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우리 집에도, 이웃집에도 있을 법한 이야기…영화 '이장'

송고시간2020-02-23 10:25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이장'
'이장'

[인디스토리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네 자매와 막내 남동생. 다섯 남매가 아버지 묘 이장을 위해 오랜만에 모인다.

어느 가족에나 있을 법한 이 이야기에 한국 가부장적 사회의 모습을 모두 털어 넣은 것 같은 영화가 다음 달 5일 개봉하는 '이장'이다.

살림 밑천인 장녀 혜영(장리우 분)은 남편과 헤어지고 아들을 홀로 키우며 산다. 육아휴직을 한다고 하자 회사는 퇴사를 권고한다. 둘째 금옥(이선희)은 돈 많은 남편과 결혼했지만, 남편은 현재 바람을 피운다.

셋째 금희(공민정)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돈에 민감하다. 넷째 혜연(윤금선아)은 10년째 대학생으로, 할 말은 하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이장'
'이장'

[인디스토리 제공]

혜영은 묘 이장을 위해 동생들을 모아 큰아버지 댁으로 가려 한다. 그러나 막내이자 이 집안 장남인 승락(곽민규)이 나타나지 않는다. 승락은 큰 누나 혜영에게 이장 문자를 보내놓고 무책임하게 가족들의 연락을 피하고 있는 것.

설상가상으로 함께 길을 떠난 자매들 사이에도 이장 보상금 등을 두고 티격태격 다툼이 일고, 큰아버지는 "장남도 없이 무덤을 파냐"며 불호령을 내린다. 누나들은 할 수 없이 승낙의 행방을 찾아 다시 길을 떠난다.

'이장'
'이장'

[인디스토리 제공]

내용은 어느 집에나 있을 것 같은 일이고 대사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 같다는 점이 특징이다.

제사상 앞에서 딸과 아들을 차별하는 일, 남자와 여자를 차별하는 일은 계속 있었고 누군가는 그것이 차별이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뿌리가 깊다.

"집구석에서 살림만 하는 것이 뭐가 힘들다고 계집애들이 말이 많다"라거나 "네 엄마가 아들 낳는다고 고생했다" 등의 대사는 너무 익숙한 말이다.

대중에게 비교적 낯선 배우들이 출연한 까닭에 이 이야기가 정말 이웃 또는 우리 집에서 일어나는 듯하다는 느낌도 든다.

'이장'
'이장'

[인디스토리 제공]

혜영을 통해서는 이혼한 뒤 육아는 오롯이 엄마 몫이 되고, 육아휴직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 혜연을 통해서는 현재 우리 사회에 벌어지는 남녀 간 대립과 혐오를, 금희를 통해서는 돈이 없으면 결혼조차 난관에 부딪히는 현실을 보여준다.

남성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라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의외성이다.

연출을 맡은 정승오 감독은 "우리 집도 제사를 지내는데, 누군가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세러머니에서 가족 내의 여성들은 차별을 받고 있다"며 "그것을 둘러싼 정체는 무엇인지 다루고 싶었다"고 전했다.

제35회 바르샤바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신인 감독 경쟁 부문 대상, 아시아영화진흥기구가 수여하는 넷팩상 등을 수상했다.

dylee@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