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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휴가 막힌 장병가족 "보고 싶지만 부대가 차라리 안전"

송고시간2020-02-23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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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 확진자 급증에 어제부터 휴가·외출 통제…"통제 시설이 나아"

'확진자 감추는 거 아니냐', '일부 간부 경각심 턱없이 부족' 지적도

마스크 쓴 군인들
마스크 쓴 군인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동생이 휴가 나오는 3월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너무 불쌍해요. 그래도 요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을 보니 부대 안이 차라리 안전할 것 같아요."

강원도 인제에서 군 복무 중인 김모(21) 일병의 누나는 23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최근 동생으로부터 '휴가를 못 가게 됐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고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고 소개했다.

누나 김씨는 "군부대에서 의심자 격리가 더 철저히 이뤄질 것 같다"면서도 "계획대로 휴가 나와서 조심하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 아쉽고 속상하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전날부터 모든 장병의 휴가, 외출, 외박, 면회를 통제했다.

아들이나 동생 등이 군 복무 중인 시민들은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이 같은 조치를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사모(53) 씨의 아들은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를 수료한 뒤 현재 종합군수학교에서 2주 훈련을 받고 있다.

사씨는 지난 18일로 예정됐던 훈련소 수료식이 코로나19 때문에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은 데 이어 아들이 당분간 휴가도 나올 수 없다는 소식을 접했다.

사씨는 "너무 보고 싶었는데 속상하다"면서도 "아들이 통제된 시설에 있으면서 만나는 사람이 제한돼 코로나19에 걸릴 걱정은 없을 것 같아 안심된다"고 했다.

확진자가 쏟아진 대구 출신으로 현재 강원도 모 부대 소속인 김모(23) 하사는 "휴가를 못 가게 된 병사들 원성이 자자하다"고 분위기를 전한 뒤 "부모님께 집에 못 간다고 말씀드리니 '강원도에 있는 게 차라리 낫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에서 복무 중인 윤모 일병의 누나도 "동생이 아쉬워하지만, 가족은 오히려 부대에 있는 게 오히려 안전하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휴가 통제 전인 지난 21일 서울역에서 열차 이용을 위해 이동하는 군인들
휴가 통제 전인 지난 21일 서울역에서 열차 이용을 위해 이동하는 군인들

[연합뉴스 자료 사진]

군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차츰 늘고 있다. 지금까지 경기 포천 육군 부대, 제주 해군부대, 충북 증평 육군 특전부대, 충남 계룡대 공군기상단 등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폐쇄적인 군 조직의 특성상 확진자가 나오더라도 감추기에 급급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동생이 군 복무 중인 고모(28) 씨는 "원래 군대는 내부 상황을 덮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병사들이 이미 유증상자 또는 확진자와 같은 공간에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복무 중인 김모 병장의 형은 "동생 얘기를 들어보면 (부대) 밖이 오히려 안전한 것 같다"고 했다.

동생이 속한 부대에서는 감기 등을 앓는 병사들을 위한 격리실이 일반 병사들 생활관과 붙어 있고, 격리실과 생활관 병사들이 화장실 등을 공동으로 이용한다고 한다.

특히 코로나19 위험성에 대한 일부 간부들의 경각심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동생으로부터 들었다고 김 씨는 전했다.

부사관 여동생을 둔 한 여성도 "군에서 대원들을 확실히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악용해 혹시 확진자가 나와도 은폐하진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몸이 아픈 동생이 그동안 한 달에 한 번꼴로 휴가를 나왔다는 이모(25) 씨는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당분간 못 나온다고 하니 걱정이 많이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썰렁한 해병대 안내실
썰렁한 해병대 안내실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국방부가 전 장병에 대해 휴가, 외출, 외박, 면회를 금지한 22일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 서문 앞 행정안내실이 한산하다. 이곳은 외부인이 해병대 장병 면회나 부대 출입을 신청하는 곳이다. 2020.2.22 sds123@yna.co.kr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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