 보고 진화한 현대차 신입사원들

송고시간2020-02-2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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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화재 보고 진화한 현대차 신입사원들
주택화재 보고 진화한 현대차 신입사원들

현대차 울산공장에 근무하는 손봉관(왼쪽부터)·김학연·배성열 씨. [현대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청년들이 몸 사리지 않고 불을 끈 것도 대견한데, 나중에 소화기 값까지 주겠다고 찾아왔으니 감동을 안 받을 수 없지요."

현대자동차 신입사원들이 동기 회식을 하다가 인근 주택에서 불이 난 것을 발견하고 신속하게 진화해 화제다.

21일 현대차 울산공장과 주변 상인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입사한 이 회사 신입사원 10여 명은 전날 오후 7시 30분께 울산공장 정문 앞 골목 한 통닭집에서 동기 모임을 하던 중 가게 밖에서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들었다.

김학연(28·현대차 보전3부) 씨 등 여러 명이 밖으로 나가보니 인근 주택 2층 현관문에 시뻘건 불길이 보였다.

김씨는 곧바로 맞은편 해물포차 가게로 달려가 주인에게 소화기가 있는지 다급하게 물었고, 소화기를 건네받아 10m쯤 떨어진 주택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는 현관문 쪽을 향해 소화기를 뿌렸고, 배성열(28·생산관리4부) 씨와 손봉관(29·품질관리3부) 씨 등 다른 동기들도 폭발 위험이 있는 주택용 액화석유가스(LPG)통 밸브를 잠그며 진화를 도왔다.

소화기 1개를 다 사용해도 불길이 완전히 잡히지 않자 주변 상인들도 가게에 있던 소화기를 모아 이들에게 전달했다.

10분쯤 소화기를 뿌리자 불길이 잦아들었고, 때마침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도착하자 김씨 등은 현장을 떠났다.

선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소화기를 빌렸던 해물포차를 찾아가 "우리가 소화기를 사용했으니, 소화기를 다시 마련할 비용을 드리고 싶다"고 한 것이다.

가게 주인은 사양했지만, 김씨는 혹시라도 비용이 발생하면 연락해 달라며 명함을 남겼다.

감동한 가게 주인은 명함에 적힌 현대차 쪽으로 연락해 이런 사실을 알리며 칭찬해달라고 부탁했다.

가게 주인은 "주변에 다른 주택도 있고, 가게도 있어 자칫 큰불로 번질 수 있었는데 청년들이 나서줘서 고마웠다"며 "요즘 청년들이 다른 사람 일은 '나 몰라라' 한다는데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소방서 관계자는 "화재 초기 시 소화기 1대는 소방차 1대의 효력과 맞먹는다"며 "이들이 초동 대처를 잘해 준 덕분에 인명피해도 없고, 재산피해도 60만원 정도에 그쳤다"고 전했다.

불은 진압한 김씨는 "불길을 보는 순간 신입사원 교육 때 소화기 사용법을 배웠던 것이 생각났다"며 "큰불로 번지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포상할 계획이다.

can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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