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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장기전은 효율적 자원 배분이 관건이다(종합)

송고시간2020-02-2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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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연일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중앙방역 대책본부(중대본)는 21일 코로나19 환자가 전날보다 꼭 100명 늘어나 총 204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일일 확진자 숫자가 지난 19일 20명, 20일 53명에 이어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코로나19가 지역사회 감염 국면을 넘어 대유행 단계로 진입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퍼지고 있다. 이제 이번 사태가 국지전으로 끝날 것이라는 희망은 사라졌다. 오히려 전면적이고 장기적인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공중위생의 위기는 본질적으로 혼란스럽지만 이럴 때일수록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효율적인 대책을 수립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당장은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인 코로나19의 확산 속도를 늦춰야 한다. 환자의 국내 유입을 막는 기존의 '봉쇄 전략'과 함께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함으로써 사망률을 낮추는 '완화 전략' 혹은 '지연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해야 할 시점이다. 확산 속도의 제어는 미래 상황에 대비하고, 백신이나 치료제의 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어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우선 대구·경북에서 번지고 있는 '큰불'부터 잡아야 한다. 국내 확진자의 4분의 3이 넘는 153명이 대구·경북 지역에서 쏟아져 나왔다. 특히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 확진자가 지금까지 집계된 것만 144명이다. 대구 외에도 광주·전북·충북·제주 등 전국 곳곳에서 신천지 대구교회의 최근 예배에 참석하고 다녀간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교주 친형의 장례식이 열려 신도들이 대거 조문했던 경북 청도의 대남병원에서도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이 교회와 병원이 국내 지역사회 감염의 시발점이자 '슈퍼 전파'의 진앙이 된 셈이다. 더구나 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544명이 '증상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하니 확진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에서 대구·청도 지역을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겠다는 정세균 총리의 보고를 받고 "여러모로 상황이 엄중하므로 발 빠르고 강력한 지원 대책을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방역망에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큰 구멍이 생긴 만큼 필요한 인력과 물자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큰 전쟁의 승패는 그 나라가 가진 자원과 의지의 총합으로 결정된다. 이번 코로나19와의 싸움도 마찬가지다. 인력, 물자 등 우리의 역량을 차분히 점검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자원을 언제, 어디에, 어떻게 배분할지 판단해야 한다. 물적 측면에서는 공공ㆍ 민간 의료기관이 중증과 경증 환자들의 치료를 적절히 분담하는 민·관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음압 병상은 이동식으로도 제작할 수 있다고 하니 현재 1천여개인 병상의 숫자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 진단검사 역량은 이달 말 5천 건에서 1만 건으로 확대되는데 진단키트가 더 공급된다면 환자의 조기 발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스크는 일반용과 병원용 모두 부족하고, 유통과정의 왜곡으로 값도 지나치게 올랐다. 관련 부처는 수급과 가격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특히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의 열정에 기댄 대책은 적절치 않다. 전문가들은 방역·의료 인력의 격무를 공중보건의 큰 위험요소로 지목하고 있다.

상황 악화에 지레 겁을 먹고 위축되는 것은 곤란하지만 그렇다고 반대로 과잉 의욕으로 그다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곳에 자원을 무차별 투입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은 전염병과의 전쟁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특히 4월 총선을 앞두고 정파적 주장이 난무하거나 비과학적인 대책이 남발되면 이 싸움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정치권과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라는 국가의 첫 번째 책무에서 한시도 시선을 떼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민심을 얻을 수 있고 국민의 자발적인 협조와 의지도 끌어낼 수 있다. 코로나19보다 더 큰 적은 공동체 내부의 불신이다. 이런 호흡기 전염병은 마스크를 쓰고 손만 깨끗이 씻어도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자신과 이웃을 위해 보건위생의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키고 서로를 격려해야 한다. 국민과 정부, 그리고 정치권 등 국가 전체가 위기 극복을 위해 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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