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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은 공공재…무료 제공해야 연구자 자존감 회복"

송고시간2020-02-2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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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단체 '지식공유연대' 천정환·정경희 공동의장

'지식공유연대' 정경희(왼쪽)·천정환 교수
'지식공유연대' 정경희(왼쪽)·천정환 교수

[촬영 박상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학회에서 연구 성과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문제는 연구자 정체성, 자존심과 직결됩니다. 지금은 논문을 발표하면 저자 손을 떠나는 구조입니다. 논문을 무료로 제공해야만 학술 공공성이 회복됩니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지난 18일 만난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와 정경희 한성대 교수는 학술 논문을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허용하는 오픈 액세스(Open Access, OA)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천 교수와 정 교수는 박배균 서울대 교수와 함께 학술단체·연구자 모임 '지식공유연대' 공동의장이다. 지식공유연대는 이날 '학술단체를 위한 OA 추진과 지원 전략'을 주제로 워크숍을 열었다.

지난해 8월 '새로운 학문 생산 체제 확립과 지식 공유'를 선언하며 첫발을 내디딘 지식공유연대는 오는 4월 24일 정식으로 창립한다. 인문학·사회과학 논문을 상품이 아닌 공공재로 전환하자는 운동이 본격화하는 셈이다.

국내에서 논문을 검색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상용(商用) 업체 '디비피아'를 이용하는 것이다. 디비피아는 1천850개 발행기관과 함께 저널 3천378종 학술논문 295만6천여 편을 제공한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천 교수와 문헌정보학을 연구하는 정 교수는 "학회가 상용 업체와 맺은 계약에 무언가 불합리한 면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상용 업체는 학회에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학회지 논문에 대해 사실상 독점적 권리를 보유해 대학 도서관이나 공공기관에 논문 열람권을 판매한다. 일반인은 논문을 보려면 편당 6천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논문이 많이 읽혀도 저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크지 않다.

지식공유연대는 학회에 상용 업체와 맺은 계약을 해지하고 논문 이용권을 개방하자고 제안한다. 아울러 논문 건수로 학자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개선해 의미 없는 논문을 양산하는 문화도 바꾸자고 역설한다.

정 교수는 "해외에서는 이미 2000년대부터 오픈 액세스 운동이 진행됐다"며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무료 논문 비중이 약 50%에 이른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그나마 의학 분야에서 오픈 액세스가 많이 이뤄졌다"며 "인문사회 분야는 논문이 공공재라는 문제의식을 품지도 못할 만큼 학계가 파편화하고 소외됐다"고 안타까워했다.

논문을 대중에 돌려주자는 오픈 액세스의 취지는 좋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많은 학회가 참가하도록 독려하고, 상용 업체로부터 돈을 받지 않아도 학술지를 발행할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정 교수는 "투고료를 받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학술지를 펴내기 쉽지 않다"며 "학술지 출판에 드는 비용을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모델을 만들거나 공공기관, 도서관을 상대로 상용 업체 대신 오픈 액세스 단체를 경제적으로 돕도록 설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학자들이 학문 경계를 넘어 자발적인 연대 모임을 결성한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학술 정책에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비판하는 시민단체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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