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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전국 개학 연기…콜레라·신종플루·메르스 때도 안해

송고시간2020-02-2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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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업' 감염병 예방 효과에 의견 엇갈려…학원·PC방은 권고할 뿐 강제 불가

어린이집 언급은 빠져 학부모 혼란…복지부, 휴원 계획 없다

범정부대책회의 마치고 발표하는 유은혜 부총리
범정부대책회의 마치고 발표하는 유은혜 부총리

(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범정부대책회의를 마친 후 신학기 유초중고 개학 연기 및 유학생 보호 관리 추가보완 사항 후속 조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0.2.23 kimsdoo@yna.co.kr

(서울·세종=연합뉴스) 이재영 이효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교육사상 '첫 전국단위 학교 개학연기'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정부는 23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특수학교의 개학을 다음 달 9일로 일주일 연기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감염병이 확산할 때 교육부 장관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해 학교에 휴업이나 휴교를 명령할 수 있다. 이번 개학연기도 이런 규정에 근거한 조처다.

교육부는 개학연기가 '휴업'과 '휴교' 가운데 휴업이라고 밝혔다. 휴업은 학생만 등교를 정지하고 교직원은 학교에 나오는 반면 휴교는 교직원도 출근하지 않는 사실상 학교를 '임시폐쇄'하는 조처다.

이번 개학연기 때는 교직원도 최소인원만 학교에 나올 예정이다.

정부 "'코로나19'에 전국 유초중고 개학 1주일 연기…3월 9일로"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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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nXkeADtcsjo

사실상 '휴교령'이 내려진 것이다.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가 감염병 확산을 막고자 전국 학교에 휴업이나 휴교를 명령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 종종 휴교령이 내려졌지만, 이는 감염병과는 전혀 관계가 없고 학생들의 집회·시위를 방해하기 위해 대학교를 중심으로 내려진 것이었다.

박정희 정권 때인 1969년 신종 콜레라가 발생해 약 1천400명의 감염자와 125명의 사망자를 낳았을 때도 전국에 휴교령이 내려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가 전국에 확산했을 때 당시 이명박 정부는 휴교령을 검토한 바 있다. 당시 학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학부모들의 우려가 매우 큰 상황이었다.

2009년 11월 3일 신종플루 감염병 재난단계가 '심각'으로 상향됐지만, 휴교령은 없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흘도 남지 않은 점과 시·도별 기준에 따라 학교 500여곳이 이미 자체휴업 중이었던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확산했을 때도 전국 휴교령은 없었다.

당시에도 시도별 기준에 따라 학교장이 판단해 휴업했는데, 휴업 학교가 가장 많았던 날에는 전체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의 10%가 넘는 2천700여곳이 문을 닫기도 했다.

정부가 신종플루와 메르스 사태 때 전국 휴교령을 내리지 않았던 데는 '학교 휴업이 전염병 확산 방지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보건·의료계의 지적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감염병이 이미 지역 사회에 퍼진 상황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차라리 학교에 있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복지부와 대한감염학회도 "학교 휴업은 의학적으로 맞지 않고 옳지 않은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와 반대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플루가 한창이던 2009년 임시휴교가 신종플루 확산방지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런던왕립대 질병역학과 연구팀은 휴교 조치가 감염병 확산을 적게는 15%, 크게는 40% 감소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교육계에서는 개학연기 이후 아이들의 '학교 밖 활동'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개학연기가 코로나19 확산을 부추기는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우려되는 곳은 학원이다.

학원도 학교처럼 많은 학생이 모이는 공간이지만 학교와 달리 당국이 '휴원'을 명령할 법적 권한이 없다. 교육부도 이날 학원에 휴원과 학생 등교중지를 강력히 '권고'하겠다고만 밝혔다.

현행 '학원의 설립ㆍ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에는 학원 설립·운영자가 감염병에 걸렸거나 감염이 의심되는 학생과 강사를 교육부령에 따라 학원에서 격리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하지만 정부가 학원 휴원을 강제할 조항은 없다.

PC방 등 청소년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에 대한 대책도 요구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이날 개학연기를 발표하면서 학부모들에게 "학원, 다중이용시설, PC방 같은 곳을 이용하지 않도록 학부모들께서 지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유치원 개학이 늦춰졌는데 더 어린 아동이 다니는 어린이집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하는 학부모도 많지만 이날 정부 발표 때 어린이집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학부모 사이에서 "혼란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부산·광주·세종 등 지자체별로 지역 내 어린이집을 전면 휴원한 곳이 있다"면서도 "어린이집은 방학이라는 개념이 없고,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것이 원칙이다. 보육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전국적으로 어린이집을 휴원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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