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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제 기와 벗고 수제 기와 7만장으로 뒤덮일 종묘 정전

송고시간2020-02-2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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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복구 이후 중요 건물에 사용…"가볍고 색상 각기 달라"

2019년 종묘 정전에서 열린 대제
2019년 종묘 정전에서 열린 대제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약 30년 만에 진행하는 국보 제227호 종묘 정전(正殿) 보수 공사 핵심 내용 중 하나는 지붕 기와 교체다.

23일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 가운데 가장 긴 종묘 정전은 건물이 노후화해 기와와 부재, 월대(月臺)에서 일부 파손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르면 5월부터 2022년까지 기와를 모두 바꾸고, 나무 부재를 수리하거나 교체하며, 월대 일부를 복원한다.

현재 종묘 정전 지붕은 앞쪽에 공장제 기와, 뒤쪽에 수제 기와를 사용해 하중이 한쪽으로 쏠린 상태다. 수제 기와와 공장제 기와 비중이 달라 생긴 현상이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1990년대에 정전을 수리하면서 관행에 따라 앞쪽에는 색상이 검고 균일한 공장제 기와를 쓰고, 전통 수제 기와는 뒤쪽에 배치한 것 같다"며 "수제 기와는 색상이 조금씩 다르고, 다소 빛바랜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궁능유적본부는 이번 보수에서 기와 7만 장을 모두 수제 기와로 교체할 방침이다. 기와 중 일부는 재활용하며, 2년에 걸쳐 새 기와를 제작한다.

문화재청은 2008년 2월 화재로 문루가 소실된 숭례문을 최대한 전통에 가까운 방식으로 복구한 뒤부터 중요한 지정문화재 건축물 지붕에는 수제 기와를 사용하도록 했다.

최종덕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저서 '숭례문 세우기'에서 "전통 기와는 1980년대 이후 기와에 'KS'로 표시되는 한국공업규격이 적용되면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며 "1991년부터 2010년까지 경복궁을 복원하면서 현대 기와를 썼다"고 밝혔다.

전통 기와가 문화재 수리 현장에서 밀려난 이유는 가격이 공장제보다 비싸고 쉽게 동파된다는 견해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 소장은 동파 실험을 해 보면 오히려 공장제 기와에 먼저 균열이 생기고, 비중은 전통 기와가 공장제의 65%에 불과해 성능 면에서는 전통 기와가 더 좋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은 연구소가 숭례문 기와, 현대 공장제 기와, 제와장이 제작한 전통 기와를 비교한 결과를 담은 '숭례문 복구용 전통기와 제작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2009년에 발간된 보고서는 전통 기와에 대해 "강도는 제일 약하나 동파 피해가 덜하고, 비중이 작아 나무 부재에 가하는 하중이 작다"며 "흡수율이 높아 통기성이 좋다"고 평가했다.

그에 반해 현대 공장제 기와는 진공 압착 성형으로 강도가 매우 높지만, 나무에 가하는 하중 때문에 구조적 불안정성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통기성이 떨어져 기와 사이에 스며든 습기를 증발시키지 못한다는 점도 짚었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전통 기와 제조와 보급 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건축물에는 수제 기와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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