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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부처 반대파 색출지시"…정보수장대행 첫날 칼휘둘러(종합)

송고시간2020-02-23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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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트럼프 쫓아내라" 대대적 숙청…'블랙리스트 작성' NSC·국무·법무부 표적

'3주짜리' DNI 국장대행은 '전임자 사람' 내쫓고 친트럼프 '낙하산 인사' 심기

백악관에 약 2년 만에 복귀한 존 매켄티(오른쪽) [EPA=연합뉴스]
백악관에 약 2년 만에 복귀한 존 매켄티(오른쪽) [EPA=연합뉴스]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부 내 반(反)트럼프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적 색출 및 축출 작업에 착수한 모양새이다.

탄핵 굴레를 벗은 뒤 '우크라이나 스캔들' 등과 관련해 자신에게 불리한 언행을 한 인사들을 상대로 '피의 숙청'에 나섰던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파 솎아내기가 전 부처 및 기관을 대상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대선 국면에서 '인적 청산'을 내세워 행정부 내 장악력을 강화함으로써 친(親)트럼프 일색의 친정 체제를 구축하려는 차원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가속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3주짜리' 임시직으로 기용된 '충성파' 리처드 그리넬 독일주재 미국대사가 부임 첫날부터 '전임자의 사람'인 고위 정보당국자에 해고 통보를 하며 점령군 행세에 나서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무소불위 인사 전횡이 점입가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부처에 걸쳐 충분히 충성심을 보이지 않는 인사들을 골라내 내쫓으라고 백악관에 지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선을 앞두고 응징과 물갈이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존 매켄티 백악관 인사국장에게 자신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 행정부 인사들을 찾아내 '제거'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앞서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매켄티 인사국장이 지난 20일 각 부처 및 기관 관계자들을 상대로 회의를 소집, 전 정부에 걸쳐 반(反)트럼프 성향으로 보이는 정무직들을 찾아내라고 요청했다고 해당 회의에 정통한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매켄티 국장은 이날 회의에서 반트럼프 인사로 찍힌 이들의 경우 더는 승진하지 못할 것이라며 좌천성 전보 조처를 시사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내 사람'으로 여겨지는 매켄티 국장에게 '나쁜 사람들'과 '딥 스테이트'(Deep State)를 쫓아낼 막강한 힘을 위임했다는 것이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시절 해고됐다가 약 2년 만인 최근 백악관 인사국장으로 영전, 화려하게 컴백한 29세의 매켄티 인사국장이 색출 및 물갈이의 총대를 멘 것이다.

이에 따라 매켄티 국장은 충성심을 제대로 보이지 않은 정무직 임명자들을 축출하거나 한직으로 전출시키라는 권한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부여받고 각 부처·기관에 충성심이 부족한 정무직 임명자들의 명단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일종의 살생부 내지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인 셈이다.

매켄티 국장은 조만간 색출 결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에게 보고하던 전임자와 달리 매켄티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숙청'의 주요 표적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 법무부라고 WP가 2명의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 의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불리한 진술을 해 이너서클의 눈 밖에 났던 존 루드 국방부 전 정책 담당 차관이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의 사퇴 압력을 폭로하며 물러났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익명의 신문 기고와 출판을 한 인사로 의심받아온 빅토리아 코츠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도 에너지부로 전보 조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 탄핵 심판 과정에서 일부 행정부 인사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데 대해 좌절했고, 이로 인해 대대적 인적 개편에 집착하게 됐다고 WP는 보도했다.

반대파 축출과 친트럼프 인사 중심의 인적 재편은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보좌관 등 트럼프 패밀리 주도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켄티 국장도 멜라니아 여사의 총애를 받는 인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눈엣가시'로 여겨온 껄끄러운 인사들을 다 내보내고 '예스맨' 내지 충성파들로 주변을 채우게 되면서 해당 인사들의 자격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매켄티 국장만 하더라도 그가 반트럼프 인사 축출과 충성파 보은 이외에는 관련 경험이 전무하다는 데 대해 백악관 인사들이 발끈하고 있다고 WP가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대선 개입 시도에 대한 정보 당국의 의회 브리핑에 격분, 조지프 매과이어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을 경질하고 그 자리에 앉힌 충성파인 리처드 그리넬 대행이 출근 첫날인 21일 매과이어 대행 밑에서 '2인자'였던 앤드루 홀먼에게 '더는 당신의 봉직이 필요 없다'면서 몰아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매과이어 대행과 홀먼은 이날 사직서를 제출하고 물러났다.

이와 함께 그리넬 대행은 하원 정보위 간사인 데빈 누네스 의원의 참모 출신 인사를 '낙하산'식으로 내리꽂는 등 임시직이면서도 '인사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또한 그는 문제의 정보 당국의 비공개 의회 브리핑 내용에 관련한 정보 제공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트럼프 진영의 누네스 하원의원은 매과이어 전 대행이 경질되는데 도화선이 된 이 브리핑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CNN방송은 "그리넬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해서 공격해온 정보 당국에 그의 흔적을 공격적으로 남기는 것으로 임시직을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후임 인선이 차질없이 진행될 경우 그리넬 대행의 임기는 3주에 그칠 수 있는 상황이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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